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박용만 전 대한상의 회장이 최근 윤석열 정부의 첫 총리 후보설 , 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설에 대해 “정치할 생각이 없다”며 확실히 선을 그었다. 1년 전 박 전 회장이 상의 회장을 그만두기 직전에 인터뷰한 적이 있다. 당시에도 총리 기용설이 돌았다. 박 전 회장으로부터 정치를 마다하는 이유를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평생을 효율성과 생산성을 중시하는 기업인으로 살았다. 하지만 정치는 그런 영역이 아니다. 정치에서는 생산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낭비라고 볼 수 없다. 그런 국민도 돌보고 품어야 하는 게 정치다. 효율성이나 생산성의 논리를 강하게 가진 사람은 정치를 하면 위험하다.”

박 전 회장의 사무실 책상 위에는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았다는 ‘자유인 박용만’이라는 명판이 놓여 있다. 그는 “얽매이는 것 없이 자유롭게 사는 요즘 생활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역시 1년 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검찰총장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그 의 대권 도전을 기정사실화하며 검찰의 독립성·중립성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그런데 윤 당선자의 후배 검사 출신인 한 지인은 “유능하고 윗선의 눈치를 보지 않는 괜찮은 검사이지만, 대통령은 아니다”면서 다른 이유로 걱정을 했다.


그가 밝힌 ‘검사 윤석열’의 정치 직행 리스크를 요약하면 이렇다. “검사 윤석열은 평생을 합법과 불법이라는 두 잣대로 살아왔다. 하지만 세상은 흑백이 명확한 사안보다, 그 중간에 회색으로 흐릿한 사안들이 훨씬 많다. 특히 정치는 법전처럼 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새로운 길을 찾는 리더십과 지혜가 요구된다. 윤 선배가 대통령을 하고 싶으면 정치 경험을 쌓은 뒤에 도전하는 게 국민을 위해 바람직하다 ”

기업인과 검사의 직업적 특성만으로 정치 참여나 대권 도전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실제 기업인과 검사 출신이지만 훌륭한 정치인으로 국민의 존경을 받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박용만 전 회장의 말은 정치의 본질이 무엇인지, 정치적 입신을 생각하는 기업인이나 검사 같은 전문직 출신이 무엇을 경계해야 하는지 일깨워준다. 고도의 전문성으로 무장해 독선과 아집이 강한 직업의 종사자일수록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밀고 가는 것보다, 여럿이 공감하고 함께 갈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윤석열 당선자의 경우 한편으로는 무리한 용산 집무실 이전 추진 방식과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의 법무장관 후보 지명, 다른 한편으로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 뒤집기 ‘속도조절’에서 우려와 기대가 교차한다.

곽정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jskwak@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4016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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