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사회
[더 나은 사회] 플랫폼 오디세이②
‘혁신 대 뒷다리 잡기’식 구도 강해
공유경제 모호한 개념도 혼란 부추겨
플랫폼 경제는 영리 시장의 한 형태
혁신 밀어주되, 비용 분담 틀 짜야


최근 불거진 택시업계와 실시간 차량호출 서비스 ‘타다’ 사이의 갈등은 공유경제와 플랫폼 경제를 둘러싼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서 타다 차량이 운행하고 있는 모습.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최근 불거진 택시업계와 실시간 차량호출 서비스 ‘타다’ 사이의 갈등은 공유경제와 플랫폼 경제를 둘러싼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서 타다 차량이 운행하고 있는 모습.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말 언론 인터뷰에서 “말들에게 투표권을 주었다면 자동차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택시업계와 차량호출 서비스 ‘타다’의 갈등으로 불거진 논쟁에서 이재웅 쏘카 대표에게 “혁신사업자도 사회적 연대를 생각해야 한다”고 쏘아붙인 최 위원장이지만, 혁신을 다수결로 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속내를 토로한 셈이다.


스마트폰 앱 등을 활용한 디지털 플랫폼은 승차·숙박·배달 등 경제의 많은 영역을 재구성하고 있다. 이게 모두 혁신은 아니겠으나, 택시의 예에서 보듯 창업가의 새로운 시도는 기존 산업 종사자와 갈등을 빚어내기 마련이다. 갈등은 혁신에 관한 논쟁으로 이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앞서 예로 든 말과 자동차의 ‘우화’가 은연중에 끼어든다. “기술 변화는 피할 수 없고, 소비자뿐 아니라 모두가 좋아질 텐데 왜 뒷다리를 잡느냐”는 시선이 기존 산업 종사자들을 압박한다. 우버에 투자한 벤처캐피털리스트 셔빈 피셔바가 스스로 반란군 지도자로 묘사하면서, 파리의 택시 운전자가 벌인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한 것도 그런 예이다. 규제를 회피하면서 기존 산업을 파괴해 들어가는 플랫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잊히기 일쑤다. 여기에는 플랫폼 기업에 특별한 ‘아우라’를 부여하는 ‘공유경제’란 단어의 모호함도 톡톡히 한몫한다.

■ ‘공유경제’에 덧칠된 환상 정확한 이름으로 부르는 것은 모든 일의 출발이다. 공유경제는 영어 ‘셰어링 이코노미’(sharing economy)를 우리말로 옮긴 것인데, 갈수록 부정확하고 난해한 개념이 됐다. 디지털 기술과 연관된 공유의 개념은 2000년대 초반 자본주의의 변화를 예견하는 이론들과 함께 등장했다.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 경제동향연구재단 이사장은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협력적 생산과 협력적 소비가 활성화되면 소유 중심의 산업사회가 종말을 고하고 협력적 공유사회가 도래하리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리프킨은 그 사회를 이렇게 그린다. “시장은 네트워크에 자리를 내주고 있고, 소유권은 접근권보다 그 중요성이 약해지며, 자기 이익의 추구는 공동 이익의 매력적인 가치에 의해 억제되고, 부를 축적하고자 하는 전통적인 꿈은 지속가능한 양질의 삶이라는 새로운 꿈으로 대체되고 있다.”(<한계비용 제로 사회>) 사실 디지털이 없던 시대에도 공유경제는 품앗이나 두레 등으로 엄연히 존재했다. 시장 경제보다도 오래된 선물 경제의 영역이다. 리프킨이 말한 공유의 이상은 ‘코먼스’(commons)에서 잘 나타나는데, 협력하되 결과를 특정인이 독점하지 않는 위키피디아나 리눅스가 그런 모델이다. 실제로 리프킨의 <한계비용 제로 사회> 원제에 포함된 ‘공유경제’는 ‘셰어링’이 아니라 ‘코먼스’(Collaborative Commons)로 씌어 있다.


흔히 공유경제로 번역되는 셰어링 이코노미의 개념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로런스 레시그 하버드 법대 교수가 정의 내렸다. 자동차나 책, 가구, 빈방 등 활용도가 떨어지는 물건이나 부동산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유해 자원 활용을 극대화하는 것을 염두에 둔 말이다.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가 특징인 20세기 자본주의 경제와 대비해, 디지털 플랫폼 기술을 통한 자원 절약, 생태 보전, 공동체의 가치를 강조한다. 수익 추구보다는 사회적 동기에 의해 참여한다는 점에서 코먼스 경제에 좀 더 가깝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2011년 ‘세상을 바꿀 수 있는 10가지 아이디어’ 중 하나로 공유경제를 꼽았다.

2010년대 들어 공유경제는 실리콘밸리나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일어난 투자와 창업 모델을 지칭하는 용어로 탈바꿈했다. 우버와 에어비앤비로 대표되는 ‘캘리포니아형 공유경제’는 서비스 수요자와 그에 필요한 유휴 자산을 가진 공급자를 인터넷으로 중개·알선하는 플랫폼 비즈니스를 일컫는다. 플랫폼을 소유한 기업은 중간에서 수수료를 챙긴다. 이런 방식으로 ‘차용된’ 공유경제는 이전의 이상적인 메시지와 한데 뒤섞이면서 혼란을 낳고 있다. 결과적으로 ‘무언가 멋지고, 도덕적이며, 반드시 추구해야 할’ 경제모델이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진 것도 사실이다.

