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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용재정포럼 15일 ‘새정부 재정·조세정책’ 제안
금리인상 대비·복지 확충 등 정부투자 지속 필요
올해 말 국가부채 GDP 대비 50% 미달 ‘안정적’

증세에 미온적인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도 주문
복지는 증세·신성장동력 투자는 국채발행 ‘이원화’
세금완화·민간공급 확대 등 부동산공약 실패 우려
포용재정포럼이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동자동 서울비즈센터에서 ‘한국의 경제상황과 재정 및 조세정책의 역할’을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하준경 한양대 교수, 정세은 충남대 교수, 김유찬 홍익대 교수, 구인회 서울대 교수, 나원준 경북대 교수.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포용재정포럼이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동자동 서울비즈센터에서 ‘한국의 경제상황과 재정 및 조세정책의 역할’을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하준경 한양대 교수, 정세은 충남대 교수, 김유찬 홍익대 교수, 구인회 서울대 교수, 나원준 경북대 교수.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문재인 정부의 ‘신중한 재정확장’ 노선을 이어받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학자들의 주장이 제기됐다. 복지 확충을 위한 재원은 증세로,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정부투자 재원은 국가부채로 조달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 윤 당선인이 대선에서 제시한 세금 완화, 민간중심의 주택공급 확대, 임대차보호법 폐지 등의 부동산 공약은 시장 안정을 위한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포용재정포럼이 15일 서울역 앞 서울비즈센터에서 ‘한국의 경제상황과 재정 및 조세정책의 역할’을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김유찬 홍익대 교수(포용재정포럼 회장)는 기조발표를 통해 “한국경제가 직면한 코로나 위기와 고용난, 양극화와 불평등 심화를 고려하고, 주요 외국에서 이루어진 재정지출 확대와 비교할 때 2020~2021년 수차례의 추경에서 늘어난 재정지출은 신중한 수준의 확장적 재정정책이었다”고 평가했다. 기획재정부가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추경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국민의힘이 무리한 확장적 재정정책이라고 비판해 온 것을 반박한 것이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 위기에 대응한 재정지출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3.4%로 선진국 평균인 12.7%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김유찬 교수는 우리나라의 국가부채비율도 주요 선진국에 비교해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2021년 추경예산에서는 통합수지 기준 90조원의 적자가 예측됐으나 세수입 확대로 결산자료에서는 30조원 적자에 그쳤다”면서 “이는 2021년 말의 국가부채에는 반영되지 않았는데, 올해 말 기준 국가부채는 2차 추경 규모에 따라 유동적이지만 국내총생산 기준 50%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올해 1차 추경 기준 50.7%나, 기재부가 2021~2025년 중기재정계획에서 전망한 50.2%보다 낮은 것이다. 주요 선진국의 국가부채비율은 2021년 1분기 기준 평균 119.8%에 달한다.

김유찬 교수는 “한국의 인플레이션은 글로벌 공급망 차질에 의한 것이고, 금리인상 등 통화정책의 방향전환에 따른 서민과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품어주면서, 경기침체도 막아야 한다”면서 “윤석열 정부도 문재인 정부의 신중한 재정확장 노선을 이어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족한 복지제도의 보완, 신성장동력을 위한 정부투자를 위해 코로나 경제위기 이후에도 정부의 재정지출은 확장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에너지 전환과 디지털 전환, 인적자원 개발을 위해서도 정부투자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유찬 교수는 재정확장에 따른 재원 마련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는 증세 분야에서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면서 “윤석열 정부가 재정 건전성을 우려한다면 증세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할 수 있는 넓은 길이 열려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높은 복지, 낮은 조세부담률, 낮은 국가채무비율’이라는 이른바 ‘재정 트릴레마’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과 관련 “낮은 수준의 복지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중간 수준으로 높이기 위한 재원은 증세로, 신성장동력을 위한 정부투자는 국가부채로 조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재원조달을 국채발행 대신 증세로 하면 재난 극복이나 사회인프라 투자 등과 같이 꼭 필요한 분야에 정부 지출이 이뤄지면서도 인플레 유발을 차단할 수 있다”면서 “최근 수년간 급격한 유동성 증가로 인해 자산 가격과 소득이 크게 증가한 상황에서 적절한 과세는 불평등 해소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도 최고소득층에 대한 과세 강화를 준비 중이다.

