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아시아미래포럼 기조연설에 나선 두 강연자
“경제성장이 불평등 낳고 인간관계 황폐화”
브루니 교수 “행복은 본질적으로 인간관계의 문제” 
닉 마크스 “국가정책의 목표를 지디피 아닌 행복으로 바꿔야”
닉 마크스 영국 ‘행복한 일’ 대표가 23일 ‘2016 아시아미래포럼’에서 ‘행복 측정의 의미와 활용 방안’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닉 마크스 영국 ‘행복한 일’ 대표가 23일 ‘2016 아시아미래포럼’에서 ‘행복 측정의 의미와 활용 방안’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성장을 넘어, 더불어 행복을 찾아서’란 주제로 23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개막한 제7회 아시아미래포럼의 기조강연은 불평등과 관련된 통계자료를 소개하며 시작됐다. 루이지노 브루니 교수(이탈리아 로마 룸사대·시민경제학)는 경제적 불평등 정도가 표시된 세계지도를 대형화면에 띄우고선 “한국, 미국, 중국 등 빨간색으로 표시된 곳이 불평등한 국가다. 경제적으로 성장한 국가들도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고, 닉 마크스 영국 ‘행복한 일’(HW) 대표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과 중위소득이 표시된 그래프를 가리키며 “경제가 성장했어도 미국의 일반적인 시민은 23년간 실질소득이 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성장이 행복을 담보하지 못하는 핵심 근거로 두 강연자는 ‘불평등’을 꼽은 것이다.

특히 두 기조강연자는 이스털린의 역설보다도 경제적 불평등을 먼저 언급했다. 1974년 경제학자 이스털린의 연구로 알려진 ‘소득이 일정 수준에 이르면 소득과 행복의 상관관계가 없어진다’는 역설적 명제는 오랫동안 지디피의 한계를 지적하는 핵심 근거였지만, 두 강연자는 행복과 소득의 직접적인 상관관계에 앞서 소득 불평등을 강연 시작부터 화두로 꺼냈다. 왜 그랬을까. 의문을 풀 열쇠는 두 전문가가 행복의 가장 중요한 비결로 꼽은 ‘인간관계’에 있다. 행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인간관계인데, 사람들 사이의 불평등이 그 관계마저 황폐화하고 있다는 의미가 기조강연에 담긴 것이다.

브루니 교수는 ‘행복의 비밀과 역설: 새로운 시민경제를 위하여’란 주제의 첫 번째 기조강연에서 “행복은 개인의 마음 상태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인간관계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고대부터 행복이란 ‘개인적 감정’이 아니었다고 설파했다. 그는 라틴어로 행복을 뜻하는 ‘펠리시타스'(felicitas)란 단어의 접두사(fe)가 ‘인간의 양성과 번영’이란 의미이고, 이 단어 자체가 공공의 행복을 가리킨다고 설명했다. 오늘날의 용어로 풀이하면 ‘더불어 행복’인 것이다.

이 더불어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두 가지 변수로 브루니 교수는 소비재와 관계재를 꼽았다. 특히 브루니 교수가 강조한 것은 소비재가 아닌 신뢰와 우정, 정서적 인간관계에 기초한 ‘관계재’(relationship goods)다. 특정 임계치를 넘으면 행복 수준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소비재와는 달리 관계재는 행복 수준을 지속적으로 고양시킨다. 하지만 사람들은 관계재를 쉽게 간과한다. 이 부분에서 역설이 드러난다. 그는 “행복은 다른 행위의 수단이 아닌 그 자체로 목적이지만,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보내는 시간 같은 관계재는 더 많은 소득이나 소비를 위해 쉽게 포기한다”고 말했다. 행복의 수단인 소득을 위해 행복을 포기한다는 의미다.

브루니 교수는 특히 현대 자본주의가 제공하는 기만적인 소비재를 경계했다. 그는 “우리는 티브이를 보면서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티브이는 관계재가 아니라 기만적인 소비재일 뿐”이라고 말했다.

‘행복 측정의 의미와 활용 방안’을 주제로 기조강연한 닉 마크스는 자신이 개발을 주도한 지구행복지수(HPI)를 소개하며 삶의 질을 다각도로 측정하자고 제안했다. 궁극적으로는 국가정책의 목표를 지디피에서 행복으로 전환하자는 제안이다. 그는 “지디피는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을 제외한 모든 것을 측정한다고 말한 로버트 케네디 전 미국 법무장관이 지금 살아있다면 그럼 무엇이 삶을 가치있게 만드는가와 정부는 무엇을 해야하는가를 물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스는 행복의 증진을 위해 개인과 정부에게 제안하는 지침을 별도로 제시했다. 개인에게 주는 지침은 관계를 고양시키는 행위, 행복을 위한 활동, 타인에게 베푸는 행위 등이다. 그가 역설한 정부의 역할도 인간관계와 관련이 있다. 정부가 학교교육, 금융시스템, 보건복지서비스 등의 공공서비스를 삶의 질을 기준으로 개혁하는 동시에 지역에서 시민들 간의 연대를 복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이나 영국 브렉시트와 같은 현상은 사람들이 사회 시스템에서 격리됐다는 인식에서 나온 것이다. 정부가 경제성장에만 몰두했지만, 시민들은 오히려 정부정책에서 소외됐다는 인식을 낳았다”고 지적했다.

윤형중 기자 hjy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