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뉴스
【17회 사회적경제 정책포럼】
사회적 경제 청년 종사자의 끊임없는 이탈 원인은
과중 업무에 비해 낮은 처우와 열악한 노동환경

세대 간 이질적 경험이 공동체 해석의 차이 만들어
오늘날엔 취향 중심으로 쉽게 뭉쳤다 흩어지지만
함께 사회문제 해결하려는 방향성은 전 세대가 같아

“사회적 경제 내·외부 제기 문제는 정체성 모호함 때문
사회적 경제 스스로 확장된 자기 역할 정의해야”

사회적 경제가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음에도 대중에게 외면받고 저평가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회적 경제에 진입한 청년들이 실망과 좌절을 경험하고 떠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회적 경제를 바라보는 내·외부 평가 속에서 최근 사회적 경제 영역에서는 세대 간 소통 방식에 대한 고민과 함께 정체성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에서 열린 제17회 사회적 경제 정책포럼은 이런 고민을 나누고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다음 세대와 함께 그리는 사회적 경제’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에는 사회적 경제 및 소셜 벤처 청년 종사자와 연구자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달 29일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에서 ‘다음 세대와 함께 그리는 사회적경제’라는 주제로 제17회 사회적경제 정책포럼이 열렸다. 이번 포럼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사회적경제활성화전국네트워크,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가 공동주관하고, 행복나래가 후원했다. 박은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팀장
지난달 29일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에서 ‘다음 세대와 함께 그리는 사회적경제’라는 주제로 제17회 사회적경제 정책포럼이 열렸다. 이번 포럼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사회적경제활성화전국네트워크,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가 공동주관하고, 행복나래가 후원했다. 박은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팀장

발제를 맡은 이가람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전문연구원은 “사회적 경제가 사람 중심의 경제라고 주장하지만 정말 사람을 중심에 두고 일 해왔는지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에서 만든 ‘사회적 경제 활동가 공론장 분석보고서’ 결과를 제시하며 사회적 경제 종사자들이 사람존중 조직 문화, 평등하고 존중받을 수 있는 소통의 장 마련, 종사자 역량개발을 필요로 한다고 전했다.


한미희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사무국장은 3~4년 차 경력을 가진 20~30대 실무자들을 직접 인터뷰한 내용을 공유했다. 한 실무자는 “젊은 사람이 금방 그만두는 이유는 과중한 업무에 비해 보상과 대우가 부족한데, 보람과 가치를 찾기도 어려워서다. 책임자들은 어느 하나도 충족시켜주지 못하면서 청년의 무책임함만 탓한다”고 했다. 한 사무국장은 “인터뷰를 종합해보니 사람 중심 가치를 추구한다는 사회적 경제가 역설적이게도 종사자들을 열악한 노동환경에 두고 무조건적 희생과 봉사의식만을 강조하더라”라고 꼬집었다.


이가람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전문연구원이 ‘사람중심의 사회적경제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라는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박은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팀장
이가람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전문연구원이 ‘사람중심의 사회적경제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라는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박은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팀장

공동체와 연대에 대한 세대 간 해석과 실천방법의 차이가 세대 갈등을 만든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전일주 임팩트얼라이언스 기획운영팀장은 사회적기업 창업 경험을 전하며 “사회적 경제에서 느낀 실망과 좌절의 이유가 역설적이게도 공동체와 연대였다. 이상적 가치만 가지고 저임금에 과로가 필수인 노동환경에서 일할 수 없어 많은 청년이 사회적 경제 영역을 떠났다”라고 했다. 이가람 전문연구원도 “청년 세대는 공동체와 연대라는 단어를 무겁게 여긴다. 공동체 대신 커뮤니티라고 하면 공감한다. 과거의 공동체는 모두 한몸이 되어 하나의 목표를 향해 움직였다면, 오늘날 공동체는 쉽게 뭉쳤다 흩어지는 특징을 가졌다”고 말했다. 전일주 팀장은 “공동체에 이질적인 경험을 가진 세대가 충돌하고 있다. 새로운 세대는 공동체 경험 자체가 없다. 대신 온라인에서 취향을 중심으로 뭉친다. 방탄소년단 팬클럽 아미(ARMY)가 상징적이다. 취향을 중심으로 인종, 성별, 국경을 초월해 뭉친다”라고도 했다.


전상욱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사무국장은 “사회적 경제를 바라보는 외부 시각이 청년 인재 유입과 연결될 수 있는데, 사회적 경제는 젊은 세대에 매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사무국장은 “사회혁신의 주체이자 체인지메이커라는 메시지 전달도 되고 있지 않을뿐더러 오늘날 청년 세대가 추구하는 노동환경 개선에 대한 노력도 부족하다”고 했다. 한미희 사무국장은 “소유보다 공유를 선호하고, 소비를 통해 신념을 표출하며, 삶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MZ세대의 특징들이 사회적 경제와 맞닿아있어 반갑다”고 했다. 그러나 이가람 전문연구원은 “일하는 사람의 권리, 느슨한 연대 등 사회적 경제가 오래전부터 추구해온 가치가 최근 사회 전반에서도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사회적 경제 내·외부 차이가 좁혀졌다. 사회적 경제 내부에선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느끼고, 외부에선 더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두는 것 같다”고도 했다.


