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뉴스
기획특집/기본소득 사회실험
대담 l 무엇이 불평등의 대안인가
김두관 “기본자산, 청년들의 공정한 출발선 보장”
용혜인 “기본소득, 자산불평등 해소에 더 효과적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 팬데믹을 선언한 지 12일로 만 1년을 맞는다. 불평등한 사회를 반영하듯 코로나19의 전파도, 그로 인한 사회적인 피해도 평등하지 않았다. 기존 복지체계의 한계도 드러났다. 기존의 사회 안전망은 코로나 이전에 커져가는 불평등에도 대응하지 못했지만, 불평등한 코로나의 피해에도 무기력했다.

마침 새로운 대안들이 논의되고 있다. 기존 복지체계를 강화하는 전국민고용보험이 주요 정치적 의제로 부상했고, 이전엔 불가능해 보이던 대안들인 기본소득제와 기본자산제도 전례 없는 관심을 받고 있다. 기본소득은 모든 개인에게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현금이고, 기본자산은 특정 연령대에 도달한 사람에게 상대적으로 목돈을 주는 제도다. 두 제도는 함께 논의된 역사가 있다. 초기 기본소득 제안자로 꼽히는 토머스 페인은 기본자산제를 함께 주장했다. 그는 1796년 발간한 저서 <토지정의>에서 토지에 세금을 매겨 만 21살에 이른 성년에게 15파운드를 주고, 만 50살 이상의 모든 사람에겐 매년 10파운드씩을 지급하자고 주장했다. 대표적인 기본소득 이론가로 꼽히는 필리프 판 파레이스와 기본자산제를 체계화한 브루스 애커먼과 앤 올스톳 역시 2003년 미국 ‘리얼 유토피아 프로젝트’란 콘퍼런스에서 함께 열띤 토론을 벌였고, 이 논의를 계기로 두 제도가 널리 알려졌다.

국내 정치권에선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과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기본소득론자와 기본자산론자를 자처하고 있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은 이들이 왜 기본소득과 기본자산을 주장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대담 자리를 마련했다. 대담은 지난 2월1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됐다.

―기본소득제와 기본자산제가 전례 없는 관심을 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김두관(이하 김) “용혜인 의원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함께 활동하면서 불평등 현황을 살펴봤더니, 소득의 불평등도 심하지만 자산의 격차는 더 심각했다. 상위 10%가 사회 전체 자산의 절반을 보유하고 있다.(2020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 상위 10%의 순자산 점유율이 43.7%를 차지) 이런 격차는 개인이 극복하기 어렵다. 결국 불평등 해소와 계층 이동이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게 시대적 과제이고, 이런 문제들을 대응하기엔 기본소득보다 기본자산제가 나은 대안이라고 보고 있다.”

용혜인(이하 용) “두 제도 모두 기본적인 문제의식은 비슷하다. 불평등 해소가 시대적 과제이고, 일자리가 없는 사람을 지원하는 기존의 방식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게 확인되고 있다.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코로나19가 이 논의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가?

 “일자리를 통해서만 안정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사회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코로나19가 여실히 보여줬다. 누군가의 잘못이나 무능 때문이 아니라, 다른 요인으로 인해 일자리가 사라지고 소득이 끊겨버리는 상황이 발생했다. 많은 국가들이 최소한의 조건으로 국민들에게 소득 지원을 한 이유였다. 한국은 긴급재난지원금이란 이름으로 모든 가구에게 조건 없이 소득을 지원한 전대미문의 시도를 했다. 정부가 조건 없이 돈을 준다는 건 과거엔 상상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한번 해보니까 ‘충분히 가능하고 효과가 있다’는 것을 많은 국민들이 체감했다. 그 이후에 국회에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분들이 여럿 들어왔다. 21대 국회에 기본소득 연구포럼이 만들어지고, 기본소득 법안도 발의되는 등 사회적 논의가 진전되는 분위기다. 저는 기본소득이 우리 사회에 필요한지,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수 있는지 등을 논의하자는 ‘기본소득 공론화법’을 대표 발의했고, 다섯개 정당 소속 의원 스무명이 공동 발의에 참여해주었다.”

