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 20주년 국제 세미나

이종선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부소장
노동기본권, 일과 생활 균형, 사회적 대화 등
10개 범주로 구성한 ‘좋은 일자리’ 지표 제안
“지난해 노사정 대타협 합의 이행·모니터링 필요”

박태주 노사정위 상임위원
“다면적·중층적 사회적 대화 구조 형성돼야
노동이사제를 통한 경영참여 고려해볼만”
27일 서울 여의도 CCMM 빌딩에서 열린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창립 20주년 국제 세미나 ‘보건의료 분야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새로운 교섭체제와 사회적 대화를 위하여’에 참석한 이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제공
27일 서울 여의도 CCMM 빌딩에서 열린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창립 20주년 국제 세미나 ‘보건의료 분야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새로운 교섭체제와 사회적 대화를 위하여’에 참석한 이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제공
보건의료 분야에서 좋은 일자리를 만들려면 산별교섭과 사회적 대화가 필수적이라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27일 서울 여의도 시시엠엠(CCMM) 빌딩에서 열린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창립 20주년 국제 세미나 ‘보건의료 분야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새로운 교섭체제와 사회적 대화를 위하여’에 참석한 이들은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보건의료 분야에 있으며, 이 기회를 활용하려면 사회적 대화와 타협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세미나는 보건의료노조와 민주노총,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좋은 일자리’ 창출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과제 가운데 하나로, 공공 부문에서 81만개 일자리를 만들어 소득주도 성장을 통한 내수 진작과 경제 활성화의 선순환 구조를 이루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이 가운데 보건의료 분야는 초고령 사회를 앞둔 상황에서 일자리와 비정규직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해 5월 전 산업 부문을 통틀어 처음으로 좋은 일자리 50만개 창출을 위한 정책제안서를 낸 바 있으며, 8월에는 선도적인 사회적 대화 제의로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사정 공동선언’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보건의료 분야의 좋은 일자리일까. 이종선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부소장은 이날 발제에서 “안정되고 미래 전망이 밝고, 일과 생활 간의 균형으로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하며, 남녀 고용평등과 공정한 대우가 이루어지는 일자리”라는 국제노동기구(ILO)의 개념에 더해, “노동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구현하고 그 존엄성을 보장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돈보다 생명’이라는 사회·공공적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일자리”가 좋은 일자리라고 정의했다. 의료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이라는 가치와 철학을 좋은 일자리의 정의에 담은 것이다.

이에 따라 이 부소장은 좋은 일자리를 평가하는 지표를 △노동기본권 △보건과 안전 △소득과 복지 △적정 노동시간 △일과 생활의 균형 △고용안정성 △사회적 대화 △경력개발, 교육훈련 △직장 내 관계 △사회적 책임이라는 10개의 범주와 하위 세부지표 100개로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일 자체로서 일자리의 질과, 넓은 범위의 노동시장 측면에서 고용의 질 모두를 포괄해 좋은 일자리를 바라보자는 것이다.

이 부소장은 이 지표가 제대로 활용되고,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게 하려면 초기업적 사회적 대화와 타협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사관계 개혁이 좋은 일자리 만들기로 이어지고, 이것이 환자의 안전과 의료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은 개별 의료기관 단위에서는 불가능하고, 적극적인 노사정 대화와 산별 교섭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또 보건의료 분야에서 실질적으로 좋은 일자리 창출이라는 성과를 거두려면 “지난해 이뤄낸 노사정 대타협 합의의 이행과 모니터링 체계 구축, 일자리위원회 산하 보건의료특위 운영 내실화, 산별교섭 제도화, 보건의료인력지원특별법 제정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태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상임위원도 발제를 통해 “보건의료 분야에서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노사의 내부적인 노력과 제도적 접근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짚었다. 지난해 보건의료 분야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포함한 양질의 일자리 1만3225개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은 ‘임금인상 자제’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교환했기 때문인데, 이는 적극적인 노사정 대화와 산별교섭이 진행됐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박 상임위원은 또, 다면적이고 중층적인 사회적 대화구조가 형성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가령 전국 차원에서는 공공기관 노정 정책협의와 보건의료 전국 중앙산별교섭이 이뤄진다. 또 국립대냐 사립대냐, 지방의료원이냐 민간중소병원이냐 등 의료기관 특성에 따라 특성별 교섭이 이뤄지는 한편, 개별 병원 차원에서는 기업별 보충교섭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기업별 차원에서는 현재 서울시 공공기관 12곳에서 도입한 노동이사제를 통한 노조의 경영참여를 고려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노조가 저성장 양극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의 주체가 될 수 있는가. 이 과정에서 산별 체제, 사회적 대화, 경영참여는 어떤 의미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며 “‘자기 땅에서 유배당한 자들’인 노동자를 이 땅의 주인으로 만드는 것이 민주주의의 핵심이며 그것이 바로 사회적 대화”라고 말했다.

조혜정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 수석연구원 zest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