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하이라이트
HERI의 눈
분석: 공공기관 경영평가 어떻게 바뀌나?
효율성 위주 탈피, 책임성 및 공공성 강화 초점
평가단 구성, 보상 시스템도 올해 안 손보기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취임 직후 인천공항공사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 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취임 직후 인천공항공사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 기자단

00502801_20180212.JPG

올해 들어 국내 공공기관(공기업 및 준정부기관)의 최대 관심사는 ‘사회적 가치’이다. 공공기관이 좀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도록 하는 공공기관 경영평가 개편안이 지난해 12월 말 발표됐기 때문이다. 제 15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확정된 이번 개편안은 평가 지표뿐 아니라 평가 시스템, 사후관리까지 평가의 전 단계를 개편하는 내용이 담겼다. 기재부는 이후 이를 ‘2018 공공기관 경영평가 편람’에 반영했는데, 내년 상반기에는 새 평가 방식에 의한 첫 경영평가가 나오게 된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십년 동안, 경영 효율화를 중심으로 운영된 경영평가는 간접 고용 등 질 낮은 일자리 확산, 과도한 성과급 지급 등 적지 않은 부작용을 낳았다. 지난해 불거진 대규모 채용 비리 사건은 공공기관의 공공성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문재인 정부가 이번에 공공기관 경영평가 방식을 크게 손보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이번 개편안에서 가장 주목할 것은 ‘사회적 가치’의 비중이 높아진 점이다. 평가 지표의 평가 항목과 점수 비중에서 이런 특징이 두드러진다. 경영평가지표는 크게 경영관리와 주요사업으로 나뉜다. 경영관리는 전략, 조직 및 인사, 재무관리 등 공공기관의 경영 전반을, 주요사업은 공공기관의 개별사업을 평가한다.

자료: 공공기관 경영평가 평가 지표 개편안,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정리.
자료: 공공기관 경영평가 평가 지표 개편안,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정리.

경영관리의 최하위 평가 항목으로 5점만 주어졌던 ‘사회적 책임’은 ‘사회적 가치 실현’으로 이름이 변경되며 총 22점(공기업)이 배정됐다. 독립된 평가 항목으로 △일자리 창출 △균등한 기회와 사회통합 △안전 및 환경 △상생 협력 및 지역발전 △윤리경영 등 5개 하위 항목을 포함해 그 위상이 높아졌다. 사회적 책임을 경영 외 부수적인 활동으로 인식했던 기존 지표와는 달리, 공공기관의 사회적 역할을 제대로 평가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주요사업도 기존에 사업의 전반적인 운영 성과를 평가하는 데서 나아가 사회적 가치를 담은 사업과 기타 사업으로 분류해 평가하기로 했다. 특히 준정부기관의 경우, 주요사업 55점 만점 중 사회적 가치 실현 사업에 최대 35점까지 배정해 사회적 가치를 본업에 어떻게 담아내는가에 따라 경영평가가 좌우될 수도 있게 됐다.

공공기관 조직 내부 운영도 마찬가지다. 기존의 조직인사 항목은 시간선택제 일자리 및 유연근무제 활성화 등 관리 효율성에 중점을 뒀다. 개편안은 삶의 질 향상을 평가 항목에 포함해 직원들의 복지를 위한 기관의 노력을 평가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협력과 참여 항목을 신설해 공공기관이 국민의 참여와 소통을 어떻게 끌어낼지를 평가한다. 반면 경영 효율성과 정부 정책 실행력을 평가하는 지표들은 비중이 약화하거나 삭제됐다. 기관의 비용과 수익성을 평가하는 주요 잣대인 ‘재무예산’은 조직인사 내 하위 항목으로 비중이 축소됐다. 정권 맞춤형 사업을 유도한다는 비판을 받아 온 ‘정부 권장 정책 실행 평가’도 이번 개편안에서 빠졌다.

공공기관 경영평가 개편의 또 다른 관심은 평가 시스템과 보수체계 개혁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달 중 경영평가 실행주체인 공공기관 운영위원회(공운위)의 개선을 중심으로 한 평가 시스템 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공기업, 준정부기관을 별도의 평가단을 구성해 평가하도록 하고, 경영관리 계량평가를 전문기관에 위탁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박용석 사회공공연구원 부원장은 “경제 관료의 카르텔을 중심으로 운영되어 온 평가단을 개혁하려면 국민 중심의 평가단을 구성해야 한다”며 “공운법 개정을 통해 노동단체 대표나 시민단체 전문가 등 분야별, 직능별 단체의 공운위 추천을 제도화하는 것이 평가 시스템을 더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만드는 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평가등급만 발표했던 기존 평가와는 달리, 주요 항목별 평가결과를 점수화해 공표함으로써 평가단의 책임성을 높일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는 기관별로 이력 관리를 쉽게 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경영평가와 직결된 직원 및 기관장의 성과급 체계도 평가등급별 성과급 지급비율 차이를 낮추고, 절대 평가를 확대하는 쪽으로 개편해 내년부터 실행키로 했다.