 “코로나 시기에 지급된 재난지원금은 일회성 보상으로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기본소득과는 다른 개념이다. 두 개념은 엄연히 구분되어야 한다. 코로나 이후에도 기본소득이 필요한지는 잘 따져봐야 한다.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이들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대량 실업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제한다. 영국 산업혁명 당시에도 기계가 일자리를 대체한다고 해서 기계를 파괴하는 ‘러다이트 운동’이 있었다. 하지만 산업혁명으로 일자리가 오히려 늘었다.”

 “일자리 자체가 사라지지 않더라도 프리랜서와 초단기 저임금 노동자들은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고용과 연계되는 복지제도는 필연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다. 많은 분들이 기본소득이 복지제도를 흔든다고 보는데 선후 관계가 바뀌었다. 복지제도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에 기본소득이 등장한 것이다. 또한 기본소득이 기술 발달로 인한 실업이나 저임금 불안정 일자리의 양산을 전제로 한다는 비판은 일견 타당하지만, 이를 전복적으로 사유했으면 좋겠다. 지금도 한국은 장시간 노동을 하는 국가이고, 여전히 열악한 일자리에선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가 상당수다. 그 노동 시간을 줄이고 가족과 지인들과 자기 자신을 위한 시간들을 늘려나가면 어떨까. 로봇이 사람의 일을 하게 된다면 ‘재주는 로봇이 부리고, 돈은 사람이 받으면 되는 것’ 아닌가.”


―두 분의 생각도 서로 차이가 있지만, 한편에선 기본소득제와 기본자산제 둘 다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노동 의욕을 떨어뜨려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비판도 있고, 복지를 위축시킬 것이란 우려도 있다.

 “기본자산제는 기존 복지를 대체하지 않고, 경제에 악영향을 줄 정도로 많은 재원이 들지도 않는다. 출생아 수 연 30만명에게 2천만원씩 지급한다고 하면 연 6조원 정도가 필요하다. 이는 올해 정부 예산 558조원의 1%가 조금 넘는 수준이다. 충분히 정부 재정에서 감당할 수 있다.”

 “기본소득을 주장하면 우파 쪽에선 ‘이건 공산주의 배급제’라고 공격하고, 좌파 쪽에선 ‘자본주의를 유지 발전시키는 제도’라고 비판한다. 나는 오히려 기본소득이 좌우를 넘어 새로운 사회 계약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기본소득에 대한 주요 비판은 ‘노동 의욕을 감소시킨다’는 점이다. 기본소득당은 월 60만원의 기본소득을 주장하고 있고, 한국에서 다른 분들은 월 30만원안 정도를 제안한다. 이 정도는 노동 의욕을 감소시키는 수준이 아니라고 본다. 복지와의 대립 구도에 대해선 최근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께서 ‘지금 있는 복지 재원 다 털어도 20만원 기본소득도 못 한다’고 말씀하셨다. 기본소득이 아닌 복지 확대가 중요하다고 하면서 왜 증세를 얘기하지 않는가란 의문이 든다. 기본소득은 전국민이 혜택을 받는 아이디어이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증세에 대한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

―두 분의 입장을 좀 더 분명히 하기 위해 다섯개의 보기를 준비했다. ①기본소득 찬성하고 기본자산 반대 ②기본자산보다 기본소득 먼저 시행 ③둘 다 함께 추진 ④기본소득보다 기본자산 먼저 시행 ⑤기본소득 반대하고 기본자산 찬성이다. 먼저 단답식으로 답변해달라.

 “둘 중에 하나만 고르라면 기본소득을 선택하겠지만, 다섯개 보기 중에선 2번 입장이다.”

