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뉴스
IT기술·심리학적 연구 활용한
이용자 반응 유도 효율화 설계

자동화·AI 덕분 개인별 맞춤화 기술
무한스크롤·자동재생·가격 차등화
중독 유발하는 ‘2세대 다크패턴’ 우려
한국소비자원 보고서에서 ‘눈속임 설계’ 사례로 제시한 쇼핑앱 사례. ‘오늘만 이 가격 핫딜’이라고 잔여 시간이 실시간 줄어들고 있지만, 특가 기간 이후에도 동일한 가격에 판매되어 소비자를 기만했다. 한국소비자원 제공
한국소비자원 보고서에서 ‘눈속임 설계’ 사례로 제시한 쇼핑앱 사례. ‘오늘만 이 가격 핫딜’이라고 잔여 시간이 실시간 줄어들고 있지만, 특가 기간 이후에도 동일한 가격에 판매되어 소비자를 기만했다. 한국소비자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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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패턴’ 법적 규제의 어려움

# “운전자 ㄱ씨는 2020년 4월 차량공유 앱을 설치하고 100원 이벤트에 참여했다. 그 뒤 3개월 동안 1만4900원씩 자동결제가 됐는데, ㄱ씨는 서비스를 한 번도 이용하지 않았고 자동결제가 된다는 안내를 받은 적도 없다. 이용하지 않은 요금에 대해 환급을 요구했으나, 사업자는 철회 기간이 지났다고 환급을 거부했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6월 발간한 ‘다크패턴(눈속임 설계) 실태조사’ 보고서에서 공개한 사례의 하나다. 소비자원은 거래 분야별 인기앱 총 100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 앱 100개 중 97개 앱에서 1개 이상의 다크패턴이 발견되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6월 쿠팡이 유료 회원제인 ‘와우 멤버십’ 요금을 월 2900원에서 4990원으로 인상하면서 동의를 받는 항목을 이용자가 상품 주문·결제인 줄 착각하고 승낙하도록 설계해, 눈속임 마케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다크패턴은 소비자가 의도하지 않은 선택과 구매 결정을 하도록 교묘하게 설계된 속임수 설계·디자인을 뜻한다. 이용자가 자신의 이익을 침해하는 선택을 하도록 정보를 은닉·조작, 착각 유도, 속임수를 쓰는 등의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규제 움직임도 시작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눈속임 마케팅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결과가 나오는 연말께 법 제·개정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는 ‘플랫폼 분야 거래질서 공정화를 위해 소비자 기만행위(눈속임 마케팅, 거짓후기 등) 시정’을 110대 국정과제의 하나로 발표했다. 국회엔 이용우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눈속임 마케팅을 규제하기 위해 대표 발의한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하지만 다크패턴은 이용자 심리를 이용한 ‘넛지 마케팅’ 측면도 있어 법률로 해결이 어려운 회색지대에 있다. 공정위쪽도 “눈속임 마케팅은 내용과 정도에 따라 정상적인 마케팅과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유형도 있다. 구체적 규제대상과 방법에 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섣불리 금지·규제하면 정상적인 마케팅 활동까지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 유럽연합·미국 ‘눈속임 설계’ 규제

다크패턴 대응은 초국경적 과제다. 2010년 웹사이트의 ‘다크패턴’을 최초로 정의한 영국의 독립디자이너 해리 브링널은 누리집(www.darkpatterns.org)을 운영하며 다크패턴을 12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소개하고 있다. △가격 비교 차단 △바구니에 몰래 넣기 △속임수 질문 △숨겨진 비용 △어려운 해지 △주의집중 분산 △감정적 선택 강요 △개인정보 공유 △미끼와 스위치 △위장된 광고 △연속 결제 강요 △친구로 위장한 스팸 등의 유형이다.

유럽연합과 미국은 다크패턴 대응을 위한 규제를 신설·정비하고 있다. “개인정보는 정보주체에 대해 적법하고 공정하며 투명하게 처리되어야 한다”는 유럽연합의 개인정보보호규정(GDPR)은 다크패턴 규제의 법적 근거가 되고 있다. 다크패턴을 겨냥한 법안도 시행을 앞두고 있다. 지난 4월 유럽의회를 통과한 디지털 서비스법(DSA)은 사용자가 자기 의사와 무관하게 온라인 콘텐츠를 클릭하도록 유도하는 기만적인 웹 디자인을 규제한다. 2019년 미 상원에는 ‘온라인 이용자의 기만적 경험 감소를 위한 법안’(DETOUR)이 발의됐다.

진보네트워크가 8월10일 디지털플랫폼포럼에서 해지를 어렵게 만드는 다크패턴의 유형으로 소개한 쇼핑 앱. 진보네트워크 제공
진보네트워크가 8월10일 디지털플랫폼포럼에서 해지를 어렵게 만드는 다크패턴의 유형으로 소개한 쇼핑 앱. 진보네트워크 제공

■ 다크패턴 영향평가·책임성 필요

다크패턴은 데이터 수집·활용 기술이 발전하고 사용자환경(UI) 디자인이 심리학적 연구를 반영해 효율성이 높아지면서 생겨난 문제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환경에서 거대 정보기술기업과 이용자간에 정보 비대칭이 확대됨에 따라 사용자를 속이는 기술도 정교해지고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최근엔 앱과 웹 디자인에 인공지능과 개인화 기술이 적용되며 위험성이 더욱 커진 ‘2세대 다크패턴’이 우려되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유튜브, 넷플릭스, 페이스북, 아마존 등에서 도입한 무한 스크롤, 자동재생, 개인별 맞춤형 가격제시 기능은 정보 비대칭을 기반으로 소비자들에게 특정 행동을 강요·유도해 중독 등 피해를 끼치고 있다.

정보인권연구소와 진보네트워크는 지난 10일 개최한 디지털플랫폼연속포럼에서 다크패턴의 실태와 각국의 대응 사례를 발표하며 국내에도 다크패턴에 대한 포괄적이며 종합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은우 변호사(법무법인 지향)는 20일 <한겨레>에 “유럽연합은 체계적인 논의와 법률 제정을 통해 거대 디지털 기업의 다크패턴에 대해 유형별로 적절한 대응이 가능한 규제 수단을 도입했지만 국내엔 거대 기업과 소규모 웹사이트간 의무 수준에 큰 차이가 없는 등 대응이 거의 없다”며 “다크패턴 관련한 영향평가를 하고 사업자가 안전성을 입증하고 증명할 수 있는 책임성의 원리를 도입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8월26일 한 쇼핑몰에서 파는 운동화의 경우, 낮은 가격으로 가격 비교 결과에서 상단에 위치하지만 실제 구매할 수 있는 상품중에 해당 가격은 이례적으로 큰 발인 330mm(그것도 품절로 표기) 한 종뿐이고, 구매가 가능한 일반 사이즈의 신발은 모두 추가금액을 요구한다. 다크패턴 상거래 사이트의 사례다.
8월26일 한 쇼핑몰에서 파는 운동화의 경우, 낮은 가격으로 가격 비교 결과에서 상단에 위치하지만 실제 구매할 수 있는 상품중에 해당 가격은 이례적으로 큰 발인 330mm(그것도 품절로 표기) 한 종뿐이고, 구매가 가능한 일반 사이즈의 신발은 모두 추가금액을 요구한다. 다크패턴 상거래 사이트의 사례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 https://www.hani.co.kr/arti/economy/it/105561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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