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사회
정승헌 한우정책연구소장 인터뷰
정승헌 한우정책연구소장이 10월27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nai.co.kr
정승헌 한우정책연구소장이 10월27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nai.co.kr

“한우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국내 전체(7억톤)의 0.9%에 불과하다. 한우를 먹는 것을 탄소중립에 역행하는 것처럼 몰아가서는 안된다.” 한우정책연구소 정승헌 소장은 지난 10월27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개인의 식성에 불과한 육식을 마치 기후위기에 무책임한 것처럼 오도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는 국내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학교급식에서 채식을 권장하는 것도 대단히 잘못된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학생들에게 채식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비건주의자나 환경주의자들이 채식을 하면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할 수는 있다. 하지만 교육자들이 학교급식에서 채식을 강요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청소년들의 건강에 매우 좋지 않기 때문이다. 한참 성장할 때인 청소년들은 고기를 먹어야 근육을 키우고 건강해질 수 있다. 산모와 노인들도 마찬가지다. 동물성 단백질을 매일 적정량을 공급하지 않으면 질병에 대한 면역 체계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 또 우리나라는 소고기 자급률이 35% 밖에 안된다 . 65% 는 수입 소고기를 먹고 있다 . 이런 상황에서 국 내에서 소를 키우는 게 온난화에 엄청나게 큰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왜곡하는 정보들이 난무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 한우 사육을 줄이면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건 맞지 않나?

“축산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자동차보다도 훨씬 적다 . 자동차 1대가 연간 2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고 가정하면, 한우 1마리는 1.1톤에 불과하다. 따라서 자동차 통행량을 줄이는 게 온실가스 감축에 더 효과적이다. 아이들에게 채식을 강요하지 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라고 가르쳐야 한다.”

- 한우와 다른 나라 소를 비교하면?

“한우 사육에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소 사육 기간이 대부분 24개월 미만이다. 한우는 마블링(육류를 연하고 육즙이 많이 나오게 하는 지방 부위)을 위해 30개월 정도 키운다. 사육 기간이 길수록 그만큼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다. 그런데 중국이나 일본, 그리고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한우의 마블링 부분을 굉장히 좋아한다. 그래서 사육기간을 줄이면서도 한우 고유의 맛을 살리는 쪽으로 품종 개량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 한우 사료는 주로 수입에 의존하는데 대안은 있나?

“외국산 사료에 대한 의존도를 대폭 낮춰야 한다. 수입 사료 운송 과정에서 탄소 연료가 소모된다. 우리 땅에서 나는 사료를 먹이면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한 해 수입되는 조사료(건초, 짚)의 양이 무려 100만톤이다. 어마어마한 양이다. 이를 국내에서 조달할 수 있다면 경제적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조사료를 재배할 수 있는 땅을 확보해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안타깝게도 풀을 재배할 수 있는 땅이 많지 않다. 하나 제안하고 싶은 것은 쌀이 많이 남아도는 상황이기 때문에 농민들이 논에다 쌀대신 조사료를 심을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또 4 대강 유역에 남아도는 땅도 초지로 활용할 수 있다. 새만금 같은 간척지도 활용해야 한다.”

이춘재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cjlee@hani.co.kr 녹취/민수빈 보조연구원


한겨레에서 보기 :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06708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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