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유레카] 면세점

admin 2015. 06. 09
조회수 4378


면세점(duty-free shop)의 기원은 중세 유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러 나라 항구를 뱃길로 드나드는 무역상이 음식물과 술·담배를 구입할 때 해당국 세금을 면해주던 데서 출발했다.

최초의 공항면세점은 1945년 문을 연 아일랜드 섀넌 공항이다. 이곳은 수도인 더블린에서 400㎞ 떨어진 변방이지만, 미국에서 대서양을 횡단해서 만나는 가장 가까운 유럽이다. 북미-유럽 직항 기술이 부족해 중간 기착지가 필요했던 시기다. 당시 케이터링 책임자인 브렌던 오리건은 공항 수익사업으로 ‘비과세 상점’을 제안했다. 공항 이용객은 출국 심사를 받고 나면 어떤 나라에도 속하지 않은 공해상에 머무는 셈이니 해당국의 법규(과세)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논리였다. 1947년 아일랜드 정부는 최초의 면세법을 만들어 공항 면세점을 허용했다. 처음에는 소소한 기념품 등을 판매하다 점차 면세 효과가 큰 술·담배, 향수와 보석 등으로 확대됐다.

면세사업을 대규모 유통업으로 발전시킨 나라는 프랑스다. 만성적인 무역적자를 보전할 목적으로 1959년 공항 이외의 상점에서도 외국인에게 내국세를 면제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시내 면세점의 출발이다. 우리나라 면세점은 1964년 한국관광공사가 주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문을 연 한남체인이 효시 격이다. 이후 1967년 김포공항에 첫 공항 면세점이 개설됐고, 1979년 시내 면세점이 들어섰다.

국내 면세점 시장 규모는 2010년 4.5조원에서 올해는 9조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정책 이후 급속히 대기업 독과점 시장으로 변했다. 업계 1·2위인 롯데·신라 두 기업의 점유율은 2007년 57%에서 2014년 83%로 급등했다. 두 면세점은 지난해 6조6천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최근 시내 면세점 신규 사업권 경쟁에 또 뛰어들었다. 면세점은 국가가 징세권을 포기하는 특혜 사업이다. 대기업 마진으로 흘러간 세금은 어디에서 벌충해야 할까?

김회승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honesty@hani.co.kr

등록 :2015-06-08 18:36


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694971.html
첨부
서비스 선택
댓글
로그인해주세요.
profile image
powered by SocialXE
List of Articles

[김공회의 경제산책] 우리의 ‘거울’이기도 한 그리스

요즘 그리스를 보며 우리 자신을 돌아보곤 한다. 단순히 과거에 우리가 그와 비슷한 처지에 있어봤기 때문이 아니다. 그리스의 현재가 한국경제의 중요한 일면을 비추고 있기 때문이다. 왜 그리스는 위기에 빠졌는가? 한쪽에...

  • admin
  • 2015.07.28
  • 조회수 4843

[싱크탱크 시각] 외씨버선길의 ‘느린 경제’ 실험

2007년 제주 올레길을 시작으로 전국 곳곳에 걷는 길들이 유행처럼 만들어졌다. 걷기여행길 종합안내 누리집을 보면 현재 전국에 걷는 코스는 1600여개에 이른다. 5년 전에 비해 10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많은 길들이 생겨난...

  • admin
  • 2015.07.27
  • 조회수 4229

[한겨레 프리즘] 진보정치의 열린 틈새

2004년 총선에서 신생 민주노동당은 정당득표율 13.1%를 얻어 단번에 10석을 획득했다. 선거 직후 시골 폐교를 약간 손본 남원연수원에서 국회의원과 평당원이 어울려 밤새 토론하고 의원도 자기 식기는 손수 설거지를 하는 ...

  • admin
  • 2015.07.20
  • 조회수 3608

[싱크탱크 시각] 대통령이 정치를 하는 이유?

박순빈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부원장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8일 원내대표 사퇴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다고 했다. 그가 정치를 하는 이유는 민주공화국...

  • admin
  • 2015.07.13
  • 조회수 3614

[유레카] 엘리엇 펀드

전세계 헤지펀드는 1만1천여개, 운용자산은 3천조원으로 추산된다. 투자금보다 많은 돈을 차입하는 게 관행이어서, 실제 굴리는 돈은 이보다 훨씬 더 많다. 헤지펀드는 말 그대로 투자 위험을 철저히 회피(hedge·헤지)하는 ‘무위...

  • admin
  • 2015.07.06
  • 조회수 3617

[싱크탱크 시각] ‘사회책임 조달’의 의미있는 진전

이현숙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적경제센터장 서울 서대문구의 뒷골목 청소는 사회적 기업이 맡고 있다. 청소용역 사회적 기업 ‘한누리’는 3년 전 서대문구청의 뒷골목 청소사업을 위탁받았다. 단기 공공근로 때보다 지역주민 ...

  • admin
  • 2015.07.06
  • 조회수 3819

[싱크탱크 시각] ‘민달팽이족’을 위한 아시아 협력

얼마 전 한 방송에서 청년들이 사는 고시원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줬다. 4제곱미터 남짓한 공간에, 침대 발치는 책상 밑에 들어가 있었다. 창문이 없어 공기는 탁했다. 복도에도 빛이 들어오지 않아 한낮인데도 어두컴컴했다...

