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국민의 정부에서 청와대 들어가서 보니 전부 관료들이고 나 혼자였습니다. 생산적 복지란 틀을 만들 때도 그렇고, 기초생활보장법을 만들 때도 그렇고 경제 관료들이 엄청나게 반대했습니다.”(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과 정책기획수석을 지낸 김성재씨)

“대통령과 대통령이 데리고 간 사람들이 행정부에 얼마나 영향력을 미칠 수 있었을까요?”(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을 지낸 김용익씨)

이른바 민주정부 시기에 국정에 참여했던 두 전직 교수의 회고담이다. 행정을 집행하는 관료가 국정 철학과 방향에 복무하도록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일이 국정 운영의 성패를 가름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임을 성찰한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어쩌면 더 실질적인 요소는 관료가 시민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듣도록 제도화하는 것이다. 관료는 정책을 집행하는 단순한 도구나 전달자에 머무르지 않는다. 군림하는 지배자 행세도 해, 정책의 최종 성격은 관료가 어떤 태도로 시민을 대하고 이해관계자 사이의 갈등을 조정해 내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여, 커밀라 스타이버스란 미국 학자는 공공행정의 핵심 요소로 ‘귀 기울이는 관료’란 개념을 일찍이 제시한 바 있다. 공무원들이 시민 목소리를 경청하는 경향이 높을수록 시민들도 정부 메시지를 신중히 경청한다는 게 그의 연구 결과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 정부로서 경제·사회적 대전환을 이뤄내야 하는 시대적 책무를 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이뤄내기 위해선 정책 내용을 잘 짜는 일만큼이나 보수정부에서 오랜 시간 일한 공무원들을 민주적으로 통제하고, 무엇보다 어떻게 이들이 시민의 뜻에 귀 기울이도록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복지재정을 놓고 일부 경제관료들이 어깃장을 놓는다는 말이 나오기에 떠올린 단상이다.

이창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장 겸 논설위원 goni@hani.co.kr

원문보기: 

서비스 선택
댓글
로그인해주세요.
profile image
powered by SocialXE
List of Articles

[한겨레 프리즘] 합리적 보수라는 미망 / 한귀영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 독일의 부국강병을 이끈 비스마르크는 세계 최초로 사회보험제도를 도입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강경 보수였으되 복지국가의 기초를 놓았다. 노예해방을 이끈 링컨, 자유당을 포용하고 반귀...

  • admin
  • 2017.09.25
  • 조회수 1202

[한겨레 프리즘] 합리적 보수라는 미망 / 한귀영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 독일의 부국강병을 이끈 비스마르크는 세계 최초로 사회보험제도를 도입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강경 보수였으되 복지국가의 기초를 놓았다. 노예해방을 이끈 링컨, 자유당을 포용하고 반귀...

  • admin
  • 2017.09.25
  • 조회수 1756

[유레카] 뒤틀린 ‘비둘기집’ / 이창곤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 스크랩 프린트 크게 작게 “집은 사회생활이 유지되고 모든 재생산이 이뤄지는 중심 장소다.” <제3의 길>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앤서니 기든스의 집에 대한 정의다. 프랑스의 과학철학자인 가스통 바슐라...

  • admin
  • 2017.09.25
  • 조회수 1160

[유레카] 뒤틀린 ‘비둘기집’ / 이창곤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 스크랩 프린트 크게 작게 “집은 사회생활이 유지되고 모든 재생산이 이뤄지는 중심 장소다.” <제3의 길>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앤서니 기든스의 집에 대한 정의다. 프랑스의 과학철학자인 가스통 바슐라...

  • admin
  • 2017.09.25
  • 조회수 1663

[유레카] ‘귀 기울이는 관료’ / 이창곤

국민의 정부에서 청와대 들어가서 보니 전부 관료들이고 나 혼자였습니다. 생산적 복지란 틀을 만들 때도 그렇고, 기초생활보장법을 만들 때도 그렇고 경제 관료들이 엄청나게 반대했습니다.”(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과 정...

  • admin
  • 2017.09.14
  • 조회수 943

[한겨레 프리즘] 강용주의 자유 / 한귀영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 일제강점기 문학의 사회참여를 외치며 활동하던 카프 작가 중 김남천은 1931년 공산주의자협의회 사건으로 구속되어 전향한다. 그가 1937년 발표한 작품 <처를 때리고>는 전향 이후의 자...

  • admin
  • 2017.08.29
  • 조회수 1136

[한겨레 프리즘] 원전 프레임 전쟁 / 한귀영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 스크랩 프린트 크게 작게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를 둘러싸고 진보와 보수가 대립하고 있다. 언론은 각 사의 이해관계와 시각에 따라 기사를 쏟아내고...

  • admin
  • 2017.08.08
  • 조회수 2596

[유레카] 포용적 복지국가 / 이창곤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 스크랩 프린트 크게 작게 포용적 복지국가가 새 정부 공식 문서에 처음 기록된 건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 보고서에서다. 지난 7월14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이 보고서를 발표했다. 사진은 ...

