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뉴스
1000명에게 물었다 ‘사회적 쟁점’ 어떻게 생각하나?
인사청문회 도입 검증 강화에도
사회·경제 기득권에 부정적 인식
72% “그 자리 차지할 자격 없다”
한일관계 회복과 역사 청산 놓고
‘과거사 선해결’ 3배 이상 많아
‘자사고 필요’ 부정답변 15%포인트 많아 

00500095_20191002.JPG


한국 사회는 갈등이 많은 곳이다. 한국의 사회갈등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3위(2016년 기준)로 멕시코, 터키 다음으로 높다. 물론 갈등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접점을 찾아낸다면 우리 사회 민주주의는 한층 성숙할 수 있다. 하지만 과도한 갈등은 사회 통합을 저해하고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켜 국가 경제 전반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하려면 수많은 갈등을 피해갈 수 없다. 환경위기와 불평등, 복지 등 대부분 입장 차이가 나뉜다.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우리 사회가 주요 쟁점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여론을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은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맡겨 전국 성인 1000명을 상대로 패널을 이용한 온라인 방식으로 9월25~27일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여러 갈등에 대해 국민들의 의견을 물었다.


우선 최근 한달 이상 우리 사회의 가장 뜨거운 쟁점을 꼽으라면 단연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문제다. 보수·진보의 갈등을 넘어 진보 세력 안에서도 입장 차이가 커 사회적 피로도가 극에 달한 상태다. 검찰개혁을 위해 조국 장관만큼 능력 있는 고위공직자가 없다는 의견부터 사모펀드 투자, 자녀 대학 입시 과정의 불공정 행위 의혹, 횡령·배임한 태광그룹 회장 탄원서 등 법 위반 여부 이전에 도덕성에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도 있다.


어느 정권이든 고위공직자 임명 과정에서 도덕성과 업무능력 문제는 늘 쟁점이 돼왔다.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를 임명할 때 도덕성이 다소 약하더라도 능력이 받쳐주면 괜찮다’는 항목에 69.5%가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즉, 국민 10명 중 7명은 도덕성을 고위공직자의 핵심 요소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2000년 김대중 정부 때 도입된 인사청문회는 여러 논란에도 고위공직자 도덕성의 기준으로 높여왔다. 우리 사회에선 아직 기득권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부정적이다. ‘사회·경제적 상위 계층은 그 자리를 차지할 자격이 충분하다’에 72.1%가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한-일 관계 회복’ 대 ‘역사 청산’, 무엇이 우선?

동아시아 평화를 위해 한일 갈등과 남북관계 개선도 우리에겐 큰 과제다.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의 무역 보복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까지 최근 한일 관계가 역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중심에는 언제나 역사문제가 있다. 한일 관계와 관련 응답자의 75.6%는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서라도 역사 문제 해결이 선행 돼야 한다’고 답했다. 24.4%만 ‘일단 한일 관계 개선 뒤 역사 문제 해결’을 선택했다. ‘과거사 선해결’이 3배 이상 많은 셈이다. 과거사 해결을 원하지만, 앞으로 한일간 역사문제가 잘 해결될 것이라고 보냐는 질문에 75.9%가 비관적이라고 전망했다. 아베 총리 등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 자민당이 장기집권 하면서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남북관계의 핵심인 통일을 두고는 입장이 팽팽했다. ‘남북한 격차가 크고, 비용이 들지만 통일이 필요하다’는 항목에 57.8%가 긍정적, 42.2%는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대부분의 연령대에서 긍정 의견이 많았지만, 20대만 절반이 넘는 52.9%가 부정적이라고 했다. 통일이란 의제가 청년 세대에겐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반드시 이뤄내야 할 목표는 아닌 셈이다. 북미 정상회담까지 이뤄지지 등 어느 때보다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기대가 높은데도 남북관계 전망을 묻는 질문에 불투명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앞으로 10년 뒤 남북한 관계의 전망을 묻는 질문에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응답이 46%로 가장 높았고, 좋아질 것 43.3%,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은 10.7%에 그쳤다.

