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뉴스

사회적 약자 위한 사회 안전망과 생태전환 복지정책 필요
불안정·이주노동자 품으려면 사회복지 개념도 바뀌어야
분절화된 노동, 기업별 교섭체계 등 구조적 노동시장 과제 해결부터
정부·시장·노동 주체별 혁신 노력까지 사회 다방면 노력 필요

0002547265_001_20210604154802968.jpg?type=w430원본보기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한 여성이 ‘지금 정의로운 전환이 필요하다’는 피켓을 들고 시민행렬 속에 서 있다. 크리에이티브커먼즈 제공


기후위기 시대에 복지국가의 모습은 어떠해야 할까. 지금까지 환경과 사회복지는 별개의 영역으로 간주돼 이 둘 사이의 연결점을 찾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 사태에 직격탄을 맞은 사회적 약자를 위해 사회 안전망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사실이 드러나며, 재난 위기 상황에서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위한 복지정책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기후위기로 인한 경제, 산업 시스템의 전환 과정도 마찬가지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일자리를 뺏어가고, 탄소세 적용은 저렴한 고탄소에너지를 사용하는 저소득층의 세금 가중으로 이어진다. 이렇듯 생태전환의 과정에서 사회 취약계층을 비롯해 시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안정된 삶을 보장하기 위해서 복지국가는 어떤 역할을 해야할까.

지난 26일 서울 중구 여성플라자에서는 정의로운 생태전환과 새로운 복지국가 실현 방안을 모색하는 ‘2021 한국사회정책학회 춘계학술대회’가 열렸다. 한국사회정책학회와 한국노동연구원,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공동 주최로 인권과 노동, 복지 정책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정의로운 생태전환 실현을 위한 과제를 짚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기조발제자로 나선 김병권 정의정책연구소장은 “탈탄소경제사회에서는 경제복지와 생태복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새로운 목표와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 소장은 이를 위해서는 현재 성장 중심으로 경제를 추동하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벗어나, 지구 생태적 한계 안에서 성장과 경제활동을 하는 탈탄소, 생태경제로의 전환이 우선되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의 복지서비스는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지속적인 경제성장에 힘입어 발전됐다. 하지만 경제성장이 곧 생태파괴로 이어지는 미래에는 경제와 생태 복지서비스는 서로 대립되는 관계에 놓이게 된다. 과거에 경제성장과 뗄래야 뗄 수 없었던 복지에 대한 개념이 기후 위기 시대에는 바뀔 수밖에 없단 얘기다.

김소장은 “탈탄소경제 전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전환 과정에서 다수의 사회적 약자들의 반발과 저항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옥스팜은 전세계 상위 1% 부자가 탄소배출의 15%의 책임이 있고 상위 10% 부자는 52%의 책임을 져야 하는 반면, 전세계 소득 하위 50%의 책임은 7%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부자들일수록 자연자원을 더 많이 활용해 탄소 배출이 많고, 기후위기를 피할 수 있는 수단도 많지만, 저소득층의 형편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말이다. 향후 녹색전환 과정에서 탄소배출 책임이 적은 저소득층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2019년 프랑스에서는 정부가 탄소세 부과의 명목으로 실행한 유류세 인상에 저항하는 노동자들의 대규모 시위(노란조끼 시위)가 있었다. ‘더 배출한 사람이 더 책임지는’ 정의로운 전환의 논의가 나오게 된 배경도 여기에 있다.

0002547265_002_20210604154803013.jpg?type=w430

원본보기

지난 26일 서울 중구 여성플라자에서 ‘2021 한국사회정책학회 춘계학술대회’가 열렸다. 한국사회정책학회와 한국노동연구원,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공동주최한 이날 행사에서는 정의로운 생태전환과 새로운 복지국가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오갔다. 한국정책학회 유튜브 제공


