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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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던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평양 정상회담을 계기로 61%까지 반등했다. 북-미 정상회담과 지방선거 압승 직후인 6월 둘째 주 갤럽 조사에서 79%까지 치솟았던 지지율이 9월 첫째 주에는 49%까지 하락했다. 급한 불은 껐지만 불씨는 여전하다.

지난 1년간 대통령 지지율은 남북관계 이슈로 상승하고 경제민생 이슈로 하락하는 패턴을 반복했다. 흥미로운 건 지난 대선까지의 여론 지형이 남북관계 이슈는 중도보수로, 경제민생 이슈는 진보로 기우는 경향이 뚜렷했다는 점이다. 진보를 표방하는 문재인 정부의 아킬레스건은 남북관계가 되리라는 우려가 높았다. 실제는 반대다.

두 이슈의 속성이 매우 다르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남북관계 이슈는 대개 결집형 이슈다. 좋든 나쁘든 여론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소수의 목소리는 잦아든다. 지금처럼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고 평화가 손에 잡힐 듯하면 보수층도 지지하기 쉽다. 반면 경제민생 이슈는 대개 갈등형 이슈다. 정책 초반에는 압도적 지지를 얻었던 정책도 막상 구체화 과정에서 지지층이 이탈하고 쪼개지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

다수의 지지를 받을 만한 정책이라도 ‘결집된 소수’가 거세게 반대할 경우 여론은 곧잘 악화된다. 목소리 크기가 같지 않은 탓이다. 1인1표 민주주의는 1원1표 자본주의 앞에 종종 허약하게 휘둘린다. 종합부동산세는 좋은 사례다. 극소수 자산가를 겨냥한 종부세 여론 지형은 ‘올려야 한다’는 쪽이 우세하다. 7월 첫 주 갤럽 조사에 따르면 ‘종부세를 현재보다 올려야 한다’는 응답이 51%로 ‘낮춰야 한다’ 11%, ‘현재 수준 유지’ 27%보다 월등히 높았다. 부동산 정책으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 참여정부 때도 초기에는 종부세 찬성이 압도적이었다. 2004년 11월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에서 찬성은 86.9%에 이르렀다. 하지만 ‘세금폭탄론’을 앞세운 결집된 소수의 집요한 목청 앞에서 정책의 일관성, 신뢰를 상실하게 되었고, 대통령 지지율도 폭락했다. 현 정부가 새겨야 할 뼈아픈 경험이다.

경제민생 이슈 앞에서는 곧잘 지지층 내부도 균열한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자영업자층의 반대는 대표적 사례다. 핵심 지지층인 노동자와 자영업자 사이의 이해관계가 직접 대립한다. 양쪽 다 만족시키는 대안은 매우 어렵다. 심지어 노동자 안에서조차 정규직, 비정규직을 동시에 만족시키기는 어렵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취지에 대해서는 대개 지지하지만, 정부가 솔선수범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반발이 적지 않다. 혜택받는 사람은 소수지만, 못 받는 사람은 훨씬 많기 때문이다. 그들에겐 이 혜택이 무임승차로 보이기에 공정성 시비로 확산된다.

강력한 소수의 반대와 지지층 내부의 균열, 모두 극복이 쉽지 않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다. 여론지형의 근본 구도 속에서 해법을 찾아볼 수 있을 듯하다. 이전 칼럼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이 일시적이기보다는 구조적인 요인에 기반해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대중은 지난 10년간 체험한 보수정권의 부자 우대 정책에 신물이 나 있다. 진보의 약한 고리이던 남북관계 이슈도 근본 지형이 바뀌었다.

“교만해도 좋다는 말이 아니다. 국민을 믿고 담대히 개혁에 나서길 기대한다는 말이다”라는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지지율이 위기에 처하는 경험을 해본 지금, 정권 담당자들의 교만을 경계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오히려 너무 겸손해져 초심이 흔들릴까 걱정이다. 정부의 개혁 방향 자체를 흔드는 목소리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부디 담대해지길 바란다.

hgy4215@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63847.html#csidx7d07d17df5482719d58f53b2267a257 onebyone.gif?action_id=7d07d17df5482719d58f53b2267a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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