박은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 연구원 ekpark@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서비스 선택
댓글
로그인해주세요.
profile image
powered by SocialXE
List of Articles

“여기가 맛집” 깨알 정보 나누며 어느새 ‘동네 친구’

[더 나은 사회] 기획/행복한 아파트 공동체 만들기① 10대부터 60대까지 세대 뛰어넘어 동네 맛집, 세탁소, 놀이터부터 동파 대처요령 등 이야기해보니 ‘삭막한 아파트’ 아닌 ‘이웃’과 함께할 다양한 아이디어 나와 “공동체의...

  • admin
  • 2018.02.19
  • 조회수 18

“변방이 더 교조적” 떠올리게 한 한국 경제학자들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 스크랩 프린트 크게 작게 HERI의 눈 현 정부 경제정책 ‘조롱’ 넘쳐난 경제학 공동학술대회 소득주도성장은 “듣보잡”, 이유 설명도 토론도 생략 “규제 완화” 되뇌는 시장주의 처방은 게으르고 무책...

  • admin
  • 2018.02.14
  • 조회수 73

‘사회적 가치’ 모르면 공공기관장 못하는 시대 왔다

HERI의 눈 분석: 공공기관 경영평가 어떻게 바뀌나? 효율성 위주 탈피, 책임성 및 공공성 강화 초점 평가단 구성, 보상 시스템도 올해 안 손보기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취임 직후 인천공항공사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 admin
  • 2018.02.13
  • 조회수 125

‘팩트체크’와 담쌓은 언론의 아파트 가격 예보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 스크랩 프린트 크게 작게 HERI의 눈 데이터 분석도 없이 중개인 등의 ‘호가’에 의존 정책 시행된 지 얼마 안 돼 벌써 “실패할 것” 느린 호흡으로 면밀히 분석한 뒤 대안 제시해야 지난해 가을 ...

  • admin
  • 2018.02.12
  • 조회수 72

“청년층, 생존에 내몰려 공정성에 민감…‘세대 연대’ 절실”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 스크랩 프린트 크게 작게 [공정성의 딜레마] ② 연구자 좌담 이민경 대구대 교수 “청년들이 약자 배려 정책에 분노하는 건 노력으로 그 자리에 오른 게 아니라고 보는 탓 공동체적 가치 경험 못해 ...

  • admin
  • 2018.02.12
  • 조회수 121

“건강권·주거권을 헌법에 독립된 기본권으로 명시해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인영 민주당 의원 공동주최 개헌포럼] 이번 개헌이 복지국가의 초석을 놓는 개헌이 돼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요구가 높다.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으로...

  • admin
  • 2018.02.07
  • 조회수 115

“노력해도 결과 보장 안되는 사회…시험이라도 있어야”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 스크랩 프린트 크게 작게 [공정성의 딜레마] ① 여론조사와 20~30대 심층 인터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한국 사회에서 ‘공정성’의 의미가 무엇인지 다시 묻는 계기가 됐다.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

  • admin
  • 2018.02.05
  • 조회수 133

“한국형 노동 4.0은 노조할 자유와 복지, 산업민주주의 확립 포괄해야”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 스크랩 프린트 크게 작게 [더 나은 사회] 4차산업혁명시대 ‘노동의 미래’는 “포용적 디지털화 담은 독일 노동 4.0은 사회적 시장경제·코퍼러티즘 기반에 노동 1.0~3.0까지 진화한 결과 기술에 ‘노동의...

  • admin
  • 2018.02.02
  • 조회수 247

‘더 싸게, 더 많이’ 넘어 ‘더 편하게, 더 꿈꾸게’로…공공임대의 진화

[기획/집이 복지다] 서울 임대주택사업 현장 점검② 수요자 맞춤형 공공임대주택, 2011년부터 1453세대 공급 만화인·노인·1인창조기업인 등 수요 세분화해 취약계층에 주거와 함께 ‘미래 기반’ 마련 기회 제공 만화인 마을 1호점...

  • admin
  • 2018.01.23
  • 조회수 216

“이 집 지키고 싶어지니 전엔 못하던 생각 해…더 좋은 사람 되고파”

[더 나은 사회] 입주자들이 말하는 서울 지원주택 독립 거주공간과 지원서비스 결합한 노숙인·장애인 지원주택 시범사업 1년여 만에 입주민들 긍정적 변화 노숙인 출신 홍씨, 수급자 벗어나고 발달장애 이씨, ‘내 공간’ 꾸미기...

