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뉴스

[짬] ‘마을에 해답이 있다’ 공저 임현진·공석기 교수


임현진 서울대 명예교수(좌) 공석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우). 양은영 선임연구원

임현진 서울대 명예교수(좌) 공석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우). 양은영 선임연구원

임현진 서울대 명예교수(사회학)와 공석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가 최근 <마을에 해답이 있다>(진인진)를 펴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국내외 50여곳 마을을 돌아다니며 연구한 결과물이다. 한국 사회학 원로인 임 교수와 반세계화를 연구하던 공 교수는 왜 ‘마을’에 방점을 찍었을까?

지난 18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연구실에서 만난 저자들은 “자칫 한국사회가 ‘두 개의 국민’으로 분열될 수 있는 위기의 순간”이라고 입을 모았다.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하는 가운데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 정규직과 비정규직, 도시와 농촌, 젠더 및 세대 사이에서 불거지는 갈등들이 그 방증이다. 저자들은 마을이 이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실천적 단위라고 말했다. 마을은 “사회생활의 집합이자 경제활동의 기본 장소”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거주하는 행정동을 넘어 공동체성을 회복했을 때 마을의 기능이다.


그렇다고 끈끈한 유대감으로 뭉쳐있던 예전 마을 모습으로 돌아가자는 것은 아니다. 임 교수는 과거처럼 돌아갈 수도 없고, 돌아가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대신 ‘가벼운 공동체’를 제안한다. “지금은 신속성과 적응성이 부각되는 때입니다. 공동체에 누구나 쉽게 들어오고, 쉽게 적응하고, 또 쉽게 옮겨갈 수도 있어야 합니다.”(임현진) 저자들은 가벼운 공동체를 구성할 수 있는 매개로써 근래 지역과 마을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회적 경제 활동에 주목했다. 연구한 사례들은 끈기·혁신·협치·소통·참여의 갈래로 구분했다. 가벼운 공동체가 유지되고 지속가능하게 하는 핵심 요인들이다. 각 요인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선순환할 때 마을이 살아나게 된다.


마을의 새로운 동력은 청년이다. 청년들은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에너지 그 자체이기도 하다. “지역에 다니다보면 ‘요즘 청년들 끈기가 없다’라는 말씀들 많이 하세요. 하지만 끈기는 개인의 것일 수도 있고 지역의 것일 수도 있어요. 여러 가지 상호작용 속에서 함께 만들고 가꿔가는 겁니다.”(공석기) 청년 지원 프로그램이 아무리 많아도 그들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없다면 결국 청년들은 떠난다고 한다. 청년들을 주요 이해관계자로 거버넌스에 참여시키고, 청년들을 열린 마음으로 환영하고 그들을 품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청년들도 마을의 역사와 문화를 존중하고, 기존 주민들과 소통하고 협력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개인과 지역의 신뢰와 끈기가 쌓인다는 것이다.


5년여 국내외 50여곳 마을 연구
“마을, 행정동 넘어 공동체 회복을
진입과 퇴출 쉬운 ‘가벼운 공동체’
사회적 경제 통해 구현할 수 있어”


“마을 의사결정, 청년 참여시키고
청년들은 마을 역사·문화 존중을”


해외의 경우 마을에 오랫동안 축적된 신뢰와 여러 이해관계자가 함께 참여하는 방식이 인상 깊다고 했다. 예컨대 일본 규수 미야자키현 아야정은 풍부한 조림과 깨끗한 물 덕분에 농산물이 유명한데, 지역의 중소기업이 긴밀하게 결합해 여러 가공식품을 적극적으로 개발·유통한다고 한다. 대형마트가 유통망을 틀어쥐고 있는 우리나라와 여러모로 비교된다.


마지막으로 저자들은 전국의 천편일률적인 ‘마을 살리기’ 사업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마을마다 특색이 다 다른데 정책들은 비슷비슷합니다. 6개월, 1년짜리 단기 사업도 많죠. 늦게 가는 듯 보여도 먼저 공동체에 대한 성찰과 이해관계자들의 논의가 이뤄져야 합니다.”(공석기) 마을 구성원들이 공감한 비전 아래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응당 당연한데, 현재 관 주도 하향식(탑다운) 진행에서는 성과와 지표만 부각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방향에 대한 공감대 없이 짧은 호흡으로 사업이 진행되니 사업마다 연결성도 낮고, 새롭게 유입된 청년들은 사업이나 보조금이 끝나면 마을을 떠나는 사례도 종종 발견된다. 거듭되다 보면 기존 마을 사람들은 새롭게 마을로 유입되는 이들을 백안시하고, 새롭게 들어온 이들은 배타적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떠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마을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공 교수는 물리적 거리를 강조했다. “성인이 하루 동안 구석구석 여유롭게 걸어 다닐 수 있는 정도겠죠. 마을 사람들이 삶 속에서 끊임없이 서로 만나 소통하고 참여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양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연구원 ey.yang@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960108.html


서비스 선택
댓글
로그인해주세요.
profile image
powered by SocialXE
List of Articles

‘아픈 손가락’ 중소기업 정책,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

[이재우의 산업혁신 톺아보기] 정세균 국무총리가 4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함께 응원보드판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 경제정책에 있어서 아...