전일주 임팩트얼라이언스 기획운영팀장이 ‘사회적경제 세대 간 연결의 중요성’이라는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박은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팀장
전일주 임팩트얼라이언스 기획운영팀장이 ‘사회적경제 세대 간 연결의 중요성’이라는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박은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팀장

좌장으로 참여한 강민수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정책위원장은 “사회적 경제 내·외부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은 사회적 경제 정체성이 모호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정체성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사회적 경제 스스로 누구이고,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정의한 뒤에 우리에게 필요한 역량과 리더십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말하며 “사회적 경제가 단순히 취약계층을 고용하고,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이라는 인식을 벗어나려면, 우리 안에서 확장된 자기 역할을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혜빈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원 hyebin@hani.co.kr



서비스 선택
댓글
로그인해주세요.
profile image
powered by SocialXE
List of Articles

작은 협동의 경험을 큰 협동으로

<다시, 협동조합을 묻다> 김기태·강민수 지음/북돋움/1만8000원 다가오는 2022년은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된 지 꼭 10년이 되는 해다. 협동조합기본법에 따라 설립된 협동조합은 전국에 2만1000여개에 달한다. 농수축협 등 8개 개별법...

  • HERI
  • 2021.12.09
  • 조회수 1618

풀뿌리 협동조합 ‘사회주택’에도 종부세 중과, 왜?

공동 소유하고 관리하는 사회주택 자본이익 실현보다 공동체 의미 큰데 개정된 종부세제로 조합원 부담 커져 일부 주택협동조합은 해산까지 사회주택의 지속가능한 실험 위한 법적 안전망·제도적 장치 마련 시급 소다마을 주민들은...

  • HERI
  • 2021.12.08
  • 조회수 1702

사회적경제연대회의, 7년째 국회 계류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 촉구

문 대통령·이재명 후보 법 제정 의지 밝혔음에도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방관한다며 비판 6일 성명 통해 법 제정 위한 적극적 노력 촉구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제33차 세...

  • HERI
  • 2021.12.06
  • 조회수 1518

양질의 일자리가 지속가능개발 목표 달성한다

[제33차 세계협동조합대회] 정체성 실천: 보람있는 일자리 세션 협동조합 통해 비공식 노동자들 조직화 역량 강화와 정체성 찾는 노력 필요 협동조합도 디지털 환경 변화에 대응해야 재숙련 교육 제공과 새로운 비즈니스 발굴 ...

  • admin
  • 2021.12.06
  • 조회수 1453

‘불평등 완화’ ‘지속가능발전’ 열쇠쥔 협동조합 모델에 주목

[제33차 세계협동조합대회] 2일차 ‘협동조합 정체성 헌신’ 세션 소외계층 일자리 창출, 노동 성과 공유하는 협동조합 가치 금융, 의료복지 사각지대 놓인 취약계층 접근성 높이고 난민, 지역주민 포용하는 수평·협력의 핵심주체...

  • admin
  • 2021.12.06
  • 조회수 1644

“대전환 시대, 협동조합 고유의 민주·평등 구조가 혁신 일으킬 것”

제33차 세계협동조합대회 이틀째 대변혁 시기에 협동조합 정체성 주목 거버넌스·문화 오히려 위기 대처 유연해 “협동조합의 성과는 사회적 성과 공동체 정체성 집중·홍보해야” “협동조합은 사회에서 늘 선도적 역할 지역사회와 ...

  • admin
  • 2021.12.06
  • 조회수 1930

“사회적 경제도 세대간 인식격차…이상적 가치로만 안돼”

【17회 사회적경제 정책포럼】 사회적 경제 청년 종사자의 끊임없는 이탈 원인은 과중 업무에 비해 낮은 처우와 열악한 노동환경 세대 간 이질적 경험이 공동체 해석의 차이 만들어 오늘날엔 취향 중심으로 쉽게 뭉쳤다 흩어지지...

  • HERI
  • 2021.12.02
  • 조회수 1889

“협동조합은 위기의 시대 대안될 수 있어…정체성 더 강화해야”

제33차 세계협동조합대회 개막 사회적 책임 추구하는 협동조합 불평등 심화 속 대안으로 부각 문 대통령 참석 ‘연대·협력’ 격려 “협동조합의 지속가능성 담보 위해 정부와의 협력 파트너십 필요” 1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

  • HERI
  • 2021.12.02
  • 조회수 1955

“소외된 여성 노동자 자립 위해 사회적 연대·협력이 필수"

[제33차 세계협동조합대회] 협동조합 정체성에 헌신 세션 기조강연자 인터뷰 엘라 바트 인도여성자영업협회 설립자 가난하고 소외된 여성노동자 권리 위해 첫 여성노동조합이자 협동조합 조직 예금자 9만명 여성협동조합은행도 설립...

