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뉴스

작은 협동의 경험을 큰 협동으로

HERI 2021. 12. 09
조회수 526
<다시, 협동조합을 묻다> 김기태·강민수 지음/북돋움/1만8000원

다가오는 2022년은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된 지 꼭 10년이 되는 해다. 협동조합기본법에 따라 설립된 협동조합은 전국에 2만1000여개에 달한다. 농수축협 등 8개 개별법에 의해 설립된 협동조합까지 더하면 협동조합의 규모는 상당하다. 양적 확장이 전부는 아니지만, 다양한 주체의 등장은 협동조합이 가진 자원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고 그에 맞는 방향 설정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었다. 이러한 시점에서 협동조합과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오랜 기간 활동해온 두 저자는 새로운 협동조합 운동론을 제안한다. 협동조합 운동이 시장을 다시 사회로 가져오려는 사람들을 엮는 ‘사회적 접착제’가 되는 협동의 허브가 되자고 말이다.


서론과 결론을 제외하고 모두 8장으로 구성된 책은 크게 3부로 나누어져 있다. 협동조합이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고(1부), 현재를 점검하며(2부), 앞으로의 방향을(3부) 점검한다. 정부와 기업 등 다양한 부문과 관계 맺고 상호작용하고 있는 협동조합은 나아가 시민의 이해와 공감대 확보 등 비조직적 여건과도 관련 있다. 그래서 저자들은 협동조합을 둘러싼 국가와 거버넌스, 제도와 정책, 경제 환경 등 다양한 배경을 짚는다. 그동안 간헐적으로 이루어져 온 협동조합에 관한 논의를 한 권에 총망라하여 협동조합의 등장과 현황, 성과와 한계를 지적하면서 향후 과제까지 야심차게 제시한다.

현재 협동조합이 놓여 있는 환경은 개별 협동조합만으로 헤쳐 나가기가 쉽지 않다. 기업들은 막대한 자본을 앞세워 기술 혁신은 물론이고 이에스지(ESG) 경영을 내세운다. 협동조합과 기업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협동조합은 개인이 소유권을 갖고 직접 참여하는 조직이라는 것이 잘 알려진 특징이자 협동조합을 차별화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조합원은 협동조합에서 소비자, 직원 또는 생산자로서의 기본적인 경제적 관계 이상의 역할을 맡고 있다. 함께 협동조합을 소유하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지배구조에 참여한다. 사람 중심의 협동조합 사업모델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저자들은 변화된 기업 이론과 다양한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논의들을 흡수해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더 쉬운 언어와 논리로 드러내야 한다고 말한다. 예컨대 소비자생활협동조합(생협)처럼 구체적인 생활의 영역에서 활동하는 협동조합 내부의 작은 협동을 보다 큰 협동의 경험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협동조합이 우리 사회가 당면한 모든 과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그래서 협동조합, 사회적경제의 방식으로 접근할 때 해결하는 것이 효과적인 문제를 찾고 이를 해결해 나가 협동조합에 대한 대중의 호감과 참여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저자들은 크게 네 가지를 언급한다. 지역사회 통합 돌봄, 지역 순환 경제, 소셜프랜차이즈의 확장, 협동조합 업종별 연합회를 통한 혁신 성장이 그것이다. 기본적으로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설립·운영되는 협동조합은 지역의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공동의 목적으로 참여한다.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살림을 묶는 생활공동체로 함께 먹고 입고 살피고 돌보는 관계망으로 엮는다. 이는 지역의 돌봄 체계와 순환 경제 구성에 유용하다. 한편, 연대와 협력을 강조하는 협동조합의 특징을 살려 연합회를 통해 협동조합의 새로운 분야 진출을 촉진하고 도약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수 세기 전 협동조합의 선구자들은 협동할 때 재화와 서비스 또는 일자리에 대한 개인과 집단의 필요를 함께 충족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협동조합은 목표를 위한 수단이었지 목표 그 자체는 아니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협동조합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며 또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책 속에서 찾아본다.


신효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연구원 jinnytree@hani.co.kr


서비스 선택
댓글
로그인해주세요.
profile image
powered by SocialXE
List of Articles

치매치료약·민간우주여행, 2021년 ○○기술에 꼽혔다

아듀헬름은 20년 만에 처음 시판된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미 식품의약청(FDA) 허가 과정을 비롯해 약효·가격 등에서 논란을 불렀다. 주사제인 아듀헬름은 1년 약값이 5만6400달러(약 6800만원)으로 책정됐으나 효과성에 대한 논란이...

