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의 눈    시민경제 • 민생 이슈 현장 전문가 칼럼
【HERI의 눈】
공익법제도 개선 위해 뛰는 양동수, 이희숙 변호사 
사법연수원 동기로 재단법인 동천서 함께 활동 
공익법 연구 총서 발간, 시민사회 ‘미투’ 지원도
왼쪽부터 양동수 사회적경제 법센터 대표, 이희숙 재단법인 동천 상임변호사
왼쪽부터 양동수 사회적경제 법센터 대표, 이희숙 재단법인 동천 상임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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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둘러 보면 더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뛰는 사람들이 참 많다. 기업으로 운영되면서 장애인이나 고령자 등 취업시장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고용하는 사회적기업이 생겨났고, 환경 운동을 하던 시민단체가 지지자들과 힘을 모아 직접 태양광 발전소를 세우기도 한다. 무엇이 ‘좋은 일’이냐에 대한 대답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꼭 남을 위한 활동만이 의미 있는 것은 아니다. 거대 자본의 갑질에서 벗어나기 위해 동네 카페가 뭉쳐 협동조합형 프랜차이즈를 만들기도 한다. 돈을 벌기 위한 활동을 하지만, 얼마나 많은 이윤을 냈는가가 아니라 사람과 사회를 중시하는 경제 활동도 있다. 바로 ‘사회적 경제’다.

이렇게 ‘좋은 사회’를 만드는 ‘좋은 일’도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변해간다. 문제는 이런 변화를 공식화하고 안정화해주는 역할을 하는 법 제도의 변화 속도이다. 사람은 저만치 뛰고 있는데, 법 제도는 한참 뒤처져있다는 탄식은 사회적 경제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대표적으로 현 법 제도는 법인을 이윤 추구 여부로 두부 모 자르듯 나눈다. 영리법인은 상법, 비영리 법인은 민법의 영역이다. 자연스레 경제 활동을 하면서 생겨난 경제적, 사회적 이익을 공동체 구성원이 함께 나누는 활동을 하려면 제약이 생긴다. “차라리 주식회사 만드는 게 속 편하겠다”는 푸념은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 관계자 사이에선 흔한 말이다. 사회적기업 인증이나 지원 과정에서는 지나친 행정 절차가 발목을 잡고, 협동조합 해산을 위해서는 총회를 두 번이나 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법 제도가 사회 혁신의 지렛대가 되도록 노력하는 변호사들이 있다. 재단법인 동천의 이희숙 변호사, 사회적 경제 법 센터 더함의 양동수 변호사다. 사법연수원 동기인 두 변호사는 법무법인 태평양이 만든 재단법인 동천에서 함께 공익법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이 가진 문제의식은 재단법인 동천이 2015년부터 해오고 있는 공익법총서 발간과 그를 위한 세미나로 이어졌다. 법무법인 태평양이 갖고 있던 ‘로앤비’라는 법률 포털을 톰슨앤로이터에 매각하며 생긴 수익을 ‘돈은 안 되는데 꼭 필요한’ 공익법 연구서 발간에 쓰기로 했고, 2015년부터 공익법인 관련법, 장애인, 이주민 관련 법 총서를 냈다. 올해 6월 사회적 경제 법 총서 발간을 앞둔 이들을 지난 20일 재단법인 동천에서 만났다.

구체적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나.

이희숙(이하 이) 현행법은 공동체를 위한 경제 활동을 하기가 무척 어렵게 되어 있다. 예를 들면, 땅이나 건물을 시민들이 공동 소유해 사회적으로 의미 있게 쓰이도록 하자는 시민 자산화 운동이 있다. 협동조합이나 시민단체를 만들고 부동산을 사려고 하면, 자본시장법이 막는다.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업은 주식회사만 가능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건설업자가 이윤을 독식해 부실공사나 집값을 올리는 게 문제라서 공동체적 가치로 꾸려가는 사회주택을 직접 만들려고 해도 마찬가지다. 건설업도 영리법인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양동수(이하 양) 사회적 경제는 경제 활동을 하고 이익을 내지만 그 목적을 사회적 가치 창출에 둔다. 영리와 비영리의 이분법으로 설명되지 않는 ‘하이브리드형’ 조직인 셈인데, 현행법제도는 이런 활동을 담아내기 어렵다.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과 등에 대한 창업지원, 기업운영, 자금조달 등이 각각 따로 있을 뿐이다. 영리 법은 단 하나를 만들 때도 수많은 이해관계자와 법률 전문가가 달라붙어 논쟁하고 만들어지는데, 공익법은 그렇지 못한 경향이 있다.

수년간 활동을 해 왔는데, 긍정적 변화도 보이나.

