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뉴스
강남훈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장 인터뷰
코로나 사태로 사회 과제 표면화
해결 방법으로 ‘기본소득’ 떠올라
최우선 과제는 불평등 해소

부동산 투기엔 국토보유세
기후위기 대응엔 탄소세 부과해야
1인당 10만원 지급
투기억제·탄소규제 도입 효과 생각하면
액수 따질 일 아냐

시뮬레이션 해보니 국민 70~80%가
내는 세금보다 받는 돈 더 많은 ‘순수혜’ 가구

기후위기 시대에 식량자급률 올리고
일자리 등 해결 위해 농촌부터 실험 의미

강남훈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장이 지난달 22일 <한겨레>와 만나 기본소득의 필요성 등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주형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보조연구원
강남훈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장이 지난달 22일 <한겨레>와 만나 기본소득의 필요성 등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주형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보조연구원


바야흐로 기본소득이 화두다.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줄곧 1위를 달리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비롯해 여야 유력 정치인들이 기본소득 논쟁에 뛰어들고 있다. 국회에선 여야 의원 30여명이 참여하는 기본소득 연구포럼이 출범했다. 기본소득 논의가 주류로 떠오른 데에는 코로나19 사태가 큰 영향을 미쳤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기본소득 담론이 어느 순간 “도둑처럼” 온 것은 아니다. 꾸준히 씨를 뿌려온 이들이 있었기에 논의가 더욱 단단해질 수 있었다고 봐야 한다. 강남훈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장(한신대 경제학과 교수)도 그들 중 한 명이다. 그는 2009년부터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를 이끌며 기본소득 담론을 설파해온 진보 지식인이다. 지난달 22일 강 이사장을 만나, 한국 사회가 지금, 왜 기본소득에 주목해야 하는지 들어봤다.

―코로나 위기를 계기로 기본소득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경기도의 재난기본소득을 봐도 그렇고, 우리 사회가 기본소득제 실현에 굉장히 빨리 다가간 것 같다. 이처럼 기본소득이 주요 의제로 떠오른 것은,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우리 사회가 직면한 과제가 표면화하고, 그런 과제들을 해결하는 데 기본소득이 적합하다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을 말하는가?

“최우선 과제가 불평등 해소다. 시장소득도 불평등하고, 자산 소득 격차, 특히 부동산 문제는 더 심각하다.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사회가 무너져 내릴 지경에 와 있다. 일자리 문제를 봐도, 아직 인공지능 시대가 본격화되지도 않았는데 이미 일자리의 60%가 불안정 일자리가 되어 버렸다. 생태학자들은 코로나19도 기후재난의 하나로 본다. 더 큰 기후재난도 다가오고 있다. 그런데도 산업계에선 탄소를 펑펑 배출하고 있다. 이런 시대적 과제들에 대한 대응이 너무 느리다.”

―이런 과제들을 해결하는 데 기본소득이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본소득의 정신이다. 기본소득은 세상에는 ‘공동의 부’(공유부)가 있고, 공유부에서 나온 수익은 일부라도 구성원들과 나누는 게 마땅하다는 생각에서 나왔다. 공유부의 대표적인 예가 토지와 공기다. 인공지능도 사람들이 남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공유부라 할 수 있다. 따지고 보면 모든 생산활동은 다른 사람들의 지식을 활용한 것이므로 시장소득에도 공동의 몫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우리가 공평하게 나눠야 할 ‘모두의 것’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해결하지 못할 일이 없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부동산 문제를 예로 들어 보자. 수많은 대책을 내놓아도 부동산값이 잡히지 않는 이유는 부동산 투자 수익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자 수익률을 떨어뜨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보유세를 높이는 것이다. 정부도 그걸 알고 있지만, 표 떨어질까봐 못 올린다. 그래서 ‘기본소득형 토지세’(국토보유세)가 필요하다. 땅을 가진 모든 사람에게 자산가치에 비례해 세금을 부과하고, 걷힌 세금 전액을 (땅이 한 평도 없는 사람을 포함해) 전국민에게 똑같이 기본소득(토지배당)으로 나눠 주자는 것이다. 그러면 80% 이상의 국민은 내는 것보다 많은 돈을 돌려받기 때문에 ‘정치적 지지’를 확보할 수 있다. 이렇게 해법이 있는데도 기본소득이라는 개념을 거부하니까 실행을 못 하는 것이다.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기본소득이 기후위기 대응에도 도움이 될까?