  • HERI
  • 2020.09.23
  • 조회수 56

‘비대면 일상’ 떠받치는 필수 노동자…“걸맞은 대우와 지원을”

보건·돌봄·택배 등 ‘대면 노동’ 재난 시 사회 유지에 꼭 필요하지만 저임금·고용불안·과로에 ‘시름’ 성동구 ‘필수 노동자 조례’ 첫 제정 위험수당·안전장비 등 지원 추진 “광역단체·중앙정부로 확대 필요” 플랫폼 등 불안...

  • HERI
  • 2020.09.21
  • 조회수 72

녹색병원,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에 ‘반값 진료’ 나선다

녹색병원-플랫폼·프리랜서노동자협동조합협의회 의료지원 업무협약 체결 코로나로 소득 감소한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 진료비 부담 완화 기대 본인과 직계가족 진료비 50% 지원…개인당 최대 250만원까지 지원 가능 녹색병원과 플랫폼...

  • HERI
  • 2020.09.18
  • 조회수 70

금빛까진 아니어도, 모두가 은빛 노후 누리려면

[초고령 대한민국 : 신중년 시대] 1부 ③풍요로운 노인의 나라 스웨덴·독일 ‘노인 빈곤율 10%’ 스웨덴, 낸 만큼 받는 ‘NDC 연금’ ‘선별 보충급여’로 기초소득선 채워 큰 재정부담 없이 빈곤율도 개선 독일선 기대수명·...

  • HERI
  • 2020.09.14
  • 조회수 115

고령화는 부양비 부담만 늘린다? “높은 교육·건강 수준 반영해야”

‘대안적 부양비’ 연구한 계봉오 교수 높은 교육수준, 건강, 소득을 갖춘 노인 많아져 노인 1인당 공적지원은 감소할 수 있다는 의미 삶의 질 강화가 핵심 고령화 정책 올해는 베이비붐 세대의 맏형 격인 1955년생이 법정 ...

  • HERI
  • 2020.09.08
  • 조회수 195

노년의 삶 파괴하는 가난은 국민연금 사각지대를 노린다

[초고령 대한민국 : 신중년 시대] 1부 ② 소득·건강 불평등의 늪 아프고 외롭다해서 늘그막에 달라붙는 가난이 반갑겠는가 OECD 회원국 본인빈곤율 비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조사한 우리나라 65살 이상 노인들의 연평균 소...

  • HERI
  • 2020.09.08
  • 조회수 194

은퇴 이후에도 고단한 삶…평생 일에 치여 사는 노인들

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 노인들은 평균 72살까지 일한다. 소득 간 격차도 심각하다. 65살 이상 노인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생계를 위해 노동시장에 뛰어든 노인들은 오래 일하면서도 ...

  • HERI
  • 2020.09.07
  • 조회수 183

일하는 고령층, 뒤받쳐줄 사회안전망 있나

고령자 일자리 확대 정책 많지만 실직 때 아무런 버팀목 없어 전국민고용보험제 등 대안 모색해야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고령층을 위한 일자리 정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실직이나 고용 위기에 대한 사회안전망이 미흡해 보완이...

  • HERI
  • 2020.09.07
  • 조회수 167

“마을은 ‘사회적 분열 위기’ 풀 수 있는 기본 현장이죠”

[짬] ‘마을에 해답이 있다’ 공저 임현진·공석기 교수 임현진 서울대 명예교수(좌) 공석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우). 양은영 선임연구원 임현진 서울대 명예교수(사회학)와 공석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가 최근 <마...

  • HERI
  • 2020.09.01
  • 조회수 258

코로나로부터 누구를 먼저 살릴 것인가?

시민건강연구소 주최 ‘의료자원 위기’ 토론회 감염병으로 대두된 의료자원 배분의 문제 한정된 자원에서 부딪히는 효율성과 정의 시장경제 원리에 치우친 백신 지급엔 ‘경계’ 지난 6월4일 오후 음압병실로 리모델링한 인천광역시...

