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사회성과연계채권’을 활용하자

HERI 2022. 01. 17
조회수 504
[문진수의 사회적 금융 이야기]
언스플래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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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성과연계채권’(social impact bond, SIB)이란 비용이 많이 들고 다루기 힘든 사회문제를 정부, 민간기업, 비영리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협력해 해결하는 성과 기반 보상 프로그램을 말한다. 사회변화를 목적으로 발행하는 채권이라는 뜻에서 ‘사회혁신채권’으로 불리기도 한다.

사회성과연계채권은 어떤 공공사업의 목표를 달성했을 때 그에 따른 보상을 해주겠다는 정부와 민간 사업자 간 이행계약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계약을 채권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성과에 비례하여 수익률이 달라지는 조건부 성공지불 채권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 성과 달성 정도에 따라 보상 규모가 달라지는 계약이다.

사회성과연계채권 구조 및 흐름(www.socialfinance.org.uk)
사회성과연계채권 구조 및 흐름(www.socialfinance.org.uk)

사회성과연계채권의 기본구조 및 작동 흐름은 다음과 같다. ①사회문제 해결에 관심이 있는 사회적 투자자가 사업 운영기관과 계약을 체결하고 투자를 결정한다. ②운영기관은 실제 사업을 추진할 수행기관과 서비스 이행계약을 맺는다. ③수행기관은 사업 종료 후 진행 결과를 정부에 보고한다. ④정부는 사업 수행 결과를 측정해 약속한 보상금을 지급한다. ⑤운영기관은 보상금을 받아 투자자들과 계약한 원금과 성과급을 돌려준다.

사업 참여자들 간의 관계는 법적 계약으로 이루어진다. 투자자는 운영기관과 투자 계약을 체결하고, 운영기관은 수행기관 및 정부와 각각 계약을 맺는다. 사회성과연계채권 사업의 핵심은 운영기관과 정부가 맺는 계약이라는 점이다. 이 계약을 통해 운영기관이 수행해야 할 과업의 목표치가 정해지고, 성과 달성 여부에 따라 정부가 제공할 보상 기준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바로 재정을 투입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예산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나아가 운영기관과 서비스 수행기관이 목표 달성을 위해 성실히 업무에 임할 가능성이 크므로 높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서비스 수행기관은 정부 사업을 실행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투자자들은 사회적 가치 창출은 물론 일정한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다.

2010년 영국 피터버러시에서 최초의 실험이 시작된 이래 사회성과연계채권은 미국, 유럽, 호주, 인도 등 전 세계로 수출되어 2021년 현재 25개 국가에 130개가 넘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적용 분야도 무척 다양하다. 국가마다 차이가 있지만 노숙자 자립 지원, 아동 및 청소년 문제, 청년 실업 해결, 범죄예방, 재가서비스 등이 대표적인 사업영역이다.

우리나라는 경계선 지능 아동의 인지능력 향상(서울시, 2016년)과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탈수급(경기도, 2017년)을 목표로 한 사회성과연계채권 사업이 실행됐고, 두 사업 모두 기준목표치 이상 달성하는 성과를 올렸다. 현재 청년실업 해소(서울시, 2019년)와 치매 전 단계인 경도 인지장애 어르신들을 위한 재활 사업(부여군, 2020년)이 진행되고 있다.

사회성과연계채권 사업을 설계할 때 숙고해야 할 두 가지 주제가 있다. 첫째, 목표 설정 기준과 보상에 대한 문제다. 목표를 너무 높게 잡으면 성과 달성이 어려워 사업이 표류할 가능성이 있고, 너무 낮게 잡으면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 만일 정부가 목표 달성에 실패했을 경우 원금을 돌려주지 않는 조건을 내걸면 투자자 모집이 어려울 수 있다. 합리적인 기준 설정 및 보상 프로그램 설계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둘째, 사업 성과에 대한 평가 문제가 있다. 사회성과연계채권 사업을 통해 최초 설정한 사업 목표를 달성했는지를 확인하려면 평가 체계가 수립되어 있어야 한다. 사회성과연계채권 사업은 측정 가능한 내용으로 구성되어야 하며, 프로그램 도입의 성과를 측정할 수 없게 되면 성과 보상에 어려움이 발생한다. 따라서 비교적 단순한 평가 방식을 통해 성과를 측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편, 사회성과연계채권 사업에 관심을 가지는 지자체는 늘어나는 반면 제도 도입을 위한 법률 제정은 더디기만 하다. 그간 여러 차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발의되었으나, 법 제정에 실패했다. 지자체 조례에만 의지해 사업을 하다 보니 운영상 제약이 많다. 사회성과연계채권 사업이 안정적으로 추진되려면 관련 입법이 꼭 필요하다. 영국을 포함한 선진국들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사회성과연계채권 사업 활성화를 위한 법 제정 등 정책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복잡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면 많은 재원이 필요하다. 정부 재정만으로는 문제를 감당하는 데 한계가 있다. 민간 자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중요한 건 사후 처리가 아니라 사전 예방이다. 문제가 곪아 터진 후에 이루어지는 처방보다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사전에 방지하는 게 훨씬 효과적인 대처법이다. 사회성과연계채권 사업이 그 대안 중 하나다.

문진수 사회적금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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