기울어진 운동장, 특목고·자사고는 어떻게?


사회분야는 복지와 증세, 특수목적고·자산고 등 찬반이 가장 뜨거운 분야다. 먼저 ‘복지 수준을 높이기 위해 세금을 더 낼 의향이 있다’는 항목에 절반 이상인 58.3%가 동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부정적 답변은 20대(60%)와 50대(66.9%)와 세금을 많이 내야 하는 중산층 이상(63.2%)이 높았다. 복지가 확대되면서 몇년 전까지만 해도 “복지 위해 세금을 더 낼 수 있다”는 의견이 절반을 넘어 우세했는데, 조금 주춤한 분위기다.


교육 문제와 관련해 ‘여러 논란에도 특수목적고나 자율형사립고가 필요하다’에는 동감하지 않는다는 부정적 답변이 57.4%로 동감한다(42.6%)보다 14.8%포인트 높았다. 특목고에 대한 부정적 답변은 20대(59.5%), 50대(63.4%), 계층별로는 중하층 이하(64.5%)에서 많았다. 특목고, 자사고는 일반고에 견줘 비싼 등록금에 명문대 진학률이 높아 ‘기울러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경제·환경 분야에서는 최저임금, 분양가 상한제, 친환경 에너지 등의 쟁점을 살폈다.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이 다소 힘들어도 최저임금은 지금보다 더 많이 올라야 한다’는 항목에 ‘동감하지 않는다’가 52.4%로 동감한다(47.6%)보다 4.8%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소득주도성장의 핵심 정책인 최저임금이 문재인 정부 들어 16.4%, 10.9% 등 두 자릿수 인상이 되면서 사회적 논란이 커졌다.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은 임금 격차 축소라는 긍정적인 영향과 함께 고용 불안이라는 과제도 남긴 탓이다. 가뜩이나 경영상황이 좋지 않은 영세·중소업체들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등의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분양가 상한제는 다소 부작용이 있다고 해도 집값 안정화를 위해 필요하다’에는 66.5%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정부는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과열 분위기를 억제한다며 충분한 검토를 거쳐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판단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분양가 상한제 찬성은 주택 실구매 연령인 30대(70.7%), 40대(71.8%)에서 찬성이 높았다. 국민 대토론회까지 열었던 원전 문제와 관련해서는 ‘전기요금이 다소 올라가더라도 원전을 줄이고,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에 긍정이 65.2%로 부정적 의견(34.8%)을 큰 폭으로 앞섰다.


국회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에 오른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서도 찬성이 많았다. ‘국민의 대표성 확대 등을 위해 국회의원 지역구 의석을 줄이고, 비례대표 의석을 늘리는 방식으로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에 동감한다가 54.5%로 동감하지 않는다(45.5%)보다 10%포인트 높았다.


김소연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수석연구원 dandy@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911702.html
서비스 선택
댓글
로그인해주세요.
profile image
powered by SocialXE
List of Articles

“일본사회에 깔려있는 한·중 향한 질투, 한·일관계 어렵게 해”

【제10회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미리 만나보는 주요 연사 ③ 신도 에이이치 일본 쓰쿠바대 명예교수 신도 에이이치 일본 쓰쿠바대 명예교수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의 무역보복과 한-일 군...

  • HERI
  • 2019.10.16
  • 조회수 7

“기후변화 대응위해 불확실성 포용하는 ‘열린 도시’로 가야”

[제10회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미리 만나보는 주요 연사 ② 리처드 세넷 런던정경대 명예교수 리처드 세넷 <한겨레> 자료사진 리처드 세넷 런던정경대(LSE) 명예교수는 국내에 꽤 많은 저서가 번역됐고, 꾸준히 읽히는 학자다....