  • HERI
  • 2021.12.01
  • 조회수 2272

“협동조합 DNA에는 지속가능성 녹아 있어”

[제33차 세계협동조합대회] 협동조합 정체성 강화 세션 핀란드 최대 소매유통업체 에스그룹 240만 조합원…국민 두명 중 한명 꼴 지속가능 전략과 경영전략 통합운용 자국산 식료·동물복지·인권·환경 중시 핀란드 생활협동조합인 에...

  • HERI
  • 2021.12.01
  • 조회수 1850

이성희 농협 회장 “협동조합, 양극화와 불평등 문제 해결의 대안”

[제33차 세계협동조합대회] 협동조합 정체성 점검 세션 이성희 농협중앙회 회장 인터뷰 “협동조합은 연대·협력의 민주적 공동체 차별화된 경쟁력은 조합 정체성으로부터 세계 10위 협동조합으로 성장한 농협 농업인 조합원 연대·역...

  • HERI
  • 2021.12.01
  • 조회수 1641

협동조합도 브랜드 시대, 사회적 가치로 특화 전략

[제33차 세계협동조합대회] 협동조합 정체성 점검 세션 세계 8위 경제규모 GDP와 맞먹는 전 세계 300대 협동조합 매출 규모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선키스트, 데니쉬 크라운 모두 협동조합 ‘사람중심기업’ 협동조합 가치...

  • HERI
  • 2021.12.01
  • 조회수 1995

협동조합 정체성에 깊이를 더하다

[제33차 세계협동조합대회] 12월1~3일 서울 워커힐호텔서 열려 1895년 설립 국제협동조합연맹(ICA) 주관 50여개 나라 300여개 회원단체들 참여 ‘협동조합 정체성’ 점검·강화·헌신·실천 4가지 주제, 5개 소주제로 24개 세션 구성 ...

  • HERI
  • 2021.12.01
  • 조회수 1822

협동조합의 ‘정체성’ 충실해야 혁신·경쟁력 생겨

[제33차 세계협동조합대회] 협동조합 정체성 강화 세션 4차혁명·기후위기·감염병시대 맞아 자발·개방 등 정체성 ‘7대 원칙’ 재정립 몬드라곤, 2008년 위기 때도 해고 회피 재교육 이후 재배치…고용확대 목표 달성 ‘팀 아카데미...

  • HERI
  • 2021.12.01
  • 조회수 1548

여기, 노후에도 존엄하게 살 수 있는 마을이 있다

[제33차 세계협동조합대회] 협동조합 정체성 실천 세션 고령화 시대 ‘돌봄’ 민간시장에 의존 수익 위주·공공성 훼손 우려 커져 공동체 중심 ‘대인 돌봄’ 모델 확산 94년 첫 의료사협…안성 등 전국 확산 지역 건강공동체로...

  • HERI
  • 2021.11.30
  • 조회수 2079

“협동조합은 위기의 시대에 가장 복원력 뛰어난 기업”

【제33차 세계협동조합대회】 아리엘 과르코 ICA 회장 인터뷰 협동조합 3억개 일자리 창출 G20보다 많고 전세계 10% 차지 사람 중심 경제의 경쟁력 보여줘 코로나 이후 삶의 방향 제시 요즘 유행하는 ESG 성공하려면 이윤창출...

  • HERI
  • 2021.11.30
  • 조회수 1588

‘사람위한 좋은 기술’…서약하고 시상하고

프 마크롱, ‘좋은 기술 정상회의’ “안전장치 없으면 인권 위협” 서약 캠페인 이어 ‘디지털세’ 결실 다이슨·구글 등 기업도 시상행사 ‘사람친화적’ ‘인도적 기술’ 독려 국내엔 ‘휴먼테크놀로지 어워드’ ‘인도적 기술’...

  • HERI
  • 2021.11.29
  • 조회수 1467

‘080’만 누르면 어디든 빠르고 편하게…하루 850만명이 쓴다

휴먼테크놀로지 어워드 2021 대상/ KT 080 콜 체크인 080 전화, 080 콜, 코로나, QR코드, /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확진자 역학조사 및 동선관리를 위해 출입기록을 등록하는 서비스에도 진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 HERI
  • 2021.11.29
  • 조회수 2049

'사람 친화적’ 기술·서비스, 코로나와 공존의 길 열었다

올해의 키워드 ‘코로나 적정기술’ 방문자 출입기록 의무화되고 온라인 교육·미팅 일상화하고 배달수요 폭증하는 변화된 세상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은 수준으로 ‘인간적인 삶’ 가능하게 도와준 비대면시대 새로운 기술·서비스들...

  • HERI
  • 2021.11.29
  • 조회수 1464

“수도권 쏠림 막으려면 단일 행정구역 넘어 초광역적 협력해야”

제2회 ‘대한민국도시포럼’ 유엔해비타트·한겨레 공동개최 ‘메가시티 리전’ 주제로 균형발전과 자치분권 모색 “수도권 일극집중 체제 한계, 다극 거점형 공간 구축 필요” 25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 호텔에서 제2회 대한민국...

  • HERI
  • 2021.11.26
  • 조회수 2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