  • HERI
  • 2022.01.10
  • 조회수 464

‘불확실성’ 파는 미래예측, 누구의 이익 대변하나

‘뷰카(VUCA)’ 시대의 인기상품 ‘미래예측’ 메타버스·스마트홈·전기차 등 올해 생활 침투할 기술트렌드 해마다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소비자가전전시회(CES)는 미래를 상상하게 하는 다양한 기술과 상품이 선보이는 ...

  • HERI
  • 2022.01.10
  • 조회수 466

진보 지식인들 “이-윤 부동산 공약, 시장 자극할 불쏘시개”

지식선언네트워크, ‘대선과 부동산’ 토론 윤석열·이재명 감세·규제완화 강력 비판 공급부족론 오류…이명박·박근혜보다 많아 가격 급등은 초저금리·대출규제 미비 탓 세금 과다론, 자산불평등 개선 의지 의문 시장안정·주거복지 ‘큰...

  • HERI
  • 2022.01.05
  • 조회수 684

기업 10곳 중 7곳, ESG 경영 “보통 이하” 자평

대한상의·생산성본부, 기업 300곳 설문조사 10곳 중 7곳 ESG “중요하다” 응답과 대비 국내 기업 열 곳 중 일곱은 환경·사회·지배구조를 중시하는 이에스지(ESG) 경영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역시 열곳...

  • HERI
  • 2021.12.29
  • 조회수 674

지식인선언네트워크, 이재명·윤석열 ‘부동산 공약’ 평가한다

새해 5일 ‘대선 부동산 정책’ 토론회 보유세·양도세 ‘부자 감세’ 점검 관심 주택공급·개발이익 환수 대책도 논의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후보. 그래픽 박민지 진보성향 지식인의 모임인 ‘지식인선언네트워크’가 2022년 대선의...

  • HERI
  • 2021.12.29
  • 조회수 618

메타버스 알고리즘에도…진실 깨우칠 매트릭스의 ‘빨간 약’ 필요할까

가상현실 가까워진 세상에 매트릭스 네번째 ‘리저렉션’ 개봉 알고리즘의 힘 커진 디지털 세상의 면면 따져봐야 1999년 개봉한 <매트릭스>에서 모피어스는 주인공 네오에게 안락한 시뮬레이션의 세계(파란 알약)와 고통스러운 진실의...

  • HERI
  • 2021.12.27
  • 조회수 790

“차기정부, 대통령 주재 ‘제조업 혁신전략 회의’ 신설해야”

정만기 KIAF 회장, 제조업 위기 극복 위한 6대 과제 건의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규제 1개 만들면 기존 2개 폐지 진입제한 규제 없애되 경쟁 저해 감시·단속은 강화해야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 차기정부는 제조업 ...

  • HERI
  • 2021.12.22
  • 조회수 587

산림 사회적경제기업이 코로나를 이겨내는 법

코로나로 산림 사회적경제기업도 매출 타격 커 컨텐츠 개발, 연구소 설립 등 연구개발 투자와 다양한 협업사업 통한 판로 확대가 코로나 극복 열쇠로 산림 사회적금융 확대 등 질적 성장 위한 공공지원 필요 산림 분야 사회적...

  • HERI
  • 2021.12.21
  • 조회수 619

“‘소득보장 기반 복지’로 불평등 해결 실마리 찾아야”

참성장의 시대를 열자-④ LAB2050-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공동기획 지난 12월10일에 열린 ‘참성장포럼’에서 (왼쪽부터)이원재 LAB2050 대표, 이승윤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 원장,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

  • HERI
  • 2021.12.21
  • 조회수 665

“농산어촌에도 ‘지역 상생형 일자리’ 모델 접목을”

15일 ‘농산어촌 유토피아’ 9번째 토론회 마강래 “농촌-베이비부머-중기 3자 상생” 송미령 “5도2촌 다주택자 종부세 등 완화” 인구감소 면지역·저가주택 세제 지원 제안 성주인 “별도 공간계획으로 난개발 막자” 15일 서울 ...