김 소장은 “생태전환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불평등의 주된 피해자들의 충격을 완화하는 사회안전망이 필요하고, 전환과정에 동참을 유도하는 사회복지 정책이 필요하다”며 저소득층과 중소득층을 위한 생태전환 복지 정책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한편에선 생태위기 시대 복지국가의 새로운 구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복지 개념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토론자로 나선 한동우 강남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현재 임금노동과 국민국가를 중심으로 하는 복지체계에서는 생태전환에 맞는 복지정책을 구상하기 어렵다”며 디지털경제로 인해 늘어나는 불안정 노동자와 이주민 노동자 등 변화하는 노동환경에 맞는 복지체계의 재구조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자본주의의 성장은 저렴한 자연 자원과 저렴한 노동이 이끌어왔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탈탄소경제 전환에서 고갈되는 자연자원에 대한 논의는 많지만, 저렴한 노동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창근 민주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노동시장 내 구조적인 불평등 격차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정의로운 전환과 복지체계 설립은 실현되기 어렵다”며 분절화된 노동시장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과거 조선업 구조조정 사례를 들며, 탈석탄 전환 과정에서도 비정규직 노동자를 포함한 노동시장에서 가장 취약한 불안정노동자들이 우선적으로 해고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2014년부터 18년까지 진행된 조선업 구조조정 당시, 하청노동자가 정규직 노동자에 비해 3배 가량 더 많이 해고됐지만 정부의 고용유지 지원 정책은 다양한 하청구조 속에 존재하는 불안정노동자까지 닿지 못했다.

이 연구위원은 “구조화되고, 분절화된 노동시장 속에서 기업 단위 교섭체계는 다양한 노동자의 이해를 대변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노동조합들의 충분한 참여를 보장하는 포용적 시장체계로의 전환이 우선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이정수 여성환경연대 대표는 “자본주의는 보이지 않는 노동으로서 여성의 노동과 돌봄의 가치에 기대어 성장해온 게 사실”이라고 짚고, “여성돌봄노동을 포함해 사회를 유지하고 보수하는 필수노동자를 포용하기 위해서는, 탈성장 탈탄소 경제는 사회구성원에 대한 돌봄 중심 사회로 가치가 전환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토론자들은 정의로운 전환과 복지체계의 재설계를 위해서는 정부의 아래서부터 정책 수립과 시장의 탈성장 탈탄소 가치 변화 외에 노동, 시민사회 주체의 노력도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창근 연구위원은 “지금 노동시장은 기후위기가 현실화되면 결국 저임금 노동자들이 먼저 희생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의로운 전환이 제대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구조적 개혁 외에도, 정부, 사용자뿐 아니라 노동계의 노력도 동반되야 한다”며 주체들의 혁신을 강조했다.

장이정수 대표도 “과거 정부의 억압 속에서 국내 시민사회 운동이 환경, 인권, 여성 등 영역별로 분절화된게 사실”이라며 “아래서부터의 전환 논의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에서도 환경과 노동, 환경과 복지 등 연대의 지점을 찾기 위한 자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조강연 및 기획세션에 앞서 진행된 특별좌담에서는 기후위기와 인권, 복지국가를 주제로 이창곤 한겨레신문 선임기자가 사회를 맡아 조효제 성공회대 교수와 한상진 울산대 사회복지학 교수가 생태복지국가 실현을 위한 인권과 생태학적 관점의 연계 필요성에 대한 심도있는 토론이 진행됐다.

박은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팀장 ekpark@hani.co.kr

서비스 선택
댓글
로그인해주세요.
profile image
powered by SocialXE
List of Articles

기본소득이 농촌에 미친 경제 효과, 지역승수로 측정 가능

경기도 농촌기본소득 시범사업 지역승수효과 측정과 쟁점 지역화폐의 고용효과 등 확인 필요 역내 임직원·업체 지출도 분석하는 실증 도구로 영국 ‘LM3’ 참고할 만 지난 5월7일 전북 군산시 서수면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농민이...

  • HERI
  • 2021.06.22
  • 조회수 502

“농촌기본소득, 농촌 되살릴 지역순환경제 밑돌 될 것”

경기도 농촌기본소득 시범사업 농촌 대안모델 구축 어떻게 소멸위기 앞 농촌 출구찾기 시급 지역화폐 활용한 변화 추동력 주목 기본소득 돌며 농촌 경기에 활기 주민자치·생태농업 등 전방위 효과 양준호 인천대 교수(경제학)는 ...