  • HERI
  • 2020.07.30
  • 조회수 505

[현장 기고] 새로운 개념 아파트 ‘위스테이’, 왜 짓느냐고요?

페이 사회혁신기업 ‘더함’이 시도한 새 주택사업 협동조합형 임대주택 ‘별내단지’ 입주 시작 장애 당사자 의견 반영한 ‘배리어프리’ 설계 변기 위치 높이고 안전바 설치·방문은 미닫이로 합리적 비용·안정적 거주로 사회적...

  • admin
  • 2020.07.20
  • 조회수 602

“내 손으로 사회 바꿀 수 있다는 경험 매일 하고 있어요”

【짬】 협동조합 무의 홍윤희 이사장 홍윤희(오른쪽) 이사장과 함께 협동조합 무의를 설립한 김건호(왼쪽)씨는 현재 세계 각국에서 만든 장애인을 위한 코로나19 대응 지침을 모은 웹사이트(accesscovid19.com)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

  • HERI
  • 2020.07.16
  • 조회수 633

초연결생존 사회, 사회안전망 강화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요구

‘포스트 코로나시대’ 인식조사 3회 팬데믹 이후 국가설계 놓고 정책논쟁 뜨거워져 사회안전망 강화 요구 높으나 증세에 대해선 부정적 문제는 정치…낮은 정치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관건 코로나19 이후 한국사회는 거대한 질문에...

  • HERI
  • 2020.07.08
  • 조회수 713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협동조합 협의회 출범

정부 관련 정책 논의기구에 주체로서 참여의지 밝혀 관련 기본법 제정, 고용산재보험, 안전·직업훈련 제공 촉구 노동자협동조합 활성화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안에 플랫폼·프리랜서 위원회 설립도 필요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

  • HERI
  • 2020.07.07
  • 조회수 644

“세상을 바꾸는 작은 실천, ‘바이 소셜’ 하세요”

제13회 사회적경제 정책포럼 가치를 구매하는 ‘활동하는 소비자’의 등장 사회 변화 이끄는 소비전략 ‘바이소셜 캠페인’ 진행 소비자의 의미가 재구성되고 있다. 소비자의 역할이 ‘소비하는 사람’이라는 수동적 행위자를 넘어서...

  • HERI
  • 2020.07.07
  • 조회수 668

한국사회, 각자도생의 욕망과 공동체적 연대의 갈림길에 서다

‘포스트 코로나시대’ 인식조사 2회 도처에 만연한 불안…연대와 희망도 엿보여 공적제도에 대한 신뢰는 높아졌으나 ‘정파적으로 형성된 신뢰’라는 한계 뚜렷 재난이 열어제친 정치의 공간 어떤 사회로 갈지 사회적 합의 필요 ...

  • HERI
  • 2020.07.06
  • 조회수 734

“사회적경제와 제도정치의 다리를 잇겠습니다”

생협평론이 만난 사람 | 김보라 안성시장 협동조합 경험에서 자연스럽게 습득한 가치와 철학 자본보다 노동의 가치, 경쟁보다 협력과 연대의 힘 사람이 변화를 위해 자율적으로 일하는 가치와 철학 배워 정책적 접근 없이 현장...

  • HERI
  • 2020.07.02
  • 조회수 578

‘코로나 삶’ 암울하지만 공적기구 신뢰 커졌다

‘포스트 코로나시대’ 인식조사 ‘나·가족 일자리 걱정’ 84%, 삶은 더 궁핍 ‘나은 사회 될 것’ 68%가 공감 연대·협력보다 경쟁·자율 선호 한겨레 자료사진. 불안과 불확실성의 시대다. 코로나19가 몰고 올 변화의 파고...

  • HERI
  • 2020.06.24
  • 조회수 658

불안정노동의 늪에 빠진 영국…리키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혁신과 포용’ 현장을 가다 ‘혁신과 포용’ 현장을 가다 ③ 영국의 고민 디지털 자본주의화 진행으로 ‘0시간 계약’ 등 플랫폼노동 늘어 저임금 불안정노동도 확대일로 ‘좋은 일자리 계획’ 등 대책 논의 “근본 해법 되기...

  • admin
  • 2020.06.18
  • 조회수 681

“코로나 환자·완치자 연결해 용기와 위로 건네고 있죠”

[짬] ‘서바이버코어’ 창립자 버렌트 서바이버코어 창립자인 다이애나 버렌트가 혈장 기부를 위해 헌혈하고 있다. 그는 지금껏 여섯 차례나 혈장을 기부했다. 버렌트 제공 “평소에 세상은 스스로 잘 작동하죠. 하지만 감염병...

  • HERI
  • 2020.06.15
  • 조회수 6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