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이재우의 산업혁신 톺아보기]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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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하면 우리는 2차 산업혁명 시대의 혁신 아이콘인 에디슨을 떠올린다. 그리고 그가 백열전구, 축음기 등을 비롯해 1100여개의 특허를 가졌다는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혁신과 특허를 연결한다. 여기에 창조적인 지적 활동에 대한 사회적 보상이 없을 경우 아무도 혁신을 위해 연구개발(R&D)에 헌신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믿음, 자본주의는 사적 소유를 전제로 이루어진 체계이기 때문에 지적 활동결과에 대한 소유권 역시 당연하다는 생각 등이 버무려져 우리는 특허를 자본주의 경제에서 기술혁신 체계를 유지하는 핵심적인 제도적 기반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러한 사고기반 아래에 각국은 자국민의 특허활동을 독려하기 위해 특허 등 지적재산권의 대상을 확대하고 위반 규정을 강화하는 등 개발자 보호를 위한 노력을 확대하고 있다. 그 결과 전 세계적으로 출원된 특허는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간 연평균 6.7%의 급증하며 총 2600만여개가 출원되었다. 한국의 경우에도 같은 기간 동안 200만여개에 가까운 특허가 출원되어 세계 4위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특허 활동의 급증에도 세계 경제 성장은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다. 특허 기술의 상업화 과정에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바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세계 경제 잠재성장률의 장기적인 하락추세를 보았을 때 특허의 활성화와 기술혁신 간에 거리는 점점 벌어지고 특허와 혁신, 경제성장 간의 관계가 약화하고 있는 것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다.

공격적 시장창출이 아닌 기득권 방어 전략이 되어버린 특허

혁신의 첨병으로 생각되고 있는 특허제도의 활성화에도 경제의 혁신성과 성장성이 하락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아마 특허가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는 이중적인 성격 때문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허란 특정 기술에 대한 독점적 이용권을 일정 기간 특정인에게 부여하는 것으로 개발자에게는 특허를 통한 이익을 보장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이나 다른 시장참여자의 입장에서 볼 때는 진입장벽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자유경쟁시장의 주창자들은 특허제도를 생산을 독점화시켜 시장의 경쟁적 구조를 왜곡시키는 것으로, 더 나아가서는 시장이 평가하기 이전에 특허 기술에 대해 사전적으로 수익을 보장해주는 기형적인 제도라고 비판하였다. 결국 특허는 기술 개발을 촉진하여 새로운 혁신을 추동하지만 한편에서는 시장의 역동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문제는 최근에 기업들이 특허제도를 경쟁자로부터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전략으로 활용하는 데 더 집중한다는 것이다. 기업이 경쟁사의 시장진입을 막기 위해 또는 경쟁사의 특허 시비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으로 갖가지 기술과 디자인에 대하여 아주 사소한 것까지 특허를 출원하는 것이다. 일명 ‘특허 덤불’(patent thicket)을 만들어 경쟁기업을 압박하는 것이다. 7년 간 지루한 법정 다툼 속에 종지부 찍은 삼성과 애플의 상호 특허 위반 시비가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특허 덤불 전략보다 더한 것은 ‘지뢰특허’이다. ‘지뢰’ 특허 전략이란 말 그대로 지뢰같이 여러 분야에 특허 출원을 마구 뿌려놓고 특허권 위반 가능성이 있을 경우 소송을 통해 기업들에 막대한 배상금과 향후 특허 사용료를 요구하는 것이다. 이것은 자신이 직접 상품을 개발하지 않으면서 혁신적인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형태로 매우 악의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전략을 펴는 기업을 우리는 ‘특허괴물’(patent troll) 또는 좀 고상한 말로 ‘NPE’(non-practicing entity)이라고 칭한다. 정보기술(IT) 업계의 특허 악동으로 불리는 램버스가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ARM, 컬컴 등 IT 선도기업까지도 자신의 특허를 이용하여 상품을 개발하기보다는 특허 라이센싱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을 강화 있는 상황이다. 결국 특허의 비생산적 목적 활용이 기업 전반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선진국의 보호무역 수단으로 전락한 특허

이러한 특허의 비생산적 활용은 기업의 수준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국가적 차원에서 자국 기업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기술특허를 교역의 비관세 장벽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국가 간 지적재산권 보호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는 것은 1883년 파리협약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특허를 통상의 문제로 부각한 것은 미국이 1988년 통상법 ‘슈퍼 301조’를 제정하여 해외기업이 미국기업의 특허권을 침해할 경우 수입을 금지하기 시작하면서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선진국들의 자국 기업의 기술 보호를 핑계 삼아 보호무역을 강화하려는 위한 노력은 세계무역기구(WTO)의 ‘무역 관련 지식재산권에 관한 협정’(TRIPs: Trade-Related Aspects of Intellectual Property Rights)으로 이어져 특허의 무기화가 이루어졌다.

