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뉴스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
① 격차에서 장벽으로

최상위 500명 실효세율 31.09%
501~1만명 구간 31.77%보다 낮아
“배당소득 세액공제가 영향 준 듯”
상위 0.1% 1인당 배당소득 연 8억

법정세율?실효세율 격차 이유는
복지 대신 각종 ‘공제’ 늘려 온 탓
소득 상위 10%에서 가장 벌어져
“역진 성격 큰 공제, 이제 손봐야”

부동산 등 자산의 불평등이 소득의 불평등을 앞지르며 우리 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더욱 굳건하게 만들고 있다. 사진은 서울 관악구의 한 고시원.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부동산 등 자산의 불평등이 소득의 불평등을 앞지르며 우리 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더욱 굳건하게 만들고 있다. 사진은 서울 관악구의 한 고시원.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서울 강남의 한 복합금융센터 센터장 ㄱ씨. 금융자산 50억원 이상을 굴리는 극소수 고액 자산가(VVIP)들만 주로 상대하는 그는 올해 들어 고민이 부쩍 늘었다. 해외투자를 활성화한다며 이전 정부가 해외펀드 투자상품에 몰아줬던 각종 비과세 혜택이 많이 줄었기 때문이다. 꼭 해외펀드만이 아니다. 그는 “고액자산가들일수록 당장의 수익률보다는 비과세 혜택에 외려 관심이 많은 편”이라 말했다.


■ 최상위 500명의 실효세율 ‘미스터리’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국세청의 통합소득 자료를 이용해 ‘실효세율’을 구해보니 흥미로운 대목이 눈에 띄었다. 최상위 소득자 500명의 실효세율이 그 아래 소득집단보다 오히려 낮게 나타난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돈을 가장 많이 번 순서로 500명을 추렸을 때 이들의 소득 대비 실질 세금 부담이 가장 높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실효세율이란 법정 세율과 관계없이 실질적인 세금 부담이 얼마나 되는지를 나타내는 잣대로, 여기선 구간(분위)별 결정세액을 통합소득으로 나눠 구했다. 미국의 경우, 국세청(IRS)이 직접 납부세금 최상위 400명의 명단을 공개하고 최상위 0.001%의 소득 분석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분석 결과, 2016년 최상위 소득자 500명의 실효세율은 31.09%로, 501~1만명 구간의 실효세율 31.77%보다 0.68%포인트 낮았다. 2016년 최상위 500명의 통합소득 총액은 5조1334억원, 500등과 501등을 가르는 소득 경계값은 48억5492만원이었다. 실효세율은 501~1만명 구간에서 정점을 찍은 뒤, 그 아래 소득구간으로 내려갈수록 차례로 낮아졌다. 2014년과 2015년 자료에서도 이런 ‘이상현상’은 똑같이 확인됐다. 최상위 500명의 세금 부담은 2014년(30.99%)과 2015년(30.33%)에도 501~1만명 구간보다 적었다. 501~1만명 구간을 501~1000명, 1001~2000명 식으로 더욱 세분화하더라도 최상위 500명의 실효세율은 바로 아래 구간(501~1000명)보다 낮았다.


유독 최상위 소득구간에서 실효세율 ‘역전’이 벌어진 주된 이유는 뭘까. 시민단체에서 조세분석 분야 일을 맡고 있는 홍순탁 회계사는 조심스레 배당소득을 지목했다. 홍 회계사는 “최상위 소득집단은 근로소득보다는 특히 배당소득의 비중이 높다고 봐야 한다”며 “배당소득 이중과세 논란을 피하기 위해 배당소득 세액공제를 실시한 게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6년 배당소득 상위 0.1%(8915명)의 배당소득 총액은 7조2896억원, 1인당 평균 8억1768만원에 이른다.


최상위 초고소득층의 실효세율 문제는 나라 밖에서도 논란이 돼왔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미국 최상위 소득자 400명의 실효세율이 오히려 다른 집단보다 낮다며 이들을 대상으로 ‘최저세율’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온 게 대표적이다.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복지 대신 공제’의 역설 정부는 올해 귀속분부터 과세표준 3억원 초과 38%, 5억원 초과 40%였던 기존 최고소득세율을 3억원 초과 40%, 5억원 초과 42%로 올렸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액을 현행 2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내려 과세를 강화하는 방안도 꾸준히 논의하고 있다. 중요한 건 고소득자를 포함한 거의 모든 소득구간에서 실효세율이 법정 세율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현실이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소득 분위별 실효세율을 구해보니, 2016년 통합소득 상위 0.1%, 1%, 10%의 실효세율은 각각 31.2%, 18.7%, 6.1%에 그쳤다. 2015년 30.8%, 18.2%, 5.8%에 견줘 약간 오른 수치다. 상위 20%와 30%의 2016년 실효세율은 각각 3.5%, 2.1%였다.


