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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선언네트워크, ‘대선과 부동산’ 토론
윤석열·이재명 감세·규제완화 강력 비판
공급부족론 오류…이명박·박근혜보다 많아
가격 급등은 초저금리·대출규제 미비 탓
세금 과다론, 자산불평등 개선 의지 의문
시장안정·주거복지 ‘큰 그림’ 먼저 내놔야


진보성향 지식인 모임인 ‘지식인선언네트워크’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5일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 제이유(JU)동교동’에서 공동개최한 ‘2022 대선, 부동산 정책을 묻는다’ 토론회에서 이병천 지식인선언네트워크 공동대표(왼쪽 넷째)가 주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진보성향 지식인 모임인 ‘지식인선언네트워크’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5일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 제이유(JU)동교동’에서 공동개최한 ‘2022 대선, 부동산 정책을 묻는다’ 토론회에서 이병천 지식인선언네트워크 공동대표(왼쪽 넷째)가 주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 힘 후보가 부동산 세금과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대선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놓은 것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패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부동산을 다시 자극하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라는 비판이 진보성향 지식인들의 토론회에서 제기됐다. 또 부동산으로 인해 심화하는 자산불평등을 개선할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받았다.

진보성향 지식인 모임인 ‘지식인선언네트워크’(공동대표 이병천 강원대 명예교수)가 5일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 공간 제이유(JU)동교동’에서 연 ’2022년 대선 부동산 정책을 묻는다’ 토론회에서 이강훈 변호사(참여연대)는 ‘문제는 주거와 부동산이야’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윤 후보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징벌적 과세, 과도한 대출규제, 시장을 무시한 임대차보호법 개정 등으로 집값 안정에 실패하고 집을 사기도, 보유하기도, 팔기도, 전셋집을 얻기도 어렵게 만들었다고 진단한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정부의 주택정책이 어디서 문제를 일으켰는지 진단부터 크게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윤 후보의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와 보유세·양도세 인하 공약은 가격 안정을 기대하는 주택시장에 불쏘시개를 계속 던져 넣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이강훈 변호사는 이재명 후보의 감세 공약에 대해서도 “현 정부가 과도한 부동산 세금을 매겨서 주택정책이 실패했다는 것은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 후보가 주택시장 안정과 자산불균형 완화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우려를 갖게 한다”면서 “전체 국민을 위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큰 그림, 서민을 위한 두터운 주거복지를 내세우는 공약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 후보의 감세 공약은 주택 소유자를 겨냥한 것이지만 윤 후보의 감세 공약을 뛰어넘을 수 없기 때문에 실제 표를 얻는데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대장동 사태를 계기로 개발이익 환수를 강하게 내세운 정책과도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토론에 나선 이선화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도 “2022년 이후에 보유세·양도세가 그 이전으로 원복될 수 있다는 메시지는 대단히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급등한 세부담을 낮추기 위한 공정시장가액비율 인하, 재산세 및 종부세 직접 감면 같은 단기적 조치와 장기적 정책 방향을 함께 제시하는 의견을 내놨다.

문재인 정부의 주택가격 급등 원인으로는 장기 저금리와 부동산 대출 규제 미비가 최대 요인으로 꼽혔다. 이강훈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 내내 금리가 낮아질수록 주택매수 수요가 늘고 아파트 실거래 가격이 상승했다”면서 “주택가격 급등은 부동산 과세 제도 강화, 과도한 대출 규제, 임대차보호법 개정 때문이 아니라 자산 인플레이션이 장기에 걸쳐 과도하게 발생할 정도로 금리를 낮추고도 가계대출. 주택담보대출, 전세대출이 무분별하게 확대되도록 방치한 탓”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아파트 전세 실거래 가격지수도 아파트 매매 실거래 가격지수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면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이 전월세 가격 상승을 부추긴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마타도어이고, 초저금리 상황에 따른 주택가격의 급상승과 직접 관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김용창 서울대 교수와 정준호 강원대 교수도 ‘자산 불평등을 넘어 부동산 공정사회를 향해’라는 주제발표에서 “문재인 정부 기간 중 실질 아파트 매매가격 변화 요인을 분석한 결과 실질금리, 전월세 아파트 가격 상승세, 실물경기가 영향을 미치고, 공급 요인은 통계적으로 유의한 변수가 아니었다”고 견해를 같이했다.

이강훈 변호사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기간 중 주택 순공급이 이명박·박근혜 정부보다 적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의 2017~2020년 4년간 연평균 주택 순공급은 전국 기준 45만1천호로 이명박 정부의 29만3천호, 박근혜 정부의 35만호보다 월등히 많았다. 서울의 경우 문재인 정부가 3만7천호로 이명박 정부의 4만호, 박근혜 정부의 4만7천호보다 적었지만, 핵심인 서울 아파트는 2만9천호로 이명박 정부의 2만8천호, 박근혜 정부의 2만9천호보다 많거나 같았다. 주택 순공급에서 1인가구 등 가구수 증가분을 빼더라도 서울의 경우 2017년만 소량 부족했을 뿐 2018년 6만9천호, 2019년 2만3천호나 여분이 있었다. 그러나 토론에 나선 최경호 주거중립성연구소 소장은 “공급 총량은 부족하지 않았더라도, 주택 수요자가 원하는 장소에 원하는 집이 충분했는지도 함께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차기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는 이강훈 변호사가 대출자의 소득에 맞춰 대출을 허용하는 ‘총부채 원리금 상환비율’(DSR)의 조속한 확대 실시를 포함한 부동산 대출 규제 확대, 현재 0.17%에 그치는 보유세 실효세율을 1%로 강화, 공공택지의 민간매각 제한과 최소 80% 이상 공공주택 공급, 신규 임대차계약에 대한 임대료 인상률 규제 등을 제시했다.

김용창·정준호 교수는 “부동산 불로소득에 기반한 자산 불평등 심화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면서 “현행 개발이익환수법은 불로소득 환수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불로소득환수기본법’을 도입해서 애초 입법 의도대로 사업시행자에게 귀속되는 협의의 개발이익뿐만 아니라 개발지역 주변의 토지소유자에게 귀속되는 광의의 개발이익까지 환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들은 또 “부동산 불로소득에 기반한 자산불평등을 완화하려면 보유세나 양도소득세를 강화하여 수익률을 낮추는 게 보다 근본적인 방법”이라면서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과도한 양도세 혜택 축소, 양도차익 생애총량제 도입, 증여를 통한 양도세 회피를 차단하기 위해 이월과세(최초 증여자에게 양도세를 부과) 적용기간 연장, 독립적인 기관을 통한 공시가격 평가를 제안했다.

이선화 연구위원은 1주택자의 과도한 양도세 감면 혜택 축소, 공시가격 시가반영률의 지역별·유형별 형평성 제고에 동의하면서 취득세 인하와 지자체에 실질적 과세권 이양을 곁들였다.

이번 토론회는 지식인선언네트워크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주거권네트워크, 민주노동연구원,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공동 주최했다. 지식인선언네트워크는 촛불시민들의 열망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국민에게 약속한 사회경제개혁을 제대로 추진할 것을 지속해서 촉구해 왔다.

곽정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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