 개헌안에도 사회적 경제가 언급되고, 각종 활성화 대책이 나오면서 사람들의 기대가 커졌다. 야당 반대로 어려움은 있지만 사회적 경제 기본법도 곧 통과될 거라고 본다. 조달 부문에서 사회적 경제 기업에 가점을 주기도 하고, 사회적 금융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국공유 재산 활용도 쉬워졌다. 정권이 바뀐 것이 큰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도 내실 있는 변화를 위해서는 꾸준한 논의가 필요하다.

이 시민사회발전위원회, 시민 공익위원회가 국정과제로 선정되면서 정부 테스크포스에도 참가하고 있는데, 비영리 전반의 체계를 만들 기회라고 본다. 공익법에 관심 갖는 변호사가 늘어났다는 것도 고무적이다. 동천에서는 비영리단체와 공익 변호사를 일대일로 매칭하는 일을 하는데, 이틀 만에 70명의 변호사가 신청해서 마감됐다. 과거에 비하면 정말 큰 반응이다.

입법이나 개선이 가장 시급한 법 제도는 무엇인가.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이다. 매출증대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생각하는 기업을 공공기관이 더 많이 키워줘야 할 텐데, 공공도 최저가 입찰제 등 일반 기업과 다를 바 없는 기준을 들이대는 경우가 많다. 이를 위해서는 재무제표 뿐만이 아닌 사회적 가치를 고려하는 평가 기준이 꼭 필요하다. 사회적 목적 조직뿐 아니라 일반 기업도 사회적 가치를 고려하도록 사회적 가치 공시 의무도 강화해야 한다.

‘사회적 경제 기본법’이다. 공동체적 가치와 방향성을 총체적으로 담아내는 방식으로 법 제도가 움직여야 하는데, 현행법은 태생이 분절적이었다. 큰 방향을 고려해 아우른 것이 아니라 지원을 위해 지원법 만들고, 인증을 위해 인증법 만든 식이다. 사회적 경제가 어느 정도 무르익은 지금이 가치와 방향을 총체적으로 담은 기본법이 만들어질 때다. 또 그에 따라 하위법이 재정비되어야 한다.

관련 법 통과가 쉽지 않아 보인다. 야당에선 “사회적 경제는 사회주의 하자는 것”이라며 반대한다.

 ‘사회’라는 단어 하나를 문제 삼는 게 안타깝다. 이 단어에는 거부감이 있더라도, 이윤 추구와 경쟁만으로 돌아가는 사회는 한계에 달했다는 합의는 이미 퍼졌다고 본다. 양극화, 실업, 자살 등 사회 문제를 줄이고, 공동체 회복으로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방법이란 걸 더 홍보해야 한다. 공감대가 넓혀지면 (사회주의니 하는 편견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사회적 경제에 대해 이해가 없는 그런 말은 거론할 가치가 없다고 본다. 사회적 경제라는 아이디어가 서양에서는 원래 보수당 쪽에서 나왔다. 다만 사회적 경제를 한 영역으로 묶고 이들만 지원하는 방식에는 반대한다. 초기에는 육성을 위해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비즈니스가 영리와 비영리라는 구분 없이 피어날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앞으로 계획은?

 비영리 영역의 투명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대규모 세무조사가 이뤄지는 등 규제를 강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실제는 영세한 비영리 조직이 정말 몰라서 그런 경우도 많다. 그래서 이들을 돕는 활동을 할 예정이다. 시민 공익위원회 정부 테스크포스에도 참가하고 있는데, 꾸준히 이런 공익법제도 활동과 연구에 참여할 생각이다.

 사회적 경제, 사회 혁신, 사회적 가치와 관련된 법제도 개선 활동은 꾸준히 할 계획인데, 그중에서도 부동산, 금융 분야의 제도개선에 관심이 많다. 단순히 법제도 개선 활동만이 아니라 이런 논의들이 실제 사회 혁신 비즈니스로 이어질 수 있도록 다리 역할도 하고 싶다. 이런 활동 모두가 공동체의 삶의 방식과 가치를 결정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찾는 여정이라고 생각한다.

영리와 비영리의 경계만 무너진 것이 아니다. 이 두 변호사는 일반 변호사들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주거 문제에 관심이 많은 양 변호사가 대표로 있는 사회적 경제 법 센터 더함은 사회주택 ‘위스테이(We Stay)’를 직접 설립해 ‘건설업자’가 됐다. 포스코 사내 변호사로 시작한 이 변호사도 기업 사회공헌 활동 경험을 살려 비영리 시민단체를 돕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최근 결성된 시민사회 ‘미투(Me too) 운동’을 지지하는 모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하이브리드형 사회 혁신”은 이들이 자신을 소개할 때도 꼭 맞는 단어다.


글·사진 박선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 연구원 so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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