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빅소사이어티캐피털 로널드 코헨 회장 인터뷰
일본·인도 등 아시아 정부도 임팩트 투자 시장 조성 
정부, 새로운 시장 생태계 촉매제 역할에 적극 나서야
지난 22일 로널드 코헨 영국 빅소사이어티캐피털 회장이 공동기자회견에 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 22-23일 서울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임팩트금융 국가자문위원회’ 출범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임팩트금융국가자문위원회 제공.
지난 22일 로널드 코헨 영국 빅소사이어티캐피털 회장이 공동기자회견에 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 22-23일 서울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임팩트금융 국가자문위원회’ 출범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임팩트금융국가자문위원회 제공.
감옥 재소자들의 재범률이 낮아지면 투자 수익률이 올라가는 금융 상품이 있다?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로 2010년 영국 피터버러 시는 감옥 재소자들의 재범율과 수익률을 연계하는 임팩트 투자 프로젝트를 시도했다. 2014년 종료된 이 프로젝트는 재범율을 9%이상 낮췄을 뿐 아니라 연간 3%의 수익률을 올렸다.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냉혹하고 이기적인 모습으로 그려지던 금융 자본이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자본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리스크와 수익만을 고려하는 전통적 금융의 모습에서 벗어나 사회적 영향력까지 고려하는 ‘임팩트 금융’이 부상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올해 들어 임팩트 금융 시장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잰걸음이다. 지난 8일 정부는 ‘사회적 금융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5년간 3천억 규모의 재원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회가치기금’ 조성과 사회적 금융 중개기관 인증제도 도입, 정책금융기관의 투자 확대 계획을 담고 있다. 22일에는 사회적 경제 및 금융 전문가들로 구성된 민간 정책 자문기구인 한국임팩트금융국가자문위원회(NAB)도 출범했다. 위원회는 2013년 G8 정상회의에서 영국의 캐머런 총리가 제시한 아젠다로 설립한 글로벌임팩트투자자문그룹(GSG) 체제에 참여해 국가별 전략수립과 수행을 상호지원하는 다자간 협의체에 참여할 예정이다. 위원회 출범을 축하하기 위해 방한한 로널드 코헨 영국 빅소사이어티캐피털(Big Society Capital) 회장을 만나 국내 임팩트 금융 시장 확대를 위한 정부, 민간의 역할과 향후 전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 정부는 최근 영국 빅소사이어티캐피털을 모델로 하는 ‘사회가치기금’을 조성할 계획을 밝혔다. 빅소사이어티캐피털은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는가.

“영국의 빅소사이어티캐피털은 2012년 임팩트 금융 시장을 조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회투자기금이다. 휴먼예금 계좌에서 4억파운드, 민간은행 4곳에서 2억파운드 투자를 받아 조성됐다. 사회적경제 조직이나 소셜벤처을 직접 지원하지 않고, 중개기관들을 통해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임팩트 금융 시장에서 일종의 도매상 구실을 하는 셈이다.

임팩트 금융의 시장 생태계는 △수요 △공급 △중개기관 △정부와 금융 감독기관 △전문 서비스 기관 네트워크로 이뤄진다. 도매금융 기관으로서 임팩트 금융 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활성화되도록 돕고 이를 연계하는 중개기관들을 만들어낸다. 중개기관이 사회적기업가를 발굴해 자금을 지원하도록 하고, 이들의 사업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도 한다. 반대로 투자자 측면에서는 사회적기업의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고 평가 방법을 개발해, 정부 뿐 아니라 민간 자본을 유치하도록 노력한다. 빅소사이어티캐피털의 경우, 현재 44개의 임팩트 투자 중개기관에 연간 약150억 원을 투자하고 있으며, 이들이 운용하는 임팩트 투자 사업의 평균 수익률은 4~6%에 이른다.”