  • HERI
  • 2019.10.15
  • 조회수 10

“더 늦기 전에 GDP에서 삶의 질로 패러다임 전환해야”

[제 10회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미리 만나보는 주요 연사 ① 제러미 리프킨 미국 경제동향연구재단 이사장 “문명·경제·사회 근본변화 시점 기존의 탄소 기반 시장경제 디지털 네트워크 자본주의로” 제러미 리프킨 미국 경제동...

  • HERI
  • 2019.10.14
  • 조회수 19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 “문 정부 이중 과제, 복지 확대와 경로 재설정”

석달여만에 공개석상에 선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 사회정책연합학술대회 기조강연 “가족·시장 의존에서 국가 주도 전환 중” “고용안전망 구축과 저출산 해결이 긴요” 문재인 정부 사회정책의 큰 틀을 잡고, 임기 초반 이...

  • HERI
  • 2019.10.14
  • 조회수 17

‘은행 대신 지구를 구제하라’…“공공은행으로 ‘그린뉴딜’ 이끌어야”

2019 아시아미래포럼 - 지속가능한 미래를 말하다 1부 ③ 금융패러다임 대전환 2008년 금융위기 뒤 양적완화 미, 4조5천억달러 쏟아부었지만 대부분 거대 민간은행 배만 불려 사회 지속가능성 향상에 걸림돌 미 대선 화두로 떠오...

  • HERI
  • 2019.10.11
  • 조회수 39

성매매집결지 여성친화 마을로…도시재생 ‘젠더’를 입히다

1부 ② 진화하는 도시재생 ‘성매매’ 아산 장미마을의 변신 양성평등거리·여성커뮤니티센터 추진 “지난 인권침해에 대한 책임 느껴” 성공 열쇠는 ‘주민과 소통’ 사업 내용부터 원주민 정착방안까지 도시재생 흐름 ‘통합·포용’...

  • HERI
  • 2019.10.08
  • 조회수 87

내년도 예산안, ‘무엇을’ ‘어떻게’ 짚어봐야 할까

2020 예산안 평가 토론회 올해 대비 9.3% 늘어난 513조원 규모 의무지출보다 재량지출 빠르게 늘어 “국가재정운용 기조 일관성 지켜야” 지난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청암홀에서 ‘2020 예산안을 평가한다’...

  • HERI
  • 2019.10.07
  • 조회수 126

세계기업 200여곳 “100% 재생에너지로” ··· 탄소제로화 거센 물결

페이스북, 구글, 애플 등 에너지전환 적극적 기후위기 대응은 기업에 중요한 미래 생존전략 협력업체에도 동참 요구, 무역장벽 될 우려 커 중· 일기업도 “100%에 동참”, 한국기업은 없어 환경보호 뿐 아니라 성장과 생존문제로...

  • HERI
  • 2019.10.02
  • 조회수 154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에너지 전환은 필수”

[인터뷰] 보비 홀리스 페이스북 총괄 이사 “기후변화는 우리가 대응할 매우 중대한 이슈, 한국기업도 의지를 갖고 나서면 방법 찾을 것 보비 홀리스 페이스북 글로벌 에너지·환경·입지선정 총괄이사 페이스북은 2011년 기후변...

  • HERI
  • 2019.10.02
  • 조회수 139

‘불안한 미래’ 우리사회 지속가능성, 국민 22%만 “낙관”

1000명에게 물었다 ‘우리 사회 지속가능할까?’ 저출산·고령화·양극화·환경변화 공포 “비관한다” 42% 달해 갑절 20대, 환경 빼곤 낙관지수 가장 낮아 미세먼지 등 환경 두려움도 증폭 “경제성장 중심 극복하는 것도 과제” ...

  • HERI
  • 2019.10.02
  • 조회수 145

‘고위공직자, 도덕성 보다 능력’…국민 69%는 동의 안했다

1000명에게 물었다 ‘사회적 쟁점’ 어떻게 생각하나? 인사청문회 도입 검증 강화에도 사회·경제 기득권에 부정적 인식 72% “그 자리 차지할 자격 없다” 한일관계 회복과 역사 청산 놓고 ‘과거사 선해결’ 3배 이상 많아 ‘...