“그렇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면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은 피할 수 없다. 빨리 전환할수록 경제적으로도 이익이다.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세와 같은) 탄소 규제에 한발 앞서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탄소 배출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기본소득형 탄소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토지세와 같은 방식으로, 탄소 배출량에 비례해 세금을 물린 뒤 전액을 기본소득(탄소배당)으로 모든 국민에게 분배하면 국민 대다수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탄소세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소득 불평등도 줄일 수 있는 방안이다. 마찬가지로 토지세는 부동산 투기를 막고 소득 불평등을 줄일 대안이다.”

스위스는 2008년부터 탄소세를 도입해 국민에게 탄소배당을 하고 있다. 10년 새 세율을 8배나 올렸지만 전국민 배당을 통해 조세 저항을 완화할 수 있었다. 이 제도를 시행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30%가량 줄었다고 한다. 한국에선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기본소득 탄소세법’ 발의를 준비중이다.

―기본소득 논의에는 늘 ‘재원 마련은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뒤따른다. 토지세와 탄소세 신설 외에 보편적 증세도 필요한 거 아닌가?

“토지세와 탄소세를 합쳐도 국민에게 지급할 수 있는 돈은 1명당 월 10만원 정도밖에 안 된다. 그럼에도 부동산 투기 억제와 온실가스 감축 등 효과가 너무 크기 때문에 당장 도입되어야 한다. 지급액의 규모를 따질 일이 아니다. 물론 기본소득으로서 어느 정도 의미가 있으려면 1인당 월 30만원 정도는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전액을 기본소득에 투입하는 목적세형 증세(시민소득세)가 불가피하다.”

강남훈 이사장은 <기본소득의 경제학>에서 전국민에게 1명당 월 30만원씩을 지급하는 데 필요한 180조원을 시민소득세(가계에 귀속되는 모든 소득의 10%) 120조원, 환경세(탄소세) 30조원, 토지세 30조원을 걷어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이 책에 제시된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이렇게 기본소득 재정 모델을 설계할 경우 전체의 82%가 ‘순수혜’ 가구(기본소득을 위해 내는 돈보다 받는 돈이 더 많은 가구)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세를 하려면 국민들의 동의가 중요할 것 같다. 그게 가능할까?

“선동적인 언론, 표피적인 여론조사에 휘둘리지 않는 합리적인 토론이 이뤄진다면 대다수 국민이 동의할 것이라고 본다. 국민의 70~80%는 내는 돈보다 많이 돌려받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경기도가 실시한 도민 공론화조사 결과가 이를 잘 보여준다. ‘기본소득을 위한 추가 세금 부과’에 대해 1차 조사에선 34%만이 찬성했으나, 숙의토론 과정을 거친 뒤 이뤄진 조사에서는 찬성 비율이 67%로 높아졌다. 국회가 주도해 1년 내내 권역별로 돌아가며 숙의토론을 한 뒤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도 좋다.”

―기존의 복지국가 운동 진영에서는 사회보장체계 강화가 우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기본소득은 오히려 복지국가의 완성을 앞당길 수 있는 방법이다. 복지를 강화하려면 증세가 필수적인데, 기본소득을 지급하면 증세에 대한 찬성이 늘어날 수 있다. ‘세금을 내니까 나한테 돌아오는 게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기존의 선별적 소득보장 시스템에서는 조세 저항 때문에 증세를 하기가 어렵다. 2000년에 도입된 기초생활보장 제도의 개선이 더딘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또 기본소득에는 선별적 소득보장 시스템과는 달리, 노동할 유인을 없애거나 소득 역전이 발생하는 등의 문제가 없다.”

2016년 서울에서 열린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총회에선 “기본소득은 다른 사회서비스와 결합되어 제공되어야 한다. 우리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계층, 취약 계층, 또는 중저소득층의 처지를 악화시키는 방식으로 사회서비스나 수당을 대체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추가 결의가 이뤄졌다. 강 이사장은 <기본소득의 경제학>에서 “다른 사회서비스를 없애는 대신 기본소득을 도입하려 한다는 근거 없는 비판에 대하여 분명한 답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기도가 준비 중인 농촌기본소득 사회실험은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나?

“기후위기 시대에 농촌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는 공간이다. 기후재난에 대비하려면 식량 자급률을 높여야 하는데 그러려면 농촌이 살아야 한다. 농촌에는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질 여지도 크다. 도시의 주거난과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기도 하다. 균형발전을 위해서도 농촌지역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이번 실험은 모든 이에게 일정한 기본소득이 주어졌을 때, 사람들의 의식과 행동에 어떤 변화가 오는지, 공동체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들여다볼 좋은 기회다. 기본소득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이종규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jklee@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heri_review/98613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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