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사회적 금융이란 무엇인가?

HERI 2022. 02. 11
조회수 545
[문진수의 사회적 금융 이야기 19]
사회적 금융은 시장금융 공백 채우는 활동
금융 취약계층과 낙후 지역 발전 돕고
사회혁신기업 지원과 구성원 삶의 질 높이는
사람과 사회 중심의 따뜻한 금융
언스플래쉬
언스플래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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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금융은 시장실패로 인한 금융 결핍을 메우는 활동이다. 시장금융이 아무리 고도화되더라도 이 결핍을 피할 수 없다. 금융에서 소외된 이들이 필연적으로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결핍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가 중요하다. 사회적 금융이 고민하는 핵심 주제다. 사회적 금융이 이 일을 잘 수행한다면, 금융 소외자가 줄어들고 많은 사회구성원이 금융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 금융의 ‘사회성’이 회복된다.

금융의 관점에서 국가의 우선순위를 매긴다면, 1위 국가는 금융산업의 규모가 가장 큰 나라가 아니라 금융 공백의 크기가 가장 작은 나라다. 공백이 작을수록 금융 선진국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금융 선진국일까? 유감스럽지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시장금융이 사실상 금융 생태계 전반을 지배하고 있지만 공백을 메우려는 노력을 잘 하지 않는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사회적 경제 기업과 조직을 지원하는 금융이 활성화되고 있다. 사회적 경제를 위한 금융 지원은 대표적인 사회적 금융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 경제 지원금융은 사회적 금융의 일부일 뿐, 전부는 아니다. 시장실패로 인한 금융 공백은 우리 사회에 생각보다 훨씬 넓게 존재한다. ‘사회적 경제 지원기금=사회적 금융’이라는 도식은 사회적 금융을 너무 좁게 해석한 것이다.


한국적 맥락에서 금융 공백 즉, 사회적 금융이 요구되는 영역은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①금융 취약계층을 돕기 위한 ‘포용 금융’, ②사회혁신기업과 사업들을 지원하는 ‘임팩트 금융’, ③낙후된 지역 및 지방을 부흥시키기 위한 ‘지역 금융’, ④자조와 협동을 통해 구성원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공동체 금융’이 그것이다. 현실에서 네 영역은 서로 겹치기도 하고 따로 움직이기도 한다.

한국 사회적 금융의 위치와 영역, 경로. 문진수 원장 정리
한국 사회적 금융의 위치와 영역, 경로. 문진수 원장 정리

위 그림은 사회적 금융의 위치와 영역 그리고 이동 경로를 나타낸 것이다. 가로축은 수익 추구 여부, 세로축은 영역을 나타낸다. 주목해서 살펴봐야 할 지점은 각 금융 생태계의 이동 경로다. 자연 생태계와 마찬가지로 금융 생태계도 고정되어 있지 않고 변화한다. 나라마다 점유하는 위치와 역할이 다르다. 경로도 마찬가지다. 어떤 변수가 생기는가에 따라 이동 방향이 달라진다.

시장금융은 민간 영역에서 영리를 목적으로 작동하는 질서다. 현재 전체 금융 생태계를 지배하고 있다. 시장금융의 흐름 중 최근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특징이 공익적인 사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에스지(ESG) 영향 때문이다. 사회·환경적으로 가치가 있는 사업을 통해서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만들어지고 있다. 과거에 없던 큰 변화다.

①포용금융은 비영리를 기반으로 하며 공익적 가치를 지향한다. 사업 영역은 공공과 민간에 걸쳐 있다. ‘미소금융’처럼 정부와 은행이 주도해서 끌고 가는 방식이 있고, 민간 비영리 기구가 자체적으로 기금을 조성해 금융소외 계층을 지원하는 방식도 있다. 우리나라 사회적 금융 영역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고, 공급량도 상대적으로 제일 크다.

②임팩트 금융은 가치와 수익을 함께 추구한다. 사회적 기업, 소셜 벤처 등 혁신기업을 지원하고 성장시키는 사업을 주로 하며, 기본적으로 시장금융의 원리와 방법론을 따른다. 포용금융과 마찬가지로 민간과 공공 영역에 걸쳐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영국처럼 공공이 생태계 조성을 주도하고 있다. 정부가 토대를 마련하면서 민간의 경제주체를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③지역 금융은 시장금융 관점에서 보더라도 한국에서 가장 미발달한 금융 영역에 속한다. 낙후된 지역경제를 살리고 지역주민의 신용 공백을 메우는 지원 생태계가 거의 작동하지 않는다. 지역에 전문화된 금융기구도 없거니와 지역의 금융기관이 지역경제를 살리기는커녕 지역자원을 유출하는 경로로 기능한다. 토대와 뿌리가 없으니 어느 쪽으로 움직일지 판단하기도 힘들다.

④공동체 금융은 시장금융과 지향하는 가치와 운영 영리가 근본적으로 다르다. 수익 추구가 목적이 아니다. 금융은 수단일 뿐 금융을 통해 공동체와 공동체 구성원을 지키고 삶의 질을 높이는 게 목표다. 자조적이고 독립적으로 움직인다. 외부의 지원을 받지 않고, 자신들의 힘으로 새로운 금융 질서를 만들고자 노력한다. 공동체 금융을 ‘자조 금융’이라고 부르는 건 그 때문이다.

대공황으로 실업자가 들끓던 시절에 경제학자 케인즈는 지금은 고전이 된 책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을 통해 당시 주류인 고전파 경제학의 이론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이 책에서 “변화에서 가장 힘든 것은, 새로운 걸 생각하는 게 아니라 기존에 갖고 있던 고정관념의 틀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인간 위에 군림하지 않고 봉사하는 금융. 이익만 좇는 게 아니라 지구와 환경을 지키는 사업에 투자하는 은행. 공동체와 지역발전을 위해 일하는 금융기관. 소외된 이웃을 보듬고 쓰러진 이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 따뜻한 금융은 상상 속의 이야기가 아니다. 낡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인간과 사회를 중심에 두고 생각하면 보이는 멋진 신세계다. 우리는 지금보다 더 나은 금융을 할 수 있다.

문진수 사회적금융연구원장



한겨레에서 보기 :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03073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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