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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불신, 원인과 해법은

첨단기술 영향·급격한 사회변동
정부 등 기존 신뢰 사슬 무너져
시민사회 등 길잡이 역할 절실
인공지능 딥페이크 기술은 사람들이 식별할 수 없는 가짜 이미지를 손쉽게 만들어내고 이는 전통적 신뢰를 떨어뜨리는데 활용될 수 있다. 한 트위터 이용자(@born miserable)가 올린 딥페이크 이미지.
인공지능 딥페이크 기술은 사람들이 식별할 수 없는 가짜 이미지를 손쉽게 만들어내고 이는 전통적 신뢰를 떨어뜨리는데 활용될 수 있다. 한 트위터 이용자(@born miserable)가 올린 딥페이크 이미지.

지난해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은 2021년을 “신뢰를 재건하는 중요한 해”라고 규정하고, 그해 4월 도쿄에서 제1회 글로벌 테크놀로지 거버넌스 서밋(GTGS)을 열어 디지털 환경에서 신뢰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고 관련한 백서를 펴냈다.

신뢰는 사회가 작동하는 토대이자 운영원리로 개인과 공동체의 명운을 좌우하는 요소이지만, 최근 디지털 환경에서 큰 변화에 직면했다. 급격한 사회변화와 경제적 변동, 정치적 분열의 심화, 첨단기술의 파괴적 영향은 전통적인 신뢰 구축 체계와 운영방식을 근본적으로 위협한다.


옥스퍼드대 교수 레이철 보츠먼은 <신뢰이동>에서 인류 역사상 신뢰의 구조가 계속 변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서로를 알고 지내던 소규모 지역공동체 시대의 ‘지역적 신뢰’에서 산업화사회를 거치며 계약과 상표, 법률의 형태로 신뢰가 만들어지는 ‘제도적 신뢰’로 옮아갔는데, 오늘날은 기존의 신뢰 장치들이 무너지고 새로운 형태의 ‘분산적 신뢰’로 이동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인터넷으로 항상 연결된 삶을 살게 되면서 기존의 신뢰 사슬에서 신뢰와 영향력을 만들어내던 집단이 엘리트들과 전문가, 정부 당국에서 가족과 친구, 심지어 낯선 사람으로 이동하고 있는 현상이다.

디지털 세상의 ‘분산적 신뢰’는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와 블록체인 같은 기술적 장치를 통해 전통적 신뢰체계를 대체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문제도 만들고 있다. 민주적 절차를 통해서 권한을 위임받지 않은 거대 기술 플랫폼업체들이 사회 구성원들의 개인정보를 축적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신뢰 시스템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책임을 외면하는 현상이다. 영리를 추구하는 플랫폼 기업들이 페이지뷰와 이용시간 증가를 가져오는 허위정보 유통을 방치한 결과, 디지털 환경에서 우리는 갈수록 더 많은 허위정보와 거짓에 노출되는 ‘탈진실 사회’를 살고 있다.

디지털 세상은 개인과 기술이 기존의 권력집단과 신뢰 중개자를 대체하도록 하는 강력한 개인의 시대를 가져왔지만, 개인이 직접 정보의 사실성을 판단해야 하는 저신뢰의 팩트체크 환경을 불러왔다. 지난해 4월 도쿄 서밋에서 발표한 백서 <신뢰 재구축을 위한 거버넌스 체계>는 사회가 계속 진보하고 혁신하기 위해서는 지명도와 권위를 지닌 ‘신뢰의 닻(앵커)’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현실에서는 주로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가 그 역할을 맡는다. 디지털의 분산된 신뢰 시스템에서 신뢰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과거처럼 종교나 국가, 시장 같은 강력한 신뢰의 보증자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해 관계자인 개인들이 참여하는 디지털 기반의 새로운 신뢰 구축 체계를 모색하는 상황이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 https://www.hani.co.kr/arti/economy/it/106623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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