  • HERI
  • 2021.12.15
  • 조회수 934

강철규 전 공정위원장 경쟁촉진상 수상

한국경쟁포럼 선정…오는 15일 시상식 한국경쟁포럼(회장 신현윤)은 15일 '경쟁촉진상'의 두번째 수상자로 강철규(75·사진) 서울시립대 명예교수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한국경쟁포럼은 2005년 국내 경쟁법·정책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

  • HERI
  • 2021.12.14
  • 조회수 611

상생으로 지역경제 위기 넘는다

군산 등 8개 상생형 일자리 지역경제 살리기 위한 조건 12월8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상생형 지역 일자리 포럼에서 한 참가자가 군산형 일자리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일자리위원회 제공 2017년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

  • HERI
  • 2021.12.13
  • 조회수 583

‘돌봄’요구하는 디지털캐릭터, 공감 도우미? 훼방꾼?

아이들 게임기로 출시됐지만 게임문화·가상현실 큰 영향 “사용자와 유대감 형성하도록 돌봄 게을리하면 죄책감 설계” “인간의 감정적 취약점 이용한 인간성 훼손 우려” 비판 등장 인공지능·메타버스 확대 따라 가상-현실 뒤섞임...

  • HERI
  • 2021.12.13
  • 조회수 516

작은 협동의 경험을 큰 협동으로

<다시, 협동조합을 묻다> 김기태·강민수 지음/북돋움/1만8000원 다가오는 2022년은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된 지 꼭 10년이 되는 해다. 협동조합기본법에 따라 설립된 협동조합은 전국에 2만1000여개에 달한다. 농수축협 등 8개 개별법...

  • HERI
  • 2021.12.09
  • 조회수 526

풀뿌리 협동조합 ‘사회주택’에도 종부세 중과, 왜?

공동 소유하고 관리하는 사회주택 자본이익 실현보다 공동체 의미 큰데 개정된 종부세제로 조합원 부담 커져 일부 주택협동조합은 해산까지 사회주택의 지속가능한 실험 위한 법적 안전망·제도적 장치 마련 시급 소다마을 주민들은...

  • HERI
  • 2021.12.08
  • 조회수 582

사회적경제연대회의, 7년째 국회 계류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 촉구

문 대통령·이재명 후보 법 제정 의지 밝혔음에도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방관한다며 비판 6일 성명 통해 법 제정 위한 적극적 노력 촉구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제33차 세...

  • HERI
  • 2021.12.06
  • 조회수 551

양질의 일자리가 지속가능개발 목표 달성한다

[제33차 세계협동조합대회] 정체성 실천: 보람있는 일자리 세션 협동조합 통해 비공식 노동자들 조직화 역량 강화와 정체성 찾는 노력 필요 협동조합도 디지털 환경 변화에 대응해야 재숙련 교육 제공과 새로운 비즈니스 발굴 ...

  • admin
  • 2021.12.06
  • 조회수 396

‘불평등 완화’ ‘지속가능발전’ 열쇠쥔 협동조합 모델에 주목

[제33차 세계협동조합대회] 2일차 ‘협동조합 정체성 헌신’ 세션 소외계층 일자리 창출, 노동 성과 공유하는 협동조합 가치 금융, 의료복지 사각지대 놓인 취약계층 접근성 높이고 난민, 지역주민 포용하는 수평·협력의 핵심주체...

  • admin
  • 2021.12.06
  • 조회수 378

“대전환 시대, 협동조합 고유의 민주·평등 구조가 혁신 일으킬 것”

제33차 세계협동조합대회 이틀째 대변혁 시기에 협동조합 정체성 주목 거버넌스·문화 오히려 위기 대처 유연해 “협동조합의 성과는 사회적 성과 공동체 정체성 집중·홍보해야” “협동조합은 사회에서 늘 선도적 역할 지역사회와 ...

  • admin
  • 2021.12.06
  • 조회수 464

“사회적 경제도 세대간 인식격차…이상적 가치로만 안돼”

【17회 사회적경제 정책포럼】 사회적 경제 청년 종사자의 끊임없는 이탈 원인은 과중 업무에 비해 낮은 처우와 열악한 노동환경 세대 간 이질적 경험이 공동체 해석의 차이 만들어 오늘날엔 취향 중심으로 쉽게 뭉쳤다 흩어지지...

  • HERI
  • 2021.12.02
  • 조회수 4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