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뉴스
고용노동부 ‘최저임금 영향 분석’ 토론회
도소매업·음식숙박업 등 94개 업체 심층면접
노동자 간 임금 격차 줄었지만…고용 불안 경향 
원청·프랜차이즈 본사 최저임금 부담 ‘외면’
내년 최저임금 인상 논의 시작부터 삐걱 

고용노동부가 주최한 ‘최저임금 영향 분석’ 토론회가 지난 2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고용노동부가 주최한 ‘최저임금 영향 분석’ 토론회가 지난 2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소득주도성장의 핵심 정책인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논란은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한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던 최저임금은 문재인 정부 들어 16.4%, 10.9% 등 두 자릿수 인상을 했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문 대통령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이와 관련해 가파른 인상으로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주장과 저임금노동자 삶의 질 개선을 위해서는 좀 더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은 실제 노동시장에 어떤 영향을 줬을까?


고용노동부는 지난 2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최저임금 영향 분석’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노용진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경영학과)는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이 노동시장에서 어떤 메커니즘으로 작동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시행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노 교수는 지난해 11월부터 올 4월까지 최저임금에 영향을 많이 받는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중소제조업 등 94개 사업체를 상대로 심층면접(FGI : Focus Group Interview)을 진행했다. 도소매업·음식숙박업은 30인 미만, 공단 지역 제조업·자동차 부품업은 100인 미만 기업 노사를 인터뷰했다.


■ 노동시간 줄고, 고용감소 경향 보여 조사 결과를 보면, 최저임금 인상으로 총급여가 늘어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노동시간을 줄이거나 고용을 감소하는 사업체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 교수는 “도소매업·음식숙박업의 경우 저임금·비정규직 근로자 비중이 높고 기계화를 통한 노동생산성 향상이 어려워 최저임금 인상 영향을 많이 받았다”며 “대부분의 사례 기업들에서 고용이나 근로시간 중 하나는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예컨대 편의점, 음식점 등은 손님이 없는 시간대에 영업하지 않거나, 휴게시간으로 정해서 노동시간을 줄였다. 노동시간 쪼개기로 초단시간노동도 확대되고, 사업주 본인이나 가족노동이 늘면서 고용이 감소하기도 했다.


공단 내 중소제조업은 고용감소보다는 노동시간 줄이기가 뚜렷했다. 노 교수는 “중소제조업의 경우 숙련근로자를 확보하기 어려운 것이 이유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자동차 부품업은 고용감소보다는 상여금을 기본급으로 바꾸거나 초과근로시간(연장근로, 주말 근로)을 줄이는 사례가 많았다.


■ 노동자 간 임금 격차 줄어 노동시간을 줄이거나 임금구조 개편으로 최저임금 효과가 줄어든 곳도 있지만 다수의 영세·중소업체 노동자의 임금소득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임금노동자의 임금이 올라간 만큼, 대부분의 업체에서 상하 간 임금 격차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다. 정부 통계에서도 이런 결과를 뒷받침하고 있다. 김준영 한국고용정보원 고용동향분석팀장이 이날 토론회에서 발표한 ‘2018년 최저임금 인상 이후 임금분포의 변화’ 자료를 보면, 상위 20%의 임금을 하위 20%의 임금으로 나눈 5분위 배율이 4.67로 조사 시작 이후 처음으로 5배를 밑돌았다. 중위임금의 3분의 2 미만 임금을 받는 저임금노동자 비중은 지난해 6월 기준으로 19%로 전년(22.3%)보다 3.3%포인트 떨어졌다. 저임금노동자 비중이 2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조사를 시작한 2008년 이후 처음이다. 김 팀장은 “예년에 비해 높은 최저임금 인상의 결과로 하위 임금분위(1~3분위)의 시간당 임금이 상대적으로 큰 폭 상승했다”며 “임금불평등 도가 큰 폭으로 개선됐다”고 말했다.


■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은 임금 격차 축소라는 긍정적인 영향과 함께 고용 불안이라는 과제도 남겼다. 영세·중소업체는 가뜩이나 경영상황이 좋지 않은데, 별다른 대책 없이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큰 변화를 겪게 되면서 불안이 한층 가중됐다.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은 업종 내 과당 경쟁, 인터넷 발전 등으로 실적이 악화하고 있으며 중소제조업과 자동차 부품 제조업 분야도 중국의 부상, 국제 경영환경 악화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상태다. 노용진 교수는 “업종별 상황과 특성을 고려한 생산성 향상 지원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 교수는 또 “최저임금 인상 대응 과정에서 원청기업이나 프랜차이즈 본사 등이 부담을 공유하지 않았다”면서 “원하청 기업,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등의 상생 협력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경제학)는 “사회보장이 낮으면 임금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며 “사회보장 강화, 산업생태계 활력 방안을 만들어가면서 최저임금 인상 영향도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진 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영세·중소업체가)최저임금 때문에 고용이 어려워졌다는 것은 과잉해석”이라고 비판하며 “최저임금은 사회적 임금으로 실업·육아급여 등 책정 때 기준이 된다. 최저임금이 저임금 해소와 함께 이런 사회의 보편적 기준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내년 최저임금 인상 전망은?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는 시작부터 삐걱 하는 모양새다.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 8명이 사퇴를 하면서 5월 말이 되도록 논의의 첫발조차 떼지 못한 상황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노동자, 사용자, 공익위원 각각 9명씩 모두 27명으로 구성되는데, 이 가운데 공익위원 8명이 모두 사퇴를 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정부가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방식의 제도 개선에 나선 것이 영향을 줬다고 분석한다. 논란이 됐던 최저임금 결정체계 제도 개선안도 국회에서 논의되지 못하면서 내년도 최저임금은 기존 방식으로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3일 기자간담회에서 “2020년 적용 최저임금은 현행법 절차에 따라 진행키로 했다”며 “새로운 공익위원 위촉 절차를 5월 중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익위원이 위촉된다고 해도 최저임금 논의는 산 넘어 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론’을 둘러싸고 노사와 전문가 등도 의견이 부딪히고 있어 논의가 제대로 이뤄질지 불투명하다. 최저임금법 시행령을 보면, 고용노동부 장관은 매년 3월 31일까지 다음연도 최저임금 심의를 최저임금위에 요청하고 최저임금위는 90일 내 결론을 내고, 8월 5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고시하게 돼 있다.


글·사진 김소연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수석연구원 dandy@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labor/894933.html#csidxdeb64e120862ac0a9d28b14b826d75d onebyone.gif?action_id=deb64e120862ac0a9d28b14b826d75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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