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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아시아미래포럼] 분열과 배제의 시대: 새로운 신뢰를 찾아
생존 위협받는 지구촌
팬데믹·러 침공·미중간 패권경쟁
빈곤층 생존 위협하고 기후 악재
정당·사법부·언론 등도 신뢰 추락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은 코로나 팬데믹의 상처가 채 아물지 않은 세계를 전대미문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향한 포탄은 전장의 시민들뿐 아니라 전 세계 가난한 이들의 생존을 위협한다. 에너지 및 식량 무기화, 공급망 붕괴에 따른 역대급 인플레이션을 연쇄적으로 일으켜 식량과 연료 지출 비중이 큰 빈곤층에 집중적인 타격을 가하고 있다.


유엔아동기금(UNICEF)은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충격으로 아동 400만명이 추가로 빈곤 상태에 놓이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해보다 무려 19%나 증가한 수치다. 전쟁을 치르고 있는 두 나라는 물론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 가난한 나라들에서 많았다. 유니세프는 “가파르게 상승하는 아동 빈곤은 이들의 삶과 배움, 미래를 빼앗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코로나19는 2020년부터 2년 동안 전 세계에서 1500만명의 목숨을 빼앗아갔다. 경제적 피해도 상당하다. 미 하버드대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로 인한 피해액은 96조달러(약 10경3968조원)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의 4배에 달한다.


글로벌 차원의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대다. 하지만 현실은 희망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세계는 오히려 분열과 배제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국제적 협력을 위협한다. 기후위기 속에서 간신히 합의한 탄소중립은 에너지 대란으로 실종될 위기를 맞고 있다. 러시아의 의존도를 줄이려는 유럽연합의 남아프리카공화국산 석탄 수입은 올 상반기에 작년보다 40% 급증했고, 세계 최대 석탄 소비국인 중국과 미국, 인도 등도 석탄 발전을 늘리고 있다. 기후위기에 큰 책임이 있는 글로벌 기업과 거대 금융자본들이 앞다퉈 선언했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도 후퇴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스지 투자에 앞장섰던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올 상반기 투자기업들의 연례주주총회에서 이에스지 관련 주주제안의 24%에만 찬성표를 던졌다. 지난해 상반기 찬성률(43%)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역주행으로 인류의 미래는 어두워 보인다. 인류는 과연 전대미문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한겨레신문사가 11월1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개최하는 아시아미래포럼에서 그 길을 찾는다. 올해 주제는 ‘분열과 배제의 시대: 새로운 신뢰를 찾아’서이다. 포럼에 참가하는 세계적 석학과 전문가, 그리고 현장 활동가들은 포럼에 앞서 인터뷰 등을 통해 인류의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신뢰의 디엔에이를 복원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자고 제안한다. 인류의 역사에서 신뢰는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했다. 신뢰가 탄탄하게 쌓이면서 협업과 창조의 범위가 확장되고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 미지의 대상을 서로 믿게 되는 과정에서 혁신이 생겨났다. 신뢰는 갈등을 완화하고 통합을 강화한다. 신뢰를 바탕으로 사회는 더욱 포용적이고 개방적이 된다. 민주주의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발전해왔다.

하지만 전통적인 신뢰 기관들이 처한 현실은 암담하다. 정치를 통해 공익을 추구해왔던 정당은 전 세계 어느나라 할 것 없이 신뢰가 붕괴된 상태다. 집권정당의 정책을 반영하는 정부도 마찬가지다. 정치인과 관료들이 경제적·사회적 불평등 해소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는 사라진 지 오래다. 인간의 자유와 권리를 수호하는 임무를 위임받은 사법부도 점점 신뢰를 잃고 있다. 민주국가의 모범적인 사법부로 찬사를 받았던 미 연방대법원은 지난 여름 ‘낙태 뒤집기 판결’ 이후 미국 국민의 4분의 1만 신뢰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권력자와 엘리트를 감시해야 하는 언론도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 6월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뉴스를 선택적으로 회피하는 이용자의 비율(2022년 69%)이 지난 5년간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언론의 상황은 더욱 참담하다. 한국의 뉴스 전반에 대한 신뢰도(30%)는 조사대상 46개국 중 40위를 차지했다.

위기 넘어설 열쇠는 협력
‘초연결’ 소셜미디어 되레 고립 초래
극단주의자·소수자 혐오 양산
관용·타협·공동체 가치 회복해
상생의 미래로 가는 길 찾아야

전통적 신뢰 기관을 믿지 못하는 개인들은 앞다퉈 소셜미디어에 접속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서로 연결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는 제도적 신뢰기관의 공간적·시간적 한계를 극복할 수단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야만성은 전쟁터의 시민들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사진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코로나 팬데믹을 둘러싼 가짜 정보들도 시민들의 손에 들린 스마트폰을 통해 걸러졌다.

그러나 소셜미디어는 알고리즘을 통해 사람들을 떼어놓고 있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더이상 교류하지 않는다. ‘초연결 시대’에서 접속은 무한대로 확장됐지만, 접촉은 점점 어려워진 탓에 전통적인 사회구조가 해체되고 있다. 사람들은 외로움과 소외, 고립의 고통을 호소한다. 고립된 개인은 극단주의자와 포퓰리스트의 좋은 먹잇감이다.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배제, 진영 간 갈등이 점점 심해지고 있는 이유다.

이번 포럼의 기조연사로 나서는 로버트 퍼트넘과 노리나 허츠, 대니얼 지블랫교수 등은 더 늦기 전에 신뢰의 스위치를 다시 켜야 한다고 역설한다. 상호관용과 이해, 자제, 타협, 돌봄, 온정, 공동체와 같은 가치에 더욱 친숙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로 열세번째를 맞는 아시아미래포럼은 분열과 고립을 넘어 상생의 미래로 가는 길을 찾는 여정의 시작이다.

이춘재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cjlee@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06619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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