김유찬 교수는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서는 “주택공급은 기간이 오래 걸려 단기 정책 수단이 될 수 없고, 장기적인 실수요 변화를 감안해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면서 “부동산 세제는 이미 가열된 시장을 안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지만 미리 제도화된 적정한 보유·양도·취득세는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일정한 역할을 수행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대출 규제는 단기적인 규제수단으로 적절하면서 “외국 사례를 보면 임차인의 주거안정을 위해 임대차보호법이 필요하고, 공공임대주택의 꾸준한 공급이 부동산 가격 안정에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윤석열 당선인이 제안한 부동산 세제 완화, 민간중심의 공급 확대, 임대차보호법 폐지는 장기적인 부동산시장과 서민주거의 안정을 위한 해결책으로는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류덕현 중앙대 교수는 ‘국가부채 수준에 대한 평가와 향후 재정정책 방향’ 발표에서 “재정건전성에 대한 평가를 단지 국가채무비율과 재정수지 적자 폭 만으로 한정지어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2020년 국가채무비율 43.9% 중에서 자체적으로 상환 가능한 금융성 채무는 17%, 적자성 채무는 26.9%”라며 “실제 조세수입 등으로 상환해야 할 진성 국가채무비율은 여전히 30%대”라고 분석했다. 또 “국가부채의 만기구조 장기화, 단기 채무비중이 선진국의 3분의 1 수준인 점, 국채에 대한 외국인 보유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점도 급격한 국가신용도 하락이나 해외자본 이탈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덜어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정건전성을 지키는 것보다 국민경제를 살리고 국민의 삶의 안정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서 “영구적인 재정소요가 필요한 지출은 증세를 통해 조달하고, 한시적 재정소요가 필요한 지출은 국채발행을 통해 조달하되, 국채발행에 대한 중장기적인 상환로드맵을 명확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강병구 인하대 교수는 ‘신정부의 조세환경과 세제 개혁의 방향’ 발표에서 “신정부는 누진적 보편증세의 기조 아래 포용과 혁신의 조세체계를 구축하고 중부담·중복지에 필요한 세수 확충 방안과 이행의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정건전성을 넘어 복지국가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면 ‘넓은 세원, 적정 세율’의 원칙 아래 소득세와 재산세 중심으로 한 세입 확충을 기반으로 고용·사회안전망을 강화하면서 재정지출의 증가에 따라 점차 소비 과세의 확충도 모색해야 한다”면서 “나아가 분배와 고용, 재전건전성의 선순환에 기여할 수 있는 조세체계를 구축하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토론자로 나선 나원준 경북대 교수는 “윤 당선자의 공약집을 보면 각종 재정사업의 재원조달 방식은 지출 구조조정 외에는 경제회복을 전제로 한 세입 증대분을 활용한다는 정도밖에 없고, 증세 계획도 없으며, 오히려 부동산, 주식, 가상자산 등에 대한 과세 완화를 담고 있다”면서 “이런 감세 공약은 재정사업 재원 마련을 위한 사회지출 중심의 예산 삭감을 예감케한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윤 당선자는 코로나 피해자에 대한 정당하고 온전한 손실보상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재정건전성 확보라는 상호 모순되기 쉬운 원칙을 내세우고 있어 진의 파악이 어렵다”면서 “재정건전성을 지키면서 재정지원을 충분히 하겠다는 약속은 증세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구인회 서울대 교수는 “저복지에서 중복지로 이행하기 위해 증세 대책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현실적으로 수용되고 있는데, 조세 문제를 복지재원 확보 수단으로만 접근하는 것은 조심해야 하고, 분배 정의를 위한 조세 형평성 차원의 고려도 필요하다”면서 “조세형평성과 불평등 대책으로서 역진적 성격이 있는 사회보험료보다는 누진적 성격의 자산세와 소득세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조세재정정책 방향은 증세도 없고, 복지 확대도 없다는 것”이라면서 “부동산 경기에 의존하는 경기부양으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정책 실패 반복을 넘어 양극화 심화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신호영 고려대 교수는 “코로나 위기 극복과 같은 일시적 상황이나 복지재원 확대 같은 일부 영역에서의 확대 요구를 곧바로 증세로 이어가는 것은 국민의 반감과 저항 가능성을 고려할 때 우려스럽다”면서 “증세는 행정지출 우선순위의 조장, 지출의 효율성 확보 등 다른 수단이 보이지 않을 때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증세 신중론을 폈다.

이번 토론회는 포용재정포럼이 주관하고,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한국사회경제학회가 공동주최했으며,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후원했다. 포용재정포럼은 지난 1월 한국사회의 불평등 해소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재정의 적극적 역할과 사회안전망 확충, 공정한 과세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공유하는 학자, 시민운동가, 정치인 등이 실용적 대안 제시를 통한 문제 해결을 위해 창립했다.

곽정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jskwak@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03910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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