‘플랫폼 경제’에 대한 비판들 비판자들은 캘리포니아형 공유경제가 소유에 기반을 둔 자본주의를 대체하는 이상적 모델이라기보다는 이윤을 추구하는 시장의 또 다른 형태임을 지적한다. 지아나 에카트 영국 로열홀러웨이대학 교수 등은 차량 공유 업체인 집카를 연구한 뒤 “이용자들이 누군가와 무엇을 공유할 때 느끼는 상호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며 공유경제는 결코 ‘공유’라 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요하이 벵클러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도 2015년 한 논문에서 우버 등의 사업 모델에 대해 “공유가 아닌 온라인을 통해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단순한 ‘온디맨드(On-Demand) 경제’에 불과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공유라는 이름을 떼고 대여경제, 임대경제, 구독경제, 접속경제라고 불러야 한다거나, 아예 넓은 의미의 플랫폼 경제라고 부르자는 전문가들도 많다. 러셀 벨크 캐나다 요크대 교수는 “공유라고 설명되는 여러 현상은 전혀 공유가 아니다”라며 “(이윤을 추구하는 업체들이) 바람직한 사회 용어를 가져다 쓰고 있다”고 꼬집었다.

물론 이런 디지털 플랫폼 경제에도 공유의 이상이 전혀 없다 말하긴 어렵다. 우버의 꿈은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는 사회이다. 무인자동차가 필요한 시간과 장소로 찾아와서 빌려 타게 되는 시대가 오면 자동차 소유가 줄어 자원도 절약하고 환경도 보전하면서 효율성이 높은 사회가 될 것이다. 하지만 우버가 영업을 시작한 일부 도시에서 오히려 차량 등록 대수와 교통체증이 늘어났다거나, 집을 여러 채 구입해 에어비앤비에 임대하고, 차량을 빌려서 우버 기사로 참여하는 사례들이 나타나는 건 눈여겨볼 만하다.

현실에선 외려 플랫폼 경제의 부정적 효과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중이다. 공유재인 고객의 데이터 등을 무상으로 활용해, 이익은 기업이 가져가고 비용은 사회에 전가하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어서다. 무엇보다 이용자가 많이 몰릴수록 더 많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네트워크 효과가 특징인 플랫폼 경제는 독점화 경향을 숨길 수 없다. 독점이 고객에 대한 지배력으로 연결되는 건 기존 산업사회나 플랫폼 경제나 마찬가지다. 실제로 우버는 해마다 천문학적인 적자를 내면서도 새로 진입하는 지역에서 이용료를 낮게 책정하거나, 우버 기사에게 보조금을 지급한다. 당장은 적자를 보더라도 기존 산업에서 고객을 뺏어오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플랫폼 노동자가 처한 현실도 빼놓을 수 없다. 플랫폼 경제에서 노동은 파편화하고 노동자의 지위는 위태로울 정도로 추락하고 있다. 오죽하면 정규직 택시 운전사 한 명의 임금을 우버 기사 여러 명에게 나눠 주는 꼴이란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기본소득 운동가인 가이 스탠딩 영국 런던대 교수가 최신작 <불로소득 자본주의>에서 “공유경제로 포장돼 있지만 불로소득을 갈취하는 플랫폼 자본주의”라고 신랄히 비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존 산업을 ‘혁신의 파트너’로 끌어안아야 설령 플랫폼 기업들의 혁신이 공유의 애초 이상과 거리가 멀지라도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과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는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기존 택시나 호텔보다 훨씬 편리해진 플랫폼 기업의 서비스에 찬사를 보낸다. 국민경제 측면에서 미래의 먹거리를 준비하는 하나의 과정이기도 하다. 따라서 관건은 혁신은 잘 일어나도록 하되, 그에 따른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고 비용을 수혜자가 분담하도록 하는 틀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최근의 ‘택시-타다 갈등’ 과정에서 불거진 ‘면허논쟁’의 성과를 들자면, 제도를 우회하거나 대체하면서 새로운 모델로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이 사회적 갈등의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인식을 환기한 점이라 할 수 있다. 사실 국내 벤처 1세대인 이재웅 쏘카 대표는 그간 임팩트투자나 기본소득 등 사회적 가치와 책임을 확산하는 일에 누구보다 앞서 관심을 보여온 기업인이다. 그런데도 네이버 창업자 중 한 명인 김정호 베어베터 대표가 그를 겨냥해 “앱 하나 만들어 날로 먹으려 들면 안 된다”고 꼬집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호응했다.

이와 관련해, 나라 밖에서 혁신과 기존 산업을 아우르려는 노력이 꾸준히 나타나고 있는 건 시사하는 바 크다. 한 예로 오스트레일리아 뉴사우스웨일스주는 우버 등 승차 공유 차량을 호출할 때마다 이용자에게 1달러의 부담금을 내도록 했다. 우버 입장에선 가격 책정에 부담을 느끼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5년간 2억5천만달러(약 3천억원)의 펀드를 조성해, 이를 기존 택시업계를 위해 쓰겠다는 게 뼈대다.

‘택시-공유경제의 대결’ 구도를 벗어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기존 산업을 혁신의 대척점에 놓고 밀어내려 할 게 아니라, ‘혁신의 파트너’로 끌어안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야간에 같은 방향 승객을 묶어 출발하고 콜비를 2배로 벌 수 있게 하는 앱이 개발되는 등 택시를 파트너화 하는 모빌리티 서비스 창업자들이 최근 나오는 것은 고무적”이라며 “창업가의 도전과 기존 업계의 대응이 소비자를 가운데 둔 혁신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bhlee@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897226.html#csidxdc78070d7f6c98d97f20d03c289dc72 onebyone.gif?action_id=dc78070d7f6c98d97f20d03c289dc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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