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뉴스
2009-04-23


[나눔꽃 캠페인] 이주여성 경제자립 돕는 ‘한몸세상’


» 정테이홍(맨 왼쪽)과 농촌 이주여성들이 자녀들과 함께 지난달 31일 오후 울산 울주군 두서면 정씨 집에서 키우는 암송아지를 살펴본 뒤 걸어가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암송아지 나눔사업·텃밭농장
경제활동 통한 소통 기회 제공
“약자 위한 사회기업 세우고파”

4년 전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정테이홍(22·울산 울주군 두서면)은 요즘 암송아지를 돌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암송아지가 새끼를 낳으면 시장에 팔아 베트남 친정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집에서 키우던 소를 돌보는 일은 힘들었는데, 암송아지가 생기니 고된 줄 모르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정테이홍과 암송아지를 맺어 준 것은 농촌 이주여성과 다문화가정을 돕는 울주군 농촌의 지역단체 ‘한몸세상’이다. 한몸세상이 ‘이웃과 자연이 함께 만드는 다문화 한몸 경제공동체’를 이루고자 아름다운재단에 지원을 요청해 받은 암송아지 2마리 가운데 1마리를 정테이홍한테 지난달 28일 전달한 것이다.

한몸세상은 다문화가정과 자녀를 돕는 기존 단체와는 다르다. 목요일마다 2시간씩 여는 한글강습과 다문화가정 자녀 공부방 같은 프로그램도 운영하지만 농촌 이주여성의 경제적 자립과 함께 이주여성들 사이의 소통, 이주여성과 지역주민·도시민 사이의 소통을 이루는 데 주력해 왔다.

김채완(41) 한몸세상 사무국장은 “이주여성들을 만나 보면 모국의 가난한 친정집을 돕고는 싶은데 육아 부담과 언어 장벽, 시댁 등의 눈치로 취업을 하지 못해 많이 안타까워한다”며 “그들의 경제 자립을 도와야 건강한 가정도 이뤄지고 경제활동을 통해 이웃을 자연스럽게 만나면서 한국 사회에 빨리 뿌리를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 암송아지 돌보며 한국과 ‘한몸’ 됐어요
암송아지 나눔사업은 한몸세상의 목적과 활동 방향을 잘 드러낸다. 이 사업은 회비나 후원을 받아 사들인 암송아지를 이주여성 농가에 기부하고, 이 암송아지가 1~2년 뒤 첫 번째 새끼를 낳으면 다른 이주여성 농가에 기증하고, 두 번째 새끼부터는 직접 키우거나 처분할 수 있게 했다. 이런 나눔을 실천하면서 이주여성들은 재산도 늘리고 같은 처지의 이주여성들을 만나 닫힌 마음의 문을 연다.

‘된장과 고추장 담그기’ 사업도 이주여성들한테 돈벌이를 제공하지만 이주여성과 지역주민·도시민이 함께 만나는 공간을 마련하는 데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이주여성과 지역주민 10~20명이 팀을 꾸려 사업 계획을 의논하고 된장과 고추장을 담그면서 친근한 이웃으로 바뀌게 된다. 된장과 고추장 재료를 지역 농가에서 사고, 된장과 고추장을 담그는 날엔 도시민을 초청해 함께 체험활동을 펼친다. 숙성된 된장과 고추장의 판로도 확보하고 서로 신뢰도 쌓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다문화가정과 지역주민, 후원가정 등 23가구가 힘을 모아 가꾼 3000㎡ 규모의 텃밭 농장은 일상에 찌들리고 먹을거리에 불안해하는 도시민들에게는 생태체험의 공간이자 친환경 먹을거리를 밥상에 올리는 통로 구실을 한다.

이런 사업은 아름다운재단이 창립 이듬해인 2007년부터 해마다 1500만원씩 지원하지 않았으면 불가능했다. 2006년 7월 설립된 한몸세상의 독특한 활동이 알려지면서 후원자들과 몇몇 지역에 연고를 둔 기업들이 도움을 주고 있지만, 대학 졸업 뒤 농촌 공동체를 일궈 보겠다고 뛰어든 상근자 4명의 활동비에는 미치지 못한다. 김 국장은 “공익단체와 일부 기업들의 도움으로 현재 60여명의 이주여성들에게 희망의 씨앗을 나눠 주고 있다”며 “나눔 공동체 사업이 성공을 거두면 수익금으로 농촌과 환경을 살리면서 더 많은 사회적 약자들을 돕는 사회적 기업을 설립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기부 문의: 아름다운재단 (02)730-1235.

울주/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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