  • admin
  • 2018.01.18
  • 조회수 445

“시민은 서비스 소비자 아닌 ‘정부 파트너’…자발성 제고 지원해야”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 스크랩 프린트 크게 작게 [더 나은 사회] 사회적경제 지도자 마이클 루이스 대담 “‘회복력’ 있는 사회로 가는 데 지름길 없어 몬트리올 지역재생 사업 땐 주민 인식 제고에만 1~2년 정부는 중앙관...

  • admin
  • 2018.01.04
  • 조회수 679

노사 대결에서 합의로 대반전, 핀란드가 날아올랐다

【HERI 쟁점진단】 내전, 반목의 앙금 털고 사회적 대화 모델 일궈낸 핀란드 한국은 노사정위원회 등 사회적 합의 기반이 뼈대만 남아 노사간 신뢰와 합의에 기반을 둔 노동-사회정책 구축 절실 핀란드는 올해 독립 100주년을...

  • admin
  • 2017.12.13
  • 조회수 482

건강 불평등은 피할 수 없는 문제? 노! 정부가 불평등 해소 정책 추진하면 ↓

건강 불평등 분야 세계적인 학자 마이클 마멋과 시민건강증진연구소장 김창엽 교수 이슈대담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과 <한겨레> 공동 주최 “미국, 남미, 유럽 등은 정책 시행으로 격차 줄여” ‘건강 불평등’은 2006년 <한겨레>가 ...

  • admin
  • 2017.12.12
  • 조회수 905

“혁신도시 2단계, 기업들 들어갈 땅 모자랄 정도로 모일 것”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 스크랩 프린트 크게 작게 [국가균형발전 특별대담] 송재호 지역발전위원장·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경수 의원 “균형발전은 헌법에 명시된 가치 균형발전 없인 대한민국 미래 없어 고르게 잘 사는 나...

  • admin
  • 2017.12.12
  • 조회수 798

“인건비 지원 도움되지만, 과도한 행정절차 간소화해야”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 스크랩 프린트 크게 작게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선정 ‘10대 사회적기업’에 현행 지원제도 장단점 물어보니… 인건비·사무공간 지원 등 초기 정착에 큰 도움 복잡한 절차·사회적 목적 재투자 등은 걸림돌...

  • admin
  • 2017.12.05
  • 조회수 339

따뜻한 경제를 시민품에, 사회적 경제 기본법 제정

HERI의 눈 사회적 경제 기본법 올해 안 제정되길 기대 시민이 주도하는 포용적, 협력적 경제의 출발점 사회적 경제가 ‘사회주의’라는 억지는 이제 그만 2014년부터 발의, 의원들 인식 및 공감 커졌길 19대 대통령 선거를 앞...

  • admin
  • 2017.11.27
  • 조회수 400

“사회적 가치 측정은 민간에…정부는 지원만”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 스크랩 프린트 크게 작게 [더 나은 사회] 한국사회학회 ‘사회적 가치’ 심포지엄 “10여년 연구 영국도 표준화 못해” 민간 주체들, 자율성에 방점 “정부가 혁신 고속도로 깔아야” 공공부문선 ‘적극...

  • admin
  • 2017.11.23
  • 조회수 967

노사정 6자 ‘사회적 대화 복원’ 첫 합의

아시아미래포럼 폐막 공동선언 “좋은 일자리 창출 등 함께 노력” 제8회 아시아미래포럼 마지막날인 16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폐회식으로 '노사정 공동 선언' 행사가 열려, 참석자들이 작성한 선언문을...

  • admin
  • 2017.11.23
  • 조회수 958

“기본소득, 사회적 경제 등 새로운 분배 시스템 실험해야”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 스크랩 프린트 크게 작게 [2017 한겨레 아시아미래포럼] 프레카리아트 급증, 기본소득이 해답 VS. 임금인상과 차별시정 등 노동보호가 먼저 지역은 중앙정부 실패 보완하는 혁신 못자리 편집위원, 민형배...

  • admin
  • 2017.11.23
  • 조회수 896

4차 산업혁명시대, ‘일의 미래’는 어디로…아시아미래포럼 개막

‘일의 미래에 대한 사회적 합의’ 주제 토론 시작 문재인 대통령 “‘좋은 일’에 대한 논의 이뤄지길” 축사 각계 전문가·시민 등 500여명 참석 성황 '일의 미래: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향하여'를 주제로 '제8회 아시아미래...

  • admin
  • 2017.11.23
  • 조회수 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