  • admin
  • 2017.08.08
  • 조회수 1464

‘어떤 사람인지 드러내는’ 여가의 진정한 가치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 스크랩 프린트 크게 작게 휴가를 보내는 모습은 저마다 다르다. 로마시대의 대시인 오비디우스는 “여가는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를 드러낸다”고 말했는데, 스스로 시간의 주인이 되는 여가를 어떻게 보내는...

  • admin
  • 2017.08.08
  • 조회수 1230

[유레카] MP3 플레이어의 퇴장 / 구본권

작게 토머스 에디슨이 19세기 말 소리를 저장했다가 재생할 수 있는 축음기를 발명했을 때 그는 용도를 속기사 대체, 시각장애인 발음 교육, 대중연설 훈련, 유언 보존용으로 예상했다. 에디슨이 주목하지 않은 음악감상용으로 축...

  • HERI
  • 2017.08.02
  • 조회수 1018

[한겨레 프리즘] 원전 프레임 전쟁 / 한귀영

작게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를 둘러싸고 진보와 보수가 대립하고 있다. 언론은 각 사의 이해관계와 시각에 따라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가히 프레임 전쟁이다. 이 이슈에는...

  • HERI
  • 2017.07.31
  • 조회수 1257

[유레카] 문재인 정부의 ‘황금 삼각형’ / 이창곤

황금 삼각형 출처: 위키피디아 황금비는 가장 미학적인 분할을 뜻한다. 주어진 길이가 1 : 1.618로 나누어질 때다. ‘신의 비율’로 여겨져 그림과 건축 등의 분야에서 널리 응용됐다. 황금 삼각형은 이처럼 두 변의 길이의 ...

  • HERI
  • 2017.07.13
  • 조회수 1163

[한겨레 프리즘] 정치를 바꾸는 수고들 / 한귀영

페이스북4 트위터 공유 스크랩 프린트 크게 작게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 지난 토요일, 내가 사는 경기도 파주에서는 한 시민단체의 지역역사올레 행사가 열렸다. 한국전쟁을 주제로 올레길을 걸으며 참가자들...

  • HERI
  • 2017.07.03
  • 조회수 1280

[한겨레 프리즘] 정치를 바꾸는 수고들 / 한귀영

게 작게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 지난 토요일, 내가 사는 경기도 파주에서는 한 시민단체의 지역역사올레 행사가 열렸다. 한국전쟁을 주제로 올레길을 걸으며 참가자들은 전쟁의 비극을 기억하고, 미래의 평화...

  • HERI
  • 2017.07.03
  • 조회수 1437

최저임금 1만원, 왜 아픔은 늘 청년과 소상공인의 몫인가?

Weconomy | 이봉현의 책갈피 경제 <이런 시급 6030원> 청년유니온 등 지음/북,콤마(2015) ‘최저임금 만원 공동행동’ 회원들이 21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최저임금 만원, 비정규직 철폐’ 등을 요구하는 6...

  • HERI
  • 2017.06.30
  • 조회수 1022

[유레카] 위기의 유럽모델 / 이창곤

자료: 중앙대 독일유럽연구센터 주최 학술워크숍 자료집(2017) “일주일은 정치에서 긴 시간이다.” 영국 노동당 지도자 해럴드 윌슨이 생전에 한 말이다. 그는 1960~70년대 영국 총리를 두 차례나 지냈다. 그의 발언에 빗대어 ...

  • admin
  • 2017.06.23
  • 조회수 1224

어느 인구학자의 선택 “내 아이는 과외 끊었다”

Weconomy | 이봉현의 책갈피 경제 <정해진 미래> 조영태 지음, 북스톤(2016) 저출산 등의 이유로 전교생이 180여명에 불과한 서울 강서구 개화초등학교 1학년 한반 학생 9명이 지난해 담임선생님과 함께 수학, 체육 수업을 하...

  • admin
  • 2017.06.23
  • 조회수 1023

[한겨레 프리즘] 참여정부를 넘어서려면 / 한귀영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 스크랩 프린트 크게 작게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84%로 역대 최고치로 나타났다. 갤럽이 6월2일 발표한 결과다. 이낙연 국무총리 등 인사 논란의 ...

  • admin
  • 2017.06.07
  • 조회수 2280

[한겨레 프리즘] 참여정부를 넘어서려면 / 한귀영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84%로 역대 최고치로 나타났다. 갤럽이 6월2일 발표한 결과다. 이낙연 국무총리 등 인사 논란의 와중에 나온 지지도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자...

  • admin
  • 2017.06.07
  • 조회수 1193

[유레카] 권력자원 / 이창곤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 스크랩 프린트 크게 작게 자료: 고용노동부 복지국가는 자본주의의 산물이다. 대량실업 등 ‘시장의 실패’가 불러일으킨 각종 사회문제를 수정 혹은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성립했다. 자본주의 시장...

  • admin
  • 2017.05.29
  • 조회수 16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