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타버스’는 미국의 과학소설 작가 닐 스티븐슨이 1992년 <스노 크래시>에서 ‘아바타’와 함께 처음 사용한 말인데, 최근 널리 쓰이고 있다.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를 합성해 만든 ‘메타버스’(metaverse)는 가상세계를 말한다. 대표 서비스로 게임플랫폼인 로블록스·포트나이트·동물의숲, 소셜미디어인 제페토·호라이즌 등이 꼽힌다. 날 때부터 가상세계를 경험한 10대와 20대 초반이 주 이용자층이다.
로블록스는 누구나 게임을 개발해 올려놓고 판매할 수 있으며 가상화폐로 거래가 이뤄지는 플랫폼이다. 현재 5000만개 넘는 게임이 올라 있어 게임계의 유튜브로 불린다. 로블록스는 이용자와 매출액이 늘어나면서 지난 3월 뉴욕증시에 상장한 이후 주가가 100% 넘게 치솟아 시가총액이 580억달러(64조원)에 이른다. 지난 1분기 하루 이용자가 4330만명인데, 절반가량이 초등학생인 ‘초딩 놀이터’다. 네이버제트의 제페토 가입자 2억명 중 90%가 국외 이용자인데, 80%가 10대다. 코로나19로 학교와 놀이터에 못 가고 가상세계에서의 만남과 활동으로 바꾼 세대다.
2003년 등장한 린든랩의 ‘세컨드 라이프’는 초창기 메타버스 서비스다. 사이버상에서 3차원 가상현실을 제공해, 개인이나 기업이 영토를 구입하거나 건물을 짓고 아바타를 이용해 각종 게임이나 판매, 홍보를 할 수 있게 한 서비스였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가 아바타 기반 시뮬레이션에 대한 관심을 대체했다.
메타버스는 인공지능, 블록체인과 함께 정보기술의 미래로 주목받는다. 엔비디아 창업자 젠슨 황은 최근 “메타버스에서 설계·디자인하는 제품이 유니버스(현실세계)의 제품보다 많아지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게 연결되고 디지털화함에 따라 점점 더 가상이 현실을 대체할 것이라는 기대다. 가상기술의 발달, 비대면의 일상화, 엠제트(MZ)세대의 콘텐츠 이용 습관, 증가하는 글로벌 유동성 등이 전망의 배경이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