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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듯 다른’ 문 지지자들

admin 2018. 02. 27
조회수 383
2016년 가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라는 사상 초유의 국정 농단 사태를 겪은 국민들은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광장 민주주의를 통해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을 탄핵한 국민들은 2017년 5월 제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선택했다. 촛불의 핵심 요구는 ‘훼손된 민주주의를 바로잡아달라’는 것이었다. 이 열망을 받아안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9개월이 지났다. 그리고 4개월 뒤인 6월13일 또 한 번 ‘선택’이 이뤄진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선택한 이들은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심층면접좌담(FGI)을 열어 문재인 정부 성패의 열쇠를 쥔 2030세대의 속내에도 귀를 기울여봤다. _편집자


지난해 4월18일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전주 전북대 앞에서 집중 유세를 펼치는 가운데 문 후보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지난해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선택한 송아무개(40·여)씨의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는 흔들림이 없었다. 그는 “문재인 정부 이후 삶이 조금씩 바뀌고 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정부가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정책을 실행하면서 당장 나도 정규직으로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어요. 노조 가입으로 자신의 권리를 찾으려는 사람도 늘고 있고요. (현재 들불처럼 번지는) 미투(#Me_too) 운동도 시민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낼 수 있는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것이라고 봐요. 예전에는 불이익을 받을까봐 하지 못한 행동을 이제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송씨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찍겠다고 답했다. “산적한 정부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원동력이 필요한데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할 것” 같기 때문이다.


민주당에 전폭적 지지 의사를 밝힌 송씨와 달리 박아무개(38·남)씨는 차선책으로 여당을 선택하겠다고 했다. 그도 지난 대선에서 문 대통령을 찍은 ‘문재인 지지자’다. 그는 민주당을 선택하는 이유로 “민주당을 선호해서가 아니라 나머지 당들이 다 별로다. 이번에도 결격 사유가 없는 한 민주당을 찍을 것 같다”고 말했다. 생각의 결은 다르지만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을 선택했던 두 명의 ‘문재인 지지자’가 이번 지방선거 때도 여당을 선택하겠다는 의견을 밝힌 것이다.


문 투표층의 지방선거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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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선택했던 이들은 지난 9개월 동안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그래서 이들은 6·13 지방선거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한겨레21>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은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와 함께 전국 19~59살 성인 남녀 2천 명에게 온라인 심층 여론조사를 했다(자세한 설문조사 결과는 위 그래픽 참조). 이 가운데 <한겨레21>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은 ‘지난 대선에서 문 대통령을 선택했다’고 응답한 1053명(이하 ‘문 투표층’이라 지칭)만을 따로 뽑아 연령·계층별로 세부적 분석을 했다. 현재 70% 안팎의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는 문 대통령 지지자들의 심리를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문재인 정부 출범 뒤 문 투표층만을 대상으로 이런 분석을 시도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분석 결과, 문 대통령에 대한 문 투표층의 지지는 흔들림이 없었다. 4개월 뒤 ‘6·13 지방선거에서 어느 당 후보에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문 투표층의 62%는 민주당을 1순위로 꼽았다. 이에 비해 전체 응답자(2천 명) 가운데 민주당 후보를 1순위로 꼽은 이는 39.2%였다. 문 투표층 가운데 다른 정당을 선택한 비율은 바른미래당 4.2%, 정의당 1.4%, 자유한국당 1.1%에 불과했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27.3%였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권순정 조사분석실장은 “바른미래당은 유권자가 수긍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한국당은 오히려 퇴행적인 모습을 보인다. 문 투표층이 정부·여당을 급격하게 이탈해서 야권에 표를 던질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문 대통령의 직무 수행 평가에서도 문 투표층은 81.8%가 ‘잘하고 있다’고 답해 전체 응답자(63%)를 압도했다. 자신을 진보 성향이라고 평가한 이들의 비율(문 투표층 53.6%, 전체 응답자 38.7%), 서명·후원·집회 참여 등 정치에 참여하는 비율(문 투표층 39.2%, 응답자 34.6%) 등도 높았다. ‘경제성장과 복지확대 가운데 경제성장을 우선해야 한다’는 항목에 전체 응답자는 42.1%가 반대했지만, 문 투표층의 반대 의견은 50%였다. ‘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는 항목에도 전체 응답자의 44%가 반대한 것에 비해 문 투표층은 51.2%가 반대했다. ‘개인의 인권보다 국가안보가 우선’이라는 항목에서는 전체 응답자의 57%가 반대했지만, 문 투표층은 63.7%가 반대했다. 이를 통해 볼 수 있듯 문 투표층은 한국 사회의 평균보다 상대적으로 진보적이고 리버럴한 집단이었다.