실효세율이 눈에 띄게 낮은 원인은 다양한 ‘공제’ 제도가 남아 있는 데서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공제란 소득을 줄이거나 세액을 낮추는 방식으로 정부가 세금 부담을 줄여주는 것을 말한다. 김도균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산업화가 시작된 이래 줄곧 미비한 공적 복지를 다양한 공제 제도로 보충해온 전통이 남아 있는 것”이라 말했다. 정부가 세금을 늘려 공적 복지의 부담을 확실하게 떠안으려 하지 않고 국민의 세금을 줄여주는 공제 제도를 확대해 복지 부담을 피해왔다는 뜻이다.


‘공제의 왕국’에선 공제를 없애거나 줄이려는 정책이 나올 때마다 으레 강한 반발이 따르기 마련이다. 어림잡아 상위 10% 근방의 소득 집단에서 법정 세율과 실효세율의 상대적 격차가 가장 크게 벌어지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 크다. 2016년 통합소득 기준 상위 10%의 경계값은 7086만4000원으로, 인적 공제 등 다양한 소득공제 항목을 제한 과세표준 소득금액은 대략 4000만원대 중후반 수준이다. 세율 24%가 적용되는 과세표준 4600만원 초과~8800만원 이하의 경우, 582만원(4600만원에 해당하는 세금)에다 4600만원을 넘는 금액의 24%를 더한 금액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2015년 1월 ‘연말정산 파동’ 당시 공제 규모가 가장 큰 이 소득 집단을 중심으로 커다란 저항이 일기도 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장은 “공제 제도는 역진적인 성격을 갖고 있음에도 중상위 계층에서 하위 계층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되므로 (축소 또는 폐지에) 저항이 특히 심하다”며 “복지를 늘리면서 해당 공제를 축소하는 패키지 전략을 동시에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우성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 연구위원 morgen@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864850.html#csidxc4a6a52baeec8b19d1321514eac08f3 onebyone.gif?action_id=c4a6a52baeec8b19d1321514eac08f3
서비스 선택
댓글
로그인해주세요.
profile image
powered by SocialXE
List of Articles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 "다주택자는 증세 공감 적지만, 보편증세 더 지지"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 ⑤ 복지국가, 넘어야 할 산 다주택자는 증세 공감 적지만, 보편증세 더 지지 성인 10명 가운데 6명은 복지 확대를 위한 세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부담은 최...

  • HERI
  • 2018.10.19
  • 조회수 15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 "소득 늘수록 복지 지지하지만…자산 상위 20%부터 뒷걸음질"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 ⑤ 복지국가, 넘어야 할 산 자산·소득-복지 지지의 함수 실업·퇴직 우려 큰 탓 저자산-고소득층 복지 선호하지만 개인이 위험 해결 가능한 자산 상위 20%부터 태도 달라져 자...

  • HERI
  • 2018.10.19
  • 조회수 15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 "보유주택 많을수록 '복지가 내 삶 개선' 답변 낮았다"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 ⑤ 복지국가, 넘어야 할 산 “복지 확대되면 내 삶 좋아질 것” 무주택자 72%, 3주택 이상 55% 자산이 복지태도의 핵심 변수로 한국 19살 이상 성인의 67%는 ‘복지가 확...

  • HERI
  • 2018.10.19
  • 조회수 17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 ‘불평등 고통’ 겪는 계층이 되레 “불평등 심하지 않다”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 ⑤ 복지국가의 열쇠 여론조사서 드러난 복지의식의 균열 저학력·보수일수록 불평등 인식 낮지만 생활에선 힘든 일 더 많이 겪는 ‘역설’ 좋은 사회에 대한 학습 적은 탓인 ...

  • HERI
  • 2018.10.19
  • 조회수 14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 "주 52시간 전면적용 땐… 비정규직 초과노동자 임금 17% 줄어"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 ④시간, 불평등의 새얼굴 파견· 용역 큰 타격…정