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미래포럼 연사에게 듣는다] 
③ 폴리 토인비 <가디언> 칼럼니스트
폴리 토인비
폴리 토인비
오늘날 일의 변화를 설명하는 중요한 열쇳말 중 하나는 ‘플랫폼 노동’이다. 11월15일 개막하는 제8회 아시아미래포럼의 기조연설자로 나설 영국 <가디언>의 칼럼니스트 폴리 토인비(사진)는 <한겨레>와의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인터넷과 디지털이 노동을 해방시킬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현실에선 밤낮없이, 쉬는 날조차도 고용주가 요구하면 언제든 일해야 하는 ‘노예’로 전락할 위험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노동력이 거래되는 플랫폼 노동이 장시간 노동, 불안정한 소득으로 인해 노동자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토인비는 인공지능과 로봇, 빅데이터로 대표되는 기술발달이 가져올 노동의 변화, 일과 삶의 균형 등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아널드 토인비 손녀이자 탐사 저널리스트
“디지털로 노동해방 기대했지만
고용주 원하면 언제든 일하는
‘노예’로 전락할 위험에 처해

장시간 노동 막을 자기통제권 필요
플랫폼 노동자 고립 탈피 위해
노조 조직과 복지 확충 절실”

플랫폼 노동은 ‘호출형 근로’와 유사한 형태로서 한국의 배달앱 노동자부터 차량 공유 업체 우버 노동자에 이르기까지 그 형태는 매우 다양하다. 재택근무, 자유로운 시간 선택, 일과 가정의 양립 가능성에 대한 기대로 유연성을 추구하는 일부 젊은층에서 선호하기도 한다. 하지만 낮은 임금으로 인해 더 오랜 시간, 자발적으로 일하게 되면서 삶의 불안정성도 높아지고 있다. 토인비는 “노동시간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할 때 노동자의 삶은 심각하게 영향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유연성은 고용주와 노동자 모두에게 동등하게 쌍방향으로 작용해야 하며, 시간의 지배권이 고용주에게 집중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불안정한 소득을 메우려면 더 오래 일해야 하고, 그럴수록 자녀나 노인을 돌보기가 어려워” 일과 삶의 균형이 깨지기 쉽다는 우려도 덧붙였다.

토인비가 생각하는 ‘좋은 일’의 기준은 무엇일까? “사회적 상호작용, 승진 가능성, 훈련, 노동 방식에 대한 자기통제와 변형 가능성” 등이다. 하지만 “많은 플랫폼 노동은 이들 중 어떤 기준도 충족하지 않는다”고 그는 비판한다.

과거에는 노동조합이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삶을 보호했다. 하지만 플랫폼 경제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고립되어 있어 조직화가 어렵다. 복지서비스를 통해 저소득 불안정 노동자를 보호해야 할 정부의 역할도 약화되고 있다. “(사회보장세 등)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고용주가 (직접 고용 대신) 자영업자로 위장 고용”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토인비는 대안으로 “권력의 균형을 위한 노조 조직의 부활”과 “더 많은 세금을 통한 복지의 확충”을 제안한다. “국가는 고용주의 힘을 제어하고, 노동자의 자유를 보장하는 역할”을 해야 하며 “가족에게 필요한 돌봄 서비스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토인비는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의 손녀이자 노동 현장에 대한 탐사보도로 널리 알려진 저널리스트다. 열악한 노동 현장을 직접 체험한 뒤 불안정 노동의 비참한 현실을 생생하게 고발한 저서 <하드 워크>(Hard Work, 2003)는 국내에도 <거세된 희망>으로 번역 출판된 바 있다. 이 책에서 토인비는 “오늘날 저임금 노동자는 (유연화, 비정규직화로) 30년 전보다도 적은 임금을 받는다”며 “임금은 노동의 가치와 존엄성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통찰은 지금, 플랫폼 노동 현실에 대해서도 유효하다.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 hgy4215@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