  • HERI
  • 2021.06.22
  • 조회수 497

농촌기본소득, 경제 효과뿐 아니라 삶의 변화 측정해야

경기도 농촌기본소득 시범사업 정책 목표와 설계 지역경제 활성화·고용효과 넘어 ‘완전 기본소득’ 향한 걸음 기대 인도 마을·체로키인디언 사례 주목 경기도 농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은 전국이 아닌 제한된 농촌 지역에서 시행된다...

  • HERI
  • 2021.06.22
  • 조회수 539

주민 개개인 ‘삶의 질’과 ‘공동체 활성화’ 함께 살펴볼 필요

경기도 농촌기본소득 시범사업 기대효과와 측정지표 소비·여가는 물론 행복에도 영향 지역사회 참여·포용성 변화 예상 4000~5000명 대면 조사 쉽잖아 정책 부작용도 들여다봐야 의미 ‘2021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가 지난 4월...

  • HERI
  • 2021.06.22
  • 조회수 577

“농촌기본소득, 기후위기 시대 농촌 가치 지키는 게 목표”

이한주 경기연구원장 인터뷰 “하반기 1개 면 선정, 농업 종사 않더라도 거주 주민이면 월15만원 지역화폐 인구소멸 완화 살만한 곳 만들려” “농촌은 점점 더 중요 먹거리 생산 넘어 재해 막아주는 역할” “정책 성공 위해 ...

  • HERI
  • 2021.06.22
  • 조회수 1203

농촌기본소득, 균형발전과 순환경제의 마중물 될 수 있을까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 링크 스크랩 프린트 글씨 키우기 경기도 하반기 시범사업 실시 도내 면 단위 농촌지역 선정 1인당 15만원, 5년 동안 지급 지역단위 정책 효과 우선 검증 국토균형발전 마중물 될지 확인 경기도가 올해...

  • HERI
  • 2021.06.22
  • 조회수 485

이낙연 전 총리 “탈탄소·불평등 대안, 사회적 경제 주목해야”

18일 사회적경제 단체들과 간담회 “사회적경제기본법 통과 위해 힘쓸 것”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자연드림 대치점에서 사회적 경제 단체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탈탄소 시대와 불평등이 심화되는 우리...

  • HERI
  • 2021.06.21
  • 조회수 415

“장애학생에게 좋은 학교는 모든 학생에게도 좋다”

인터뷰 | 이숙향 이화여대 특수교육과 교수 “통합교육 양적으로 크게 성장 질적 성장 노력 이어지고 있지만 부정적 인식은 여전히 걸림돌 정부·교육청·학교 등 모두가 노력해야” 대구불로초 병설유치원 푸른하늘반(만 5살)에선 장...

  • HERI
  • 2021.06.21
  • 조회수 481

그림자 노동 굴레 벗고, 당당한 ‘노동자’로 첫발 딛는 가사노동자

[제10회 국제가사노동자의 날 기념 토론회] 국내 약14만명 추정되는 가사노동자 지난 68년간 근로기준법 적용 제외돼 복지 사각지대, 여성 노인빈곤 방치 내년 5월부터 산재 · 4대보험 등 적용해 소비자·노동자 추가비용 부담줘...

  • HERI
  • 2021.06.21
  • 조회수 421

복지국가실천연대, 대통령선거 특별위 발족

10일 오후 1시, 한국사회복지사협회 유튜브 채널에서 중계 전국 20개 사회복지단체가 모인 복지국가실천연대가 10일 대통령선거특별위원회(이하 대선특별위) 발족식을 연다. 대선특별위는 공동위원장으로 남국희 한국사회복지관협회장과 ...

  • HERI
  • 2021.06.10
  • 조회수 474

‘기후위기 최대 피해자’ 사회적 약자 보호하는 복지국가 되려면…

사회적 약자 위한 사회 안전망과 생태전환 복지정책 필요 불안정·이주노동자 품으려면 사회복지 개념도 바뀌어야 분절화된 노동, 기업별 교섭체계 등 구조적 노동시장 과제 해결부터 정부·시장·노동 주체별 혁신 노력까지 사회 ...

