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뉴스
2010-08-23
한·중·일 세 나라 전문가들이 어제 한국에 모여 아시아적 특성을 고려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평가모델을 마련했다. 한겨레경제연구소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이를 확산, 발전시키기 위해 기획한 ‘동아시아 30’(EAST ASIA 30)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금융위기 이후 어느 때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동아시아 3개국 차원의 독자적인 평가모델을 마련했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특히 올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담당하는 유엔 글로벌콤팩트가 결성 10돌을 맞는 해다. 오는 10월부터는 국제표준화기구가 마련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 기준 ISO26000이 시행된다. 국내 기업은 물론 동아시아 국가들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공동 노력해야 할 상황이다.
이번에 발표된 아시아 기준은 유엔 글로벌콤팩트의 10가지 기준과 ISO26000의 7가지 기준 등을 모두 고려한 13가지다. 지배구조, 환경, 사회적 역할 등 크게 세 부문으로 나뉘어 있다. 최근 폭스콘 노동자들의 연쇄 자살에서 알 수 있듯이 노동조건이 취약한 중국, 이사회와 주주총회가 제구실을 못하는 등 지배구조 면에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한국 등의 실정을 모두 고려했다. 또 공동체를 강조하는 아시아적 특성을 충분히 고려했다. 이 기준에 따라 모범적인 기업을 선정함으로써 3개국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 분야에서 변화를 이끌어가는 선도자 구실을 하게 되기 바란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부터 달라져야 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공론화되기 시작한 지 10여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국내 기업들의 참여는 소극적이다.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내는 곳도 100개 안팎에 불과하다. 불투명하고 폐쇄적인 지배구조와 노동자와 납품업체 쥐어짜기 등도 여전하다. 차별 금지, 인권 보호 등에서도 부족한 점이 많다.
단순히 사회공헌을 늘리는 것으로는 안 된다. 발상의 전환이 시급하다. 기업은 총수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주주, 종업원, 협력업체, 고객 모두의 것이라는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이다. 그래야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참여가 가능하다. 선택이 아니라 당연한 의무라는 얘기다.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는 지금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도약하고 있다. 경제 규모의 팽창에만 만족하지 말고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데도 그만한 노력이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