  • admin
  • 2015.06.15
  • 조회수 3587

[유레카] 면세점

면세점(duty-free shop)의 기원은 중세 유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러 나라 항구를 뱃길로 드나드는 무역상이 음식물과 술·담배를 구입할 때 해당국 세금을 면해주던 데서 출발했다. 최초의 공항면세점은 1945년 문을 연 아일랜...

  • admin
  • 2015.06.09
  • 조회수 4378

[유레카] 제론토크라시

노인들의 삶의 질은 한 나라의 경제력과 노인 비중에 비례하기 마련이다. 영국의 노인 인권단체 ‘헬프에이지 인터내셔널’(Help-Age International)의 자료(2013년 기준)를 보면, 전세계에서 노인들이 가장 살기 좋은 나라는 ...

  • admin
  • 2015.05.14
  • 조회수 5704

[싱크탱크 시각] 첫발 뗀 사회주택, 반갑다!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3년 전 사회적경제 연수단과 함께 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비영리 임대협동조합주택을 찾았다. 번화한 도심 바로 뒤편에 102가구가 사는 ‘로어 크릴’ 협동조합주택은 2002년 공공, 비영리, 민간 영역...

  • admin
  • 2015.05.04
  • 조회수 4615

[싱크탱크 시각] 사회적경제법, 마지막 오르막길

1년 전 이맘때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만났다. 사회적경제언론인포럼이라는 공부모임에서였다. 매달 한 번씩 초대손님을 모셔 사회적 경제 분야 이야기를 듣고 토론하는 자리다. 그달 초대손님으로 참석한 유 대표는 사회적경...

  • admin
  • 2015.04.13
  • 조회수 3812

[유레카] 선분배 정책

총선을 2개월 앞둔 영국 노동당의 핵심 전략은 ‘선분배 정책’(Pre-distribution)이다. 이미 발생한 불평등을 조세와 복지 정책으로 사후에 보완하는 정책(2차 분배)이 아니라, 소득 분배가 이뤄지는 단계에서 불평등을 완화하...

  • admin
  • 2015.03.26
  • 조회수 4178

[싱크탱크 시각] ‘힘내라’ 대학생협

협동조합이 봄기운처럼 퍼지고 있다. 2012년 12월부터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지 2년 만에 6000여개의 협동조합이 만들어졌다. 기본법 시행 이전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에 따라 활동하고 있는 소비자생활협동조합(생협)도 성장...

  • admin
  • 2015.03.23
  • 조회수 4611

[유레카] 불황과 불륜

불경기엔 이혼이 증가한다. 통계청의 연간 이혼 건수를 보면, 1990년대 이후 전년 대비 증가폭이 가장 컸던 때는 외환위기가 닥친 1998년(28.0%)이다. 다음으로 높았던 게 카드대란을 겪은 2003년(15.0%)이다. 이후 줄곧 감소하던...

  • admin
  • 2015.03.04
  • 조회수 4890

[싱크탱크 시각] 최저임금 후진국 언제까지?

사람은 왜 일을 하는가? 가장 공통된 이유는 ‘인간답게 먹고살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일을 해도 생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노동자들이 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정의를 기준으로, 한국의 저임금 노동...

  • admin
  • 2015.03.02
  • 조회수 4799

[싱크탱크 시각] ‘부자들의 나라’ 필리핀, 남 얘기 아니다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20대들아, 대한민국의 미래는 필리핀이다.’ 5년 전 서울대생이 교내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린 글이 최근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제목에서 엿볼 수 있듯이 심각한 양극화가 가져올 암울한 미래 예...

  • admin
  • 2015.02.09
  • 조회수 6578

[유레카] 증세 없는 복지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오너십 사회’(ownership society)를 국정 목표로 내걸었다. 개인이 스스로 부를 늘리기 좋은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당연히 의료와 교육 등 공적 영역은 급격히 축소됐다. ‘부자 국민’...

  • admin
  • 2015.02.04
  • 조회수 4127

[유레카]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내가 체감 못하는 이유는

2010년 어느 겨울날 서울 종로5가에 위치한 광장시장. 한겨레 자료사진 [유레카]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3만807달러로 추정했다. 세계 24위다. 지난해엔 2만8738달러(25위)였다. 현대경제연구원도 비...

  • admin
  • 2015.01.28
  • 조회수 3890

[싱크탱크 시각] 지역일꾼들은 왜 불안한가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얼마 전 경남 통영에 잠시 들렀다. 오랜만에 다시 찾은 통영은 그야말로 상전벽해였다. 남망산에서 내려다본 통영 전경은 보석으로 수놓은 듯 경이로웠다. 바다가 쏙 들어와 있는 강구안을 따라 집과 ...

  • admin
  • 2015.01.19
  • 조회수 4028

[유레카] 국가 양육론

미국에서 결혼한 부부의 절반은 이혼하고, 새로 태어나는 아이의 40%는 미혼모 자녀다. 준 카본 미네소타대 교수는 “미국 사회에서 결혼은 ‘지킬 수 없는 의무’가 돼가고 있다”고 진단한다. 결혼이 자손을 낳고 교육하는 ...

  • admin
  • 2015.01.12
  • 조회수 4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