특허의 무기화는 국가 간 기술 협력망을 붕괴시켜 글로벌 산업 발전을 가로막고 생산의 비효율성을 확대해 글로벌 경제성장의 장기적 둔화를 가져오는 것이다. 또한 선진국은 자신의 기득권을 더 확대하고 개도국의 성장 사다리를 걷어차는 데 특허를 활용하여 선진국과 개도국 간 갈등을 심화시키게 된다. 최근 미 중간 무역분쟁이 이런 갈등의 양상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보호’만 강조된 제도, 기술 전파·공유 위해 개선해야

특허가 기득권의 보호에 활용되어 경제산업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고 혁신의 첨병으로 다시 서게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우선 특허에 대한 보호를 제한하여 특허를 공유할 수 있게 하는 동시에 특허거래를 활성화하여 기술이 빠르게 전파, 확산되도록 하여야 한다.

특허에 대한 보호를 크게 제한하지 않고 공유를 확대할 수 있는 방식으로 특허풀(patent pool) 제도가 있다. 특허 풀은 경쟁기업 간 특허를 하나의 바구니에 담아 공유하게 하는 것으로 기업 간 불필요한 특허 낭비를 없애고 특허의 사업화를 활성화하는 제도이다. 이러한 제도를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가 초창기 항공기 산업이었다. 라이트 형제가 비행에 성공한 이후에도 항공산업은 비행 관련된 특허가 라이트 형제와 커티스 두 기업으로 양분된 상황에서 상호 간 특허를 사용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제대로 출발을 못 하고 있었다. 이에 미 정부는 두 기업에 특허 풀을 만들어 상호 공유할 수 있게 하여 항공기 산업이 본 괴도에 올라설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러한 특허 풀은 정부의 강제 또는 기업 간 경쟁에 따른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특허 풀 가입이 특정 기업에 제한될 경우 제외된 기업에 또 다른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는 단점이 있다.

다음은 강제적 라이센싱이다. 이것은 사회적으로 필요한 특허 기술이 한 기업에 독점되지 않게 다른 기업도 일정한 비용을 지불하여 활용할 수 있게 하여 기술이 전파, 확산, 공유되도록 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가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분야는 제약산업이다. 의약품의 경우 인간의 건강과 삶에 직접 연결되어 있어 공익적 목적으로 특허권을 가진 독점 기업의 이익을 제한하는 것이다. 제약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는 미국이 AT&T의 통신산업 독점을 막고 기업 간 경쟁을 통한 소비자의 이익 확대를 위해 Bell 연구소의 특허를 모두 강제 라이세싱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제도는 핵심 기술의 확산을 통한 파생 기술 및 사업의 형성을 독려할 뿐만 아니라 방어적 목적 등으로 직접 상품개발에 투여되지 않고 출원된 ‘휴면특허’(sleeping patent)를 활용할 수 있게 한다.

마지막으로 특허거래를 활성화해 실질적으로 활용되지 않는 특허를 다른 기업이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상품의 거래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물건이 좋아야 할 뿐만 아니라 물건에 대한 설명이 자세해야 한다. 결국 특허심사를 엄격하게 하여 특허의 질적 내용뿐만 아니라 신뢰도를 높이고 특허에 대한 정보도 정확하게 제공하여야 한다. 특허가 가지고 있는 내용뿐만 아니라 그 특허가 가지는 기술 및 특허 지도 속에서의 위치와 관련 특허 현황 등을 정확하게 제공하여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불필요한 특허의 남발을 줄이고 특정 기술을 필요로하는 기업이 거래를 통해 쉽게 관련 기술에 접근할 수 있다.

이러한 특허제도의 개선은 일국적 차원을 넘어서 국가 간 협의를 통해 이루어져야 국가 간 특허를 둘러싼 무역분쟁을 막고 국가 간 기술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다룰 협의체로 활용할 수 있는 기구로 1967년에 설립된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 World Intellectual Property Organization)를 들 수 있다. WIPO는 글로벌 지적재산의 국가 간 균형적, 효율적 이용을 목표로 하며 특히, 특허문제를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을 돕는 하나의 수단으로 인식하고 활용방법을 고민하는 UN 기구이다. 이러한 기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국가 간 특허 협력을 끌어내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기업들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특허를 활용하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결국 기업들이 특허를 잘 활용하고 사회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기업들도 지식은 나눌수록 배가 되고 서로 연결되어야 더 빛을 바라게 된다는 것, 그리고 자기만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결국은 그 사회가 가지고 있는 기반 위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재우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산업경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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