  • HERI
  • 2021.06.04
  • 조회수 718

탄소중립 이행에 앞장서는 100만 시민의 선언

‘사회적 경제로 실현하는 지역 탄소중립 이행 정책토론회’서 ‘탄소중립 이행 위한 100만 시민 참여 선언식’ 열려 지난 27일 백범김구기념관 컨벤션홀에서 시민대표와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모여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

  • HERI
  • 2021.05.31
  • 조회수 662

알고리즘에 ‘코로나 백신 접종 순서’ 맡기면 효율적일까

공공정책과 자동의사결정 시스템 이탈리아 주정부들, 개인별 의료정보 활용 “알고리즘의 접종대상 선별 정확도 95%” 공공정책에 알고리즘 활용 증가 ‘알고리즘 영향 평가’ 지침 등장 “인권 안전 민주주의 고려한 AI정책을” ...

  • HERI
  • 2021.05.31
  • 조회수 622

‘풀빵 정신’ 잇는 노동자 연대 생활안전망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 링크 스크랩 프린트 글씨 키우기 ‘노동공제조합 사단법인 풀빵’ 창립보고대회 열어 특고·프리랜서·플랫폼 종사자 등을 위한 연대 공동 적립형 공제 등 금융·복지 사업 추진 예정 27일 오전 서울 중구 ...

  • admin
  • 2021.05.27
  • 조회수 672

[HERI 쟁점진단] 삼성 경영권 승계 재판, 재점화된 ‘삼바 분식회계’ 논란

이재용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재판 시작과 함께 검찰 기소 내용 비판하는 기고문 등장 최종학 서울대 교수 “분식회계 아니고, 합병과 관계도 없다” 검찰 “삼바 자본잠식 막기 위해 분식” 기소 재판에서 분식회계 다툼...

  • HERI
  • 2021.05.26
  • 조회수 728

“재난현장 아이들 보며 ‘렌즈 뒤에 숨지 말자’ 결심했죠”

[짬] 사진으로 환경운동하는 강제욱 작가 강제욱 작가 제공 ‘피포지(P4G) 서울 정상회의’가 오는 30일부터 이틀간 서울에서 열린다. P4G는 ‘녹색 성장과 유엔의 지속가능발전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Partnering For...

  • HERI
  • 2021.05.19
  • 조회수 689

“기후위기 배운 적 없는데 어떻게 목소리 내나요?”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 링크 스크랩 프린트 글씨 키우기 ‘P4G 시민사회포럼’서 정책 제안 쏟아져 청소년층에선 형식적 현장 교육 비판 “생수가 수돗물보다 탄소 770배 더 배출” 분야별 기후위기 대응·활동 사례도 눈길 이아...

  • admin
  • 2021.05.18
  • 조회수 908

‘녹색전환’ 성공하려면…“취약계층 포용하는 투명한 파트너십에 달렸다”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 링크 스크랩 프린트 글씨 키우기 ‘P4G 서울 정상회의’ 대응하는 시민사회 포럼 열려 “정부의 대표적인 그린워싱 정책” 비판…참여 거부 취약계층에 더 불평등한 현 녹색전환 구조 바꾸고 포용적·통합...

  • admin
  • 2021.05.18
  • 조회수 693

피싱 메일 몰라?…한국 청소년 ‘디지털 문해력’ OECD 바닥 ‘충격’

‘PISA 21세기 독자’ 보고서 2018 PISA 읽기 ‘5위’ 불구 정보 신뢰성 평가는 OECD 꼴찌 정보편향 판단 교육도 평균 이하 OECD, “21세기엔 새 문해력 필요” “정보 신뢰성 판단이 문해력 핵심” 전문가들 “긴글 못...

  • HERI
  • 2021.05.17
  • 조회수 818

코스타리카…“커피 소농의 땀과 협동조합 방식의 연대가 사회와 경제의 기반”

상지대, 로드리게스 주한 코스타리카 대사 초청 강연 코스타리카 사회적 경제 경험 공유하는 배움의 장 마련 코스타리카 작년 11월 ‘사회연대경제 정책 2021~2025’ 발표 코로나 이후 탈탄소·디지털화·분권화 국가경제 원칙 환경...

  • HERI
  • 2021.05.12
  • 조회수 8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