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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는 왜 문을 박찼나

admin 2018. 02. 27
조회수 607

‘문 대통령 잘 못한다’ 비율 18.4%로 전 연령대서 가장 높아…
희망 앗아간 주범은 ‘일자리’

제1201호
등록 : 2018-02-26 17:44 수정 : 2018-02-27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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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12일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조를 방문해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를 열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에게 투표했던 문 투표층 가운데 가장 많이 이탈한 세대는 20대다. 그들은 왜 그런 판단을 내렸을까.


<한겨레21>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은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와 함께 전국 19~59살 성인 남녀 2천 명에게 온라인 심층 여론조사를 했다. 이 가운데 ‘문 대통령을 선택했다’고 응답한 1053명만을 따로 뽑아 연령·계층별로 세부 분석을 진행했다. 이 중 만 19~29살(이하 20대)은 239명이었다(자세한 설문조사 결과는 ‘같은 듯 다른’ 문 지지자들 기사 그래픽 참조).


공정성 관련 이슈에 민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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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대는 문재인 정권에 비판적인 태도로 돌아선 이들이 가장 많은 세대로 조사됐다. 전체 문 투표층 1053명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잘 못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0대 18.4%, 30대 12.5%, 40대 8.4%, 50대 7.5%였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부정 응답 비율이 커짐을 알 수 있다. 성별로는 20대 남성(19.6%)의 부정 응답이 20대 여성(17.4%)보다 높았고, 경제적 중하층(20.0%)에서 부정 응답이 가장 높았다.


이번 조사를 통해 20대의 눈여겨볼 만한 특징을 몇 가지 관찰할 수 있었다. 이들은 다른 세대보다 심리적 불안감이 컸고, 미래에 희망을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국가보다 개인의 책임이 중요하다는 입장이었고, 북한과의 협력보다 압박을 선호했다. 이런 20대의 성향이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고 대북 협력을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에 부정적 판단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20대들은 공정성 관련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평창겨울올림픽 남북한 단일팀 구성에 ‘애써 준비한 아이스하키 선수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공정하지 못한 일이다’라고 답한 20대의 비율은 무려 76.2%였다(문 투표층 전체 69.7%).


이들은 왜 그렇게 공정성을 중시할까. 이번 조사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20대 가운데 ‘삶이 불안하다’고 답한 비중은 47.7%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문 투표층 전체 43%). 미래에 대한 기대를 묻는 질문에도 ‘희망 없음’이라고 답한 이들이 41.4%나 됐다(문 투표층 전체 38.2%). 저소득층 20대는 무려 71.9%가 ‘희망 없음’이라는 답을 택했다.


연대보다는 경쟁이 내면화


이들의 삶에서 희망을 빼앗아간 주범은 ‘일자리’였다. 20대 문 투표층의 절반인 51.9%는 삶에서 가장 걱정스러운 문제로 ‘고용, 일자리 등 경제활동 불안’을 꼽았다. 이민경 대구대 교직부 교수는 1월31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진행한 좌담회에서 “불공정성에 대한 청년의 감수성이 만들어지게 된 핵심적인 문제는 생존의 절박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자신이 살아남을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젊은이들이 공정함에 더 예민해진다는 지적이다. “청년 세대는 ‘평등’과 ‘공정함’을 구별한다. 평등은 구조적이고 결과적인 것인 반면, 공정함은 경쟁 상태에서 규칙의 공정함을 뜻한다. 청년들이 비정규직을 차등 대우해야 한다거나, 단일팀 선수가 불이익을 본다고 여기는 건 그런 면에서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다. 외환위기 때 태어났거나 성장기를 보낸 이들로 경쟁이 내면화돼 있다. 연대나 공동체적 가치를 경험한 적이 없다.” 김태영 글로벌리서치 이사는 “2030세대를 중심으로 하는 ‘공정성’ 이슈는 경제적 공포가 일상화된 상황에서 개인이 가진 작은 권리나 기회가 침해되는 것에 대한 반감과도 연결돼 있다. 문 정부가 2030세대와 4050세대가 이견을 보일 수 있는 이슈를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 때문인지 20대는 다른 세대보다 개인주의적 성향 역시 강했다. 개인의 책임을 국가의 책임보다 중요시하는 비율이 26.8%로 가장 높았고(문 투표층 전체 24.4%), 같은 맥락에서 ‘세금을 더 걷더라도 복지를 더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에 반대하는 이도 40.2%나 됐다(문 투표층 평균 36.4%). ‘개인 인권보다는 국가 안보가 우선이다’에 반대하는 응답도 72.4%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문 투표층 평균 63.7%).


흥미로운 것은, 20대 남녀 간에 한국 사회의 ‘공정성’에 대한 평가가 사뭇 다르다는 점이었다. ‘우리 사회는 노력에 따른 공정한 대가가 제공되고 있다’에 동의하는 20대 남성은 26.2%였지만 여성은 절반에 못 미치는 12.1%에 불과했다. 대학생 김영훈(25·가명)씨는 “나이가 있으신 여성분들은 많은 차별을 받아왔고, 가부장적 사회에서 살아왔다. 하지만 요즘도 그런 차별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여성친화적 정책이 굳이 필요한지 모르겠다. 여성을 무조건 우대하거나 가산점을 주는 건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열심히 일하면 지금보다 더 나은 계층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20대 남성은 27.1%였지만, 여성은 15.2%에 불과했다. 이는 20대 남성의 보수화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눈에 띄는 보수적 대북관


또 다른 특징은 보수적 대북관이었다. ‘북핵 해결을 위해 협력보다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고 답한 20대는 40.6%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문 투표자 전체 29.2%). 특히 20대 남성(54.2%)이 20대 여성(29.5%)보다 북한에 대한 ‘압박 강화’를 택한 비중이 높았다. ‘한-미 동맹 관계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답한 비중도 20대 남성이 83.2%로 전 연령·성별에서 가장 높았다. 문재인 정부가 유의해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변지민 기자 dr@hani.co.kr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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