  • HERI
  • 2019.10.02
  • 조회수 139

‘지역균형’ 혁신도시, 대학·산업 선순환 어떻게 이뤄낼까?

전남 순천 ‘대한민국 균형발전 정책박람회’ 25~27일 열려 분과세션서 2기 혁신도시 발전 방안 논의 “지역·대학간 연계 미흡” 쓴소리 나와 “지역에서 주체적으로 이끌고, 중앙정부는 지원해야” 송재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

  • HERI
  • 2019.09.30
  • 조회수 140

지역혁신 사례 공유 ‘균형발전박람회’ 25일 개막

‘대한민국 균형발전박람회’ 개막 전남 순천에서 25일부터 사흘간 국가균형발전위원회·산자부 등 주최 정부 균형발전 정책을 논의하고, 지역의 혁신 사례를 공유하는 ‘대한민국 균형발전박람회’가 25일부터 사흘간 전남 순천에서...

  • HERI
  • 2019.09.25
  • 조회수 166

“경제는 어렵고 재미없어요”…‘경제교육’, 해법을 찾아라

‘경제교육지원법 제정’ 10년 기념해 경제교육 방안 살피는 세미나 열려 정부, “‘생애주기 관점’ 시스템 구축 강화” 19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김정우·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주최하고 경제교육단체...

  • HERI
  • 2019.09.19
  • 조회수 184

“사회적경제로 남북경협의 새로운 물꼬를…”

‘2019 서울-평양 사회적경제 심포지엄’ ‘하나누리’ 주최로 6일 한겨레신문사에서 열려 북한 자립 역량 키우는 사회적경제 역할에 주목 “대자본 중심 지원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목소리 지난 6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

  • HERI
  • 2019.09.10
  • 조회수 211

‘최후의 안전망’ 기초법 제정, 기적 같은 일이었다

한국 복지역사 새로쓴 기초법 제정 20주년 맞아 시민사회·학계·정치권·정부 40여명 한 자리에 “다수가 화살 쏘고, 과녁을 그렸던 것 같다” “기초보장 걸림돌 부양의무자 폐지돼야” 목소리도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 20주년 ...

  • HERI
  • 2019.09.05
  • 조회수 255

“십시일반 시민 아이디어가 도시혁신 밑천이죠”

청년 활동가들 모인 ‘어반베이스캠프’ 보행공간 바꾸기, 원도심 기록 수집 등 “민관 잇는 도시혁신 가교 될 것” 포부 청년 도시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지난해 설립한 어반베이스캠프는 전주에 기반을 두고 도시 문제를 해...

  • HERI
  • 2019.08.19
  • 조회수 415

계속 진화하는 한반도경제론

뉴노멀 시대의 한반도경제 이일영 지음/창비·2만원 한반도경제(체제)는 낯선 개념이다. 저자 이일영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반도경제라는 것이 세계체제, 분단체제, 일국적 국내체제(남한, 북한)라는 세 개 층위로 돼 있고, 각각...

  • HERI
  • 2019.08.05
  • 조회수 484

'유럽의 병자’ 조롱받던 독일의 화려한 변신

독일의 일자리혁명-국가브랜드 1위의 비밀 이상호 지음/사회평론아카데미·2만원 유럽연합(EU) 28개 회원국의 전체 실업률은 지난 5월 기준으로 6.3%다. 체코가 2.2%로 가장 낮고 그 다음이 독일(3.1%)이다. 청년실업률만 보면, 독일...

  • HERI
  • 2019.07.19
  • 조회수 713

공공기관이 사회적 가치 퍼트리는 마중물 역할 하려면...

[공공기관 사회적 가치 포럼] ‘성장보다 분배 중요’…국민 인식 변하는 중 일자리·양극화 등 해결에 공공 역할 중요 “중소 공기업은 투입할 자원 여력 적어, 공공기관 사회적 가치 협업 체계 마련해야” 5일 대전 컨벤션...

  • HERI
  • 2019.07.10
  • 조회수 8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