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미래포럼 연사에게 듣는다]
⑤ 샌드라 폴라스키 전 국제노동기구(ILO) 부총재

샌드라 폴라스키 전 국제노동기구(ILO) 부총재
샌드라 폴라스키 전 국제노동기구(ILO) 부총재

인공지능, 로보틱스(로봇공학) 등 새로운 기술의 발달로 우리의 ‘일’과 ‘일자리’는 어떻게 변할까? 4차 산업혁명을 통해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될까? 샌드라 폴라스키(사진) 전 국제노동기구(ILO) 부총재는 <한겨레>와의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지금 논의해야 할 것은 단순한 기술 변화가 아니라 불평등 해소와 공평한 분배”라고 강조했다.

“1~3차 산업혁명 등 급격한 경제·사회적 변화는 언제나 더 큰 불평등을 불러왔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추상적인 미래상을 얘기하기보다는 변화의 혜택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 질문해야 한다.”

“인공지능·로봇으로 일자리 격변
실업·혼란 막고 안전망 촘촘하게

문 정부 ‘소득주도 성장’은 긍정적
고용 불안정 해소해야 성장 뒷받침

전면 기본소득은 불평등 키울 수도
맞춤형 지원·사회적 연대 절실”

폴라스키는 비정규직 사용의 강력한 제한 등 고용 안정성 확대와 임금 소득의 증대, 각종 사회보장과 노조 활동의 법적 보호 강화 등 좀더 전폭적인 노동 보호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불안정한 고용과 낮은 임금, 열악한 노동환경은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없게 한다”고 지적했다. 단순노동 일자리 대부분이 로봇한테 넘어가는 등 급격한 변화로 대규모 실업 사태와 그에 따른 사회적 혼란이 발생하는 것을 막고, 더 나은 사회를 위한 혁신의 지렛대로 만들려면 사회적 안전망이 필수라는 것이다. 사회 변화와 실패의 위험을 온전히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사회에서는 어떤 도전도, 그를 통한 혁신도 이뤄지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일자리·소득 주도 성장이 한국 경제의 장기적인 견인책이 될 것이라고 본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국 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위한 과제는 지나치게 높은 수출 의존도를 해소하고 내수를 활성화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동안 한국의 경제성장이 둔화했던 원인으로는 경제성장률과 임금상승률 간의 큰 격차와 높은 비정규직 비율 등 고용 불안정성, 노동조합을 약화시키는 정책을 꼽았다. 특히 최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갈등을 두고서는 “기업이 비정규 노동을 통해 이윤을 비축하는 방식을 용인하면 결국 사회 전체적으로 자본에 대한 노동의 협상력이 약해지고, 이는 장기적으로 정규직 노동자에게도 손해”라며, 사회적 대화를 통해 비정규직 해소 정책을 지속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폴라스키는 전면적 기본소득에는 강한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전면적 기본소득은 사회보장을 대체해야 가능한데, 이 경우 기존 지원 대상자는 그동안 받던 지원을 현금으로 구매하게 되고 사회보장 대상이 아니었던 사람에겐 추가 현금이 지급되는 셈이어서 실효성은 없고 불평등만 양산한다는 것이다. 개인이 서비스를 ‘구매’하는 방식도 사회적 연대를 해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대규모 증세가 필요해 실현 가능하지도 않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신 구직자에 대한 현금 지원과 같은 ‘필요에 따른 맞춤형 지원’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폴라스키는 임금 수준 향상뿐 아니라 노동자의 발언권과 협상력을 강화하는 정책과 사회적 움직임 등 ‘사회적 연대’를 강조한다. 이를 통해 신기술이 만들어내는 이익을 소수가 독점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폴라스키는 11월15일부터 이틀간 ‘일의 미래: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향하여’를 주제로 열리는 제8회 아시아미래포럼에서 특별강연을 할 예정이다.

박선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 연구원 so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