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에디슨이 19세기 말 소리를 저장했다가 재생할 수 있는 축음기를 발명했을 때 그는 용도를 속기사 대체, 시각장애인 발음 교육, 대중연설 훈련, 유언 보존용으로 예상했다. 에디슨이 주목하지 않은 음악감상용으로 축음기가 활용되면서 음악은 귀족의 호사에서 모두를 위한 즐거움이 됐다.

소니가 1979년 워크맨을 출시하면서 음악감상의 모습은 다시 한번 달라졌다. 한곳에서 음악을 감상하던 문화가 헤드폰으로 듣는 개인별 행위가 됐다. 젊은이들의 야외활동 시간이 늘어났고, 이동하면서 음악을 감상하는 문화가 생겨났다. 2000년대 이후 엠피3(MP3) 플레이어가 등장한 뒤 음악 생태계가 격변했다. 전송과 복제가 가능한 디지털 파일 단위로 소비가 이뤄지면서 앨범 유통과 소장의 문화가 사라졌다.

1998년 세계 최초의 엠피3 플레이어 엠피맨을 출시한 나라가 한국이다. 2000년 초반 엠피3 플레이어 세계시장은 레인콤·코원 등 한국 업체의 무대였으나, 애플이 아이튠스를 앞세워 뛰어든 뒤 이내 아이팟이 음악재생기의 대표가 됐다. 애플이 올해 7월 아이팟나노, 아이팟셔플을 단종하면서 애플의 음악전용 모바일기기는 사라졌다. 아이팟터치가 남아 있지만 아이폰처럼 인터넷 기기에 가깝다.

디지털 기술로 인해 앨범이 줄어들더니 음악감상 기기마저 사라지고 있다. 실상은 음악이 담겨 유통되던 익숙한 그릇이 사라졌을 뿐이지 음악은 더 많이 더 자주 더 편리하게 이용되고 있다. 음악이 자유로워진 덕분이다. 음악감상도 소유와 저장 대신 접속과 스트리밍으로 변하고 있으며, 신곡 추천도 디제이와 친구가 아닌 인공지능이 수행하고 있다. 한국이 엠피3 플레이어 시대를 열고도 과실을 놓친 아쉬움의 배경엔 제품 개발에만 몰두하고 사람들이 음악에 무엇을 기대하는지 그 가치와 문화의 본질을 성찰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