―임팩트 금융의 시장 생태계 요소로 정부를 언급했는데, 임팩트 금융 시장에 있어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임팩트 금융은 사회문제 해결을 목표로 돈의 구조와 흐름이 결정된다. 모두에게 낯설 수 밖에 없다. 임팩트 금융이라는 새로운 금융 생태계가 조성되려면 정부가 촉매제 역할을 해야 한다. 공제조합과 연기금과 같은 공적자금, 기업 재단 및 기부금을 포함해 일반 투자자들이 임팩트 금융에 투자할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낮추는 적극적인 입법 정책도 필요하다. 기존의 금융·경제 시스템을 뒤바꾸는 게 아니라, 자본이 임팩트 금융 시장으로 흘러가도록 독려하는 것이다. 영국 정부도 중개기관, 투자자들이 임팩트 투자 비용의 30%를 소득공제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민간이나 사회적경제조직의 인식도 함께 변해야 한다. 사회적기업가들도 위험과 수익, 사회적 영향력(임팩트)을 함께 고려하는 기업가 정신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접근이 자본주의나 신자유경제체제에 포섭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안전하고 공정한 세상을 열기 위한 또 하나의 길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난 23일(금) 오후, 서울 더 플라자호텔 오크홀에서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과 인터뷰를 나누고 있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지난 23일(금) 오후, 서울 더 플라자호텔 오크홀에서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과 인터뷰를 나누고 있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아시아 지역의 임팩트 금융 시장에 견줘, 한국의 진행 상황은 어떠한가.

“한국을 비롯해, 인도와 일본이 각국 상황에 따라 형태는 다르지만 각 정부들 모두 이니셔티브를 갖고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휴면계좌 활용법을 입법화해 일본재단의 기부금과 함께 임팩트 투자 자본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인도는 대기업의 수익 2%를 공익활동에 사용하도로 하는 기업의 사회책임(CSR) 의무화법을 마련해 재원을 확보하기로 했다. 재원 마련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지만, 사회적 금융 도매기금 조성을 아시아 최초로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의 움직임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올해 안에 ‘사회가치기금’이 설립된다면 이는 영국, 포르투갈에 이어 세 번째 임팩트 금융 도매기관이 될 것이다. 일본, 인도 뿐 아니라 중국과 대만, 필리핀 등 임팩트 금융에 관심이 많은 아시아 국가들에게 좋은 선례가 될 기회다.”

―임팩트 금융은 아직까지 주류 금융의 잔여적 영역에 불과하다는 부정적 의견도 존재하는데,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의 임팩트 금융의 위치와 향후 전망은.

“임팩트 금융의 선두 국가라 할 수 있는 영국도 아직까지 주류 금융 시장에 비해 그 규모가 작은 편이다. 임팩트 금융의 목적은 모든 사람들이 기회에서 배제되지 않고 혜택을 받도록 하는 데 있다. 영국 빅소사이어티캐피털도 데이비드 캐머론 전 총리가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해 태스크포스팀을 만든데서 시작됐다. 전 세계적으로 10조가 넘는 돈이 사회 문제에 지출되고 있지만, 사회적 불평등은 심화됐다. 사회적 금융은 민간 영역에 흩어져있던 사회적 역량들을 모아 이러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토대를 마련해 줄 것이다.

임팩트 투자는 사회 문제를 금융의 기회로 만들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사회 성과를 측정해 성과 여부에 따라 대가를 지불하는 성과 기반의 보상 프로그램은 사회적 가치를 보다 효과적으로 창출할 수 있다. 나아가 단기적인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금융의 관행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금융 생태계로 변화하는 데 중요한 매개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박은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 연구원 ekpark@hani.co.kr

※ 임팩트 투자란?

리스크, 수익, 사회적 영향력(임팩트)를 최적화해 모든 사람들과 지구 환경에 혜택을 주고자 하는 투자 방식이다. 사회책임투자 (SRI, Social Responsible Investment)가 사회적으로 해가 되는 기업의 투자를 회피하는 방식이라면 , 임팩트 투자는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업을 발굴해 투자한다 . 사회적 경제 조직 뿐 아니라 빈곤 , 장애 , 아동 , 성평등 , 환경 등 사회 ·환경 문제를 다루는 비영리단체와 소셜벤처가 투자대상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