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정신이 없는 역사는 정신이 없는 민족을 낳을 것이며, 정신이 없는 나라를 만들 것이니 어찌 두렵지 않겠는가?”, “써놓고 나면 찢어버리고 싶어 못 견디는 이 역사 … 이것이 나라냐? 그렇다. 네 나라며, 네 역사며 내 역사니라.”

역사와, 역사 연구의 중요성을 이처럼 피 끓도록 설파한 선현들의 말이 또 있었던가? 앞엣것은 단재 신채호 선생이 <독사신론>에서 토해낸 말이며, 뒤엣것은 함석헌 선생이 <뜻으로 본 한국 역사>에서 밝힌 글이다.

역사는 유적이나 낡은 서책, 발굴한 뼛조각 등으로 구성되지만, 그것의 집적물이나 나열은 아니다. 역사는 선택된 사실의 이야기이지만, ‘핵심적 진실’(박광준 , <한국복지역사론>, 2013)을 드러낼 때 의미를 띨 수 있을 것이다. 하여 우리는 역사가들이 재구성한 그 진실을 통해 인류와 민족의 삶, 사회나 정치 등에 대한 통찰과 교훈을 얻는다.


역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현실은 어떤가? 복지와 분배가 사회적 화두로 떠올라 있는 지금에도 적어도 사회복지학계에서 역사는 여전히 중요하게 취급되지 못하고 있다. 숱한 대학에 관련 학과가 개설돼 있지만 내용을 보면 옹색하기 짝이 없다. 기초연구를 하는 사회복지역사 전공자도 찾기 힘들 뿐만 아니라 일관된 역사관에 입각해 한국 복지사를 서술한 책과 논문도 손꼽을 정도다. 그러다 보니 사회복지학이 국내에 들어온 지 60여년에 이르는데도, 대학에서 가르치는 사회복지 역사와 사상은 영국 등 남의 나라 얘기다.


우리의 복지 역사 연구는 몇몇 제도에 국한됐고, 포괄적 서술의 통사는 1970년 구자헌 선생의 <한국사회복지사론> 이래 오랫동안 거의 볼 수 없었다. 근년 들어서야 박광준 일본 불교대학 교수 등 몇몇 분들의 눈부신 분투로 그나마 명맥이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윤홍식 인하대 교수가 펴낸 3권의 <한국 복지국가의 기원과 궤적>은 ‘가뭄의 단비’가 아닐 수가 없다. 이 책은 18세기부터 2017년까지 한국 근현대사의 궤적을 복지와 분배가 어떻게 움터 발전해왔는지를 정치와 경제체제와의 관계를 통해 톺아본 역작이다. 이 책 출간을 계기로 한국 복지국가 역사 연구가 활발해지길 기대해본다.


이창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장 겸 논설위원 g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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