분배 vs 성장, 찬반 50 대 50


2017년 봄 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같은 해 5월23일 첫 공판을 끝내고 수갑을 찬 채 호송차로 가고 있다. 박승화 기자

그러나 주목해봐야 할 지점은 따로 있다. 문 투표층이 사회 평균보다 동질하고 진보적 집단이긴 하지만, 한국 사회를 가르는 핵심 현안에 명확한 입장을 갖고 있진 못했다. 대표적으로 ‘복지확대보다 경제성장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항목에서 문 투표층의 찬반 의견은 정확히 찬성 50%와 반대 50%로 갈렸다.


지난 대선에서 문 대통령을 찍었지만 정치 성향을 중도·보수라고 밝힌 최아무개(30·남)씨는 “한국 경제의 성장세는 꺾였지만 그래도 경제성장을 추동하기 위한 정책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너무 무분별하게 복지 혜택을 주다보니 필요가 없는 사람에게도 큰 수혜가 돌아가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문 대통령을 찍은 이유에 대해 “국정 농단 등 많은 일이 있었다. 보수세력에 대한 실망이 워낙 컸고 딱히 뽑을 후보가 없었다. 문 대통령이 용기 있게 나온 모습에 믿어보겠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기업 규제 여부나 지하철 파업 등 주요 현안에 대한 견해도 첨예하게 갈렸다. ‘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는 항목에 문 투표층의 51.2%가 반대했지만 찬성 입장도 48.8%나 됐다. 민주당 지지자라고 밝힌 정아무개(50·남)씨는 “무분별하게 규제를 풀어 국민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기 때문에 사안별로 접근해야 한다”면서도 “기업 규제를 완화하면 자율성과 창의성을 높여 효과를 얻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규제를 푸는 쪽으로 가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버스·지하철·철도 등 교통기관의 노조가 파업을 벌일 경우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항목에서도 45.3%가 반대, 54.7%가 찬성으로 나타났다.


문 투표층의 ‘이념적 복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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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문 투표층의 이같은 다양성에 대해 ‘촛불집회 효과’라는 분석을 내놨다. 김태영 이사는 “문 투표층은 촛불 정국에서 나타난 정치 연합으로 세대 연합(2030세대와 87년 세대)과 이념 연합(진보와 중도, 보수 이탈층)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 20~50대의 정치적 경험과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 사이엔 적잖은 차이가 있지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반작용으로 이들 사이에 기묘한 연대가 이뤄졌다는 뜻이다.


문 투표층의 ‘이념적 복잡성’과 그 때문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취약성은 올해 초 부동산 대책, 비트코인, 평창겨울올림픽 아이스하키 단일팀 등 주요 현안을 둘러싸고 조금씩 노출돼왔다. 결국 1월25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 결과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59.8%로 취임 이후 처음 60%대 아래로 떨어졌다. 지지율 하락의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정권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민감 현안인 부동산 대책이었다. 문 투표층 내부에서도 올해 초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불기 시작한 집값 상승 열풍에 대한 정부 대응에 대해 ‘잘하고 있다’(42.1%)는 의견보다 ‘잘못하고 있다’(47%)는 의견이 많았다(위 그래프 참조).


예전부터 일관되게 진보 성향 후보를 지지해왔다는 이아무개(59·남)씨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문 정부도)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답습하는 것 같다. 부동산으로 불로소득을 얻지 못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심어줘야 하는데 표를 의식해 좌고우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집값 하락에는 연착륙이 필요하다는 이도 많았다. 송아무개(40·여)씨는 “부동산 정책의 효과를 단기적으로 확인하기는 힘들다고 본다. 제대로 평가하려면 기다려야 한다. 집값이 안정돼야 하지만, 내 집값이 떨어지는 건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은 “노무현 정부 당시 지지 기반이 붕괴된 것도 부동산에 따른 지지층의 열패감 때문이었다. 부동산은 자산에 따른 불평등의 문제이자, 공정한 출발을 저해하는 요인으로서 많은 사회문제를 함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 투표층을 가르는 또 다른 변수는 한국 사회의 새로운 갈등 전선으로 부상한 ‘세대’였다. 이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 올림픽 단일팀 구성이었다. 단일팀에 대한 긍정도는 20대에서 41%로 가장 낮았고, 30대 47.7%, 40대 53.4%, 50대 63.2%로 연령층이 높아질수록 큰 폭으로 늘어났다. 지난 대선에서 상대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 문 대통령을 찍었다는 천아무개(26·여)씨는 단일팀 추진에 대해 “갑작스럽고 황당했다. 우리는 통일에 대해 그렇게 절실한 세대가 아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면서 같이 울기 바란 것 같은데 온도차가 분명히 있다. 정부가 세대가 바뀐 것을 정말 모른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최아무개(30·남)씨도 “그동안 준비해온 선수들도 있는데 독단적으로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통일’보다는 ‘공정성’에 공감하는 젊은층들의 불만이 폭발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그러나 50대 후반인 이아무개(59·남)씨는 “젊은 사람들이 반발했다는 게 이해가 잘 안 된다. 과정이 서툴긴 했지만 평화를 위해서는 단일팀으로 가는 게 맞다. 다만 워낙 취업도 어렵고 상처받고 있는 젊은 친구들이 이해할 수 있는 정책적 설명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끈끈한 정치 연합 못해