 “용혜인 의원에겐 미안하지만, 5번 입장이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 사이에서도 조세 부담률이 낮은 편이고, 기본자산보다는 기본소득이 증세에 대한 광범위한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 그렇게 증세에 대한 합의를 이뤄내야 기본자산은 물론 다른 복지도 확충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기본소득이 먼저 기본으로 깔려야 그다음의 다른 복지 확충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기본소득을 시행하려면 정부 재정 전체를 재편해 새롭게 설계해야 하는데 그게 과연 가능한지 의문이다. 기본소득 재원으로 거론되는 디지털세, 탄소세, 국토보유세 등의 세목을 만드는 것에도 상당한 조세 저항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행해도 거칠게 말하면 기본소득은 결국 개인에게 푼돈이다. 반면 기본자산은 신생아에게 2천만원씩을 지급해도 연 소요 재원이 6조원이고, 이는 충분히 정부 재원으로 마련할 수 있는 규모다. 저는 이미 걷히고 있는 약 9조원 규모의 상속·증여세를 기본자산 재원으로 삼자고 주장하고 있다. 신생아에게 2천만원을 지급하고, 국민연금 등이 잘 운용해 성년이 될 때 개인당 5천만원씩을 마련해주자는 제안도 하고 있다. 이 정도면 사회 첫발을 내딛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대학등록금으로 쓸 수도 있고, 5명이 의기투합해 2억5천만원의 자본금으로 창업을 할 수도 있다.”

―기본자산제는 탕진할 우려가 있고, 탕진 이후의 삶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다. 또한 최근 부동산 폭등에 이어 주식투자 열풍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기본자산제가 이런 흐름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탕진의 우려 때문에 용처를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그렇게 하면 취지에 맞지 않을 것 같다. 탕진하는 청년도 있겠지만, 잘 활용하는 사례도 많을 것이다. 또한 제도가 정착하고 증세 동의를 얻는다면 생애주기별 기본자산제도 검토해볼 만하다. 스무살 청년뿐 아니라 인생 이모작을 설계하도록 마흔살이나 예순살에게도 줄 수 있지 않을까. 또한 최근 투자 열풍은 청년들이 빚으로 투자하기 때문에 문제이고, 기본자산으로 경제관념을 가지고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물론 20년 후에도 부동산이 폭등하면 그런 사회는 희망이 없다. 과거 부산·울산·경남 지역이 산업의 요람이었지만, 지금 이곳은 한해 5만여명의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간다. 부산에서 대학 졸업해도 좋은 일자리가 없다. 결국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해소되고, 지역에서도 혁신 사례가 나와야 한다. 혁신할 기회를 얻기 위해서라도 기본자산이 필요하다.”


―기본소득으론 자산 불평등을 시정하기 어렵지 않냐는 비판이 있다.

 “자산 불평등 해소에도 기본소득이 더 효과적이다. 자산 격차 해소를 위한 가장 중요한 조치는 자산 자체에 무거운 과세를 하는 것이다. 이를 회피하고 청년들에게 일정한 목돈을 마련해준다고, 자산 불평등이 해소되지 않는다. 기존의 자산 격차는 기본자산제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자산가의 자녀들은 더 좋은 정보를 접하며 5천만원의 기본자산을 늘릴 기회를 얻겠지만, 저소득층 자녀들은 부모의 빚을 갚는다든지, 가족의 병원비로 쓰게 될 가능성도 크다. 한국은 이미 자영업자 비중이 굉장히 높은 사회다. 기본자산으로 창업한다고 해도 실패하고 문을 닫을 확률이 훨씬 높다. 기본자산을 그렇게 탕진하면 두번 다시 기회는 오지 않는다. 오늘의 실패가 내일의 더 나은 선택의 기회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에서 기본소득이 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김 의원께선 자산 중과세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다주택 보유자에게 중과세해야 하고, 지금의 종부세를 비롯해 자산이 많은 사람들에게 누진 과세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갖고 있다.”

―서로 타협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두시간여 대화를 나누며 두 제도가 서로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가 될 수 있겠단 생각도 든다. 소액으로밖에 시작할 수 없는 기본소득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 여전히 염려스럽지만, 장기적으론 충분히 상호 보완적인 관계가 될 거라고 본다.”

―앞서 기본소득 반대하고 기본자산 찬성한단 입장에서 기본자산을 먼저 하자는 쪽으로 선회한 것인가?

 “그렇게 봐도 무방하다.”(웃음)

 “오늘 대화를 나누며 기본소득론자와 기본자산론자가 증세의 구체적인 방법들을 함께 찾아보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1년여 국회 기재위 활동을 하며 증세가 쉽지 않다는 것을 실감했다. 기본소득이 아니더라도 조세체계 전반을 점검하는 데에 힘을 모았으면 한다.”

윤형중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정책위원 philyoon23@gmail.com


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98614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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