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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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현 ㅣ경제사회연구원장 겸 논설위원

윤석열 정부가 재생에너지 발전 목표를 낮춘 것은 세계적 추세와 정확히 반대로 가는 것이자 한국 경제의 미래를 갉아먹는 일이다. 국제사회에 약속한 탄소 중립 목표를 지키기 어렵게 되고, 빠르게 성장하는 미래 먹거리, 에너지 안보를 함께 놓치는 일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 시대 주류 에너지를 바꾸는 ‘게임체인저’가 됐다. 전쟁으로 천연가스와 원유 가격이 급등하자 일부에서 석탄발전소를 재가동하고 원전 건설과 수명 연장을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단기 대응일 뿐, 미국·유럽·중국·인도 등 많은 나라가 택한 돌파구는 태양광,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를 대폭 확충하는 것이었다. ‘과속’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이런 재생에너지 투자는 지금 세계가 겪는 3중 복합 위기, 즉 기후, 에너지 안보, 경제 위기를 동시에 푸는 열쇠이기도 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해 12월 내놓은 연례에너지동향 보고서에서 “각국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재생에너지가 성장의 ‘터보엔진’을 달게 됐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2027년까지 5년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이 2400기가와트(GW)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인류가 지난 20년간 설치한 태양광, 풍력 발전소를 5년 만에 추가로 짓는 규모다. 원전으로 환산하면 1GW급 500기 이상에 해당한다. 태양광 발전용량은 이 기간에 3배가 늘어 석탄을 제치고 가장 규모가 큰 발전원이 된다. 전쟁 직전의 예측에 비해 30%가 늘어난 투자 규모는 각 나라가 얼마나 재생에너지 확충 드라이브를 거는지 보여준다. 파티흐 비롤 국제에너지기구 사무총장은 “지금의 에너지 위기가 좀 더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 시스템으로 가는 역사적 전환점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분명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탄소 중립이란 ‘숙제’만으로는 이렇게 달려들지 않을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이다. 세계 많은 나라에서 태양광, 풍력은 원전, 석탄을 제치고 가장 싼 에너지가 됐다. 1㎾h의 전기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비용(LCOE)을 기준으로 볼 때 2010년부터 10년간 태양광은 85%, 육상풍력은 56% 떨어졌다. 이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는 에너지 안보 문제를 영구히 해결하는 길이기도 하다. 매장지가 한정돼 있고 먼 거리를 수송하는 석유, 가스와 달리 태양과 바람은 어디에나 있는 민주적인 에너지다. 유럽은 지난해 10배까지 오른 전기·가스요금 부담을 재정으로 보조하다 보니, 화석연료 가격 변동과 공급 불안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필요를 절감했다.

이제 재생에너지를 포함한 환경기술(ET) 산업은 정보기술, 생명과학기술에 이어 새로운 먹거리로 등장했다. 국제에너지기구는 2030년까지 해마다 2조달러가 청정에너지 산업에 투자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청정에너지가 성장과 일자리의 큰 기회가 되고 있고, 글로벌 경제 경쟁의 마당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은 2021년 4월 재생에너지, 배터리, 에너지 효율 향상 등 5대 에너지 신산업의 수출액이 2030년에 120조원, 2050년에 3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현 정부는 이런 세계적 흐름에서 비켜나 있다. 정부는 2030년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30.2%에서 21.6%로 내리고 대신 원자력 발전 비중을 23.9%에서 32.4%로 높였다. 이렇게 하면 삼성전자도 가입한 ‘아르이(RE)100’에 맞춰 재생에너지를 기업에 공급하기 어렵고, 유럽 탄소국경세 부과 등 규제 장벽을 넘는 데 어려움이 커진다. 오죽하면 윤 대통령이 구성한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지난해 말 재생에너지 등 무탄소 발전 비중을 확대하라는 의견을 냈겠는가.

에너지 금융의 흐름이 완전히 바뀌면서 석유·가스 쪽은 투자 부진으로 앞으로도 가격 변동이 심할 수 있다. 발 빠르게 움직인 나라들이 재생에너지 덕분에 느긋해졌을 때 한국만 ‘연료 가격 폭등→한전 30조원 적자→한전채의 금융시장 교란→전기·가스요금 대폭 인상’의 악순환을 되풀이할 참인가? 목표를 야심차게 세우고 친환경 에너지 산업에 과감히 투자하면서 수출 증대, 일자리 창출, 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꾀하는 전략이 나와야 한다. 그러자고 먼저 나서야 할 산업통상자원부가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자는 환경부의 의견을 세차례나 묵살했다는 소식은 놀랍다. 산업부에는 경쟁국들이 무얼 하는지 모니터링하고 대책을 세우는 공무원이 하나도 없는 모양이다.

bhlee@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7545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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