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틱톡은 세대 차가 유난히 큰 모바일 플랫폼이다. 중국 바이트댄스가 서비스하는 15초 동영상 기반의 소셜미디어인 틱톡은 10대 사이에선 선풍적 인기지만 기성세대는 존재조차 모르는 이가 많다. 2020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안보 위협을 이유로 미국 내 사용금지 행정명령을 내릴 때만 해도 미래가 불투명했지만 틱톡은 어느새 최고의 미디어 플랫폼이 됐다.

인터넷 트래픽업체 클라우드플레어에 따르면, 2021년 세계에서 이용자가 가장 많은 사이트는 1위 틱톡, 2위 구글, 3위 페이스북 순이었다. 틱톡은 1년 전 7위에서 1위로 급상승한 반면, 페이스북은 지난해 4분기 16년 만에 처음으로 하루 이용자가 전분기보다 100만명 줄어들며 내리막길로 들어섰다. ‘15초의 힘’을 목격한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도 앞다퉈 쇼트폼(short form) 서비스에 뛰어들고 있다.

15초 영상은 본디 방송 광고의 형식이었다. 프로그램 사이에 광고 판매를 극대화하려는 목적에서 영상은 메시지 전달이 가능한 최소 단위인 15초로 쪼개졌다. 15초에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정교한 메시지와 특수효과 등 전문성이 요구됐고, 광고는 시간당 제작비가 가장 비싼 콘텐츠가 됐다. 방송의 시간 제약을 배경으로 전문기술이 동원되던 15초 영상이 인터넷에서 10대들의 콘텐츠 경쟁과 소통 도구가 된 사실은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을 보여준다.

15초 영상 열풍은 세대 차를 넘어 미래의 인터넷과 콘텐츠 방향을 알려준다. 틱톡의 추천 알고리즘은 15초마다 일어나는 이용자 반응을 분석해 최소 시간에 많은 정보를 파악한다. 이용자들이 긴 영상을 볼 시간에 15초 영상 여러 편을 선호하는 무한 정보 욕구도 드러난다.

눈길을 끄는 점은 이용자들이 점점 긴 영상에 집중하기 어려워한다는 것이다. 미국 정보기술 매체 <와이어드>는 최근 틱톡 사용자들의 50%가 1분 넘는 동영상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틱톡 내부자료를 공개했다. 무한한 콘텐츠가 경쟁하는 인터넷은 ‘주의력 빼앗기’ 산업으로 불린다. 이용자의 주의력이 활자에서 이미지, 동영상 그리고 15초 영상으로 이동하고 있는 현실은 디지털에서 긴 글 읽기 능력이 점점 어려워지는 문해력 저하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라는 것을 예고한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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