‘가즈아’라는 한 문장으로 희망 없는 ‘헬조선’ 세대의 욕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던 비트코인에 대한 대책에 대한 평가도 세대 갈등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정부의 비트코인 정책에 대한 연령별 긍정도는 20대 41.4%, 30대 48.9%, 40대 49.2%, 50대 52.7%로 연령이 높아질수록 올라갔다. 비트코인 투자 경험이 있는 김아무개(36·여)씨는 “젊은층 중에 비트코인으로 재산을 날려 문 지지층에서 돌아선 사람이 많을 것이다. 법무부가 왜 나섰는지 모르겠고, 정리되지 않는 상황에서 많은 정책이 나오니 거래하는 사람들끼리는 오늘은 무슨 정책이 나올까 자조 섞인 이야기를 나눴다. 정부가 아마추어 같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젊은 세대의 분위기를 반영하듯 문 투표층 가운데 민주당 후보를 1순위로 선택하겠다는 이들은 20대 51.9%, 30대 63.6%, 40대 64.6%, 50대 66.9%로 연령이 낮을수록 확연히 떨어졌다.


4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선 큰 변수가 없는 한 민주당의 압승이 예상된다. 문제는 그 이후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의 윤태곤 정치분석실장은 “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의 외연 확장은 2016년 4월 총선 때부터 이어져왔다. 그러나 ‘확장성’은 뒤집어보면 ‘밀도가 약하다’는 뜻이다. 정권 초에는 (문 대통령이) 웃고만 있어도 지지율이 올랐다. 반박근혜의 상징으로 지지층이 결합됐지만 앞으로 부동산 등 여러 사회·경제적 이슈가 부각되며 지지자들의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 우려되는 것은, 한국 사회에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다는 점이다. <한겨레21> 조사에서 드러났듯, 문 지지자 내부에서도 ‘복지확대’ ‘경제성장’이라는 두 가치에 대한 찬반은 정확히 반반으로 갈렸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을 거치며 현재 우리 사회의 핵심 과제가 무엇이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토론이 거의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상대적으로 진보적 성향을 보이는 문 투표층도 ‘핵심 가치’를 중심으로 하는 끈끈한 정치 연합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교수는 이 점을 지적하며 “이런 상황에서는 세 방법이 있다. 첫째는 가장 다수의 합의가 가능한 방식으로 정책을 끌고 가는 것이고, 둘째는 정체성을 분명히 해서 진도를 확 빼는 것이다. 셋째는 이 둘을 끊임없이 절충하는 방법이다. 문재인 정부는 구조적 한계로 첫 번째 방법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저임금 사례를 보면, 노동계가 확실히 지지해주고 (최저임금으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소상공인들과는 약간의 양보와 타협을 거쳐 사전 정책 협약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런 게 하나도 없었다. 과거 노무현 정부가 행정수도를 얘기하면서 이를 지지해줄 사회적 기반을 마련하지 못한 채 정책을 강행했다. 그래서 지지 기반이 깨져버렸다. 결국 문 정부는 주요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대신 합의 가능한 수준으로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이 같은 모호한 모습을 보일 경우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을 염원하는 핵심 지지층의 실망을 불러올 수 있다.


이탈 조짐 보이는 젊은층


결국 문 정부의 성패는 문 대통령이 자신의 철학을 실현하는 데 방패막이가 되어줄 끈끈한 정치 연합을 구성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이를 가늠할 풍향계는 벌써 이탈 조짐을 보이는 젊은층의 동향이다. 한귀영 센터장은 “좀더 정치한, 준비된 정책이 필요하며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설득하는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도 “세대를 대상으로 (갈등을) 합의로 이끌어내기 위한 정보 제공과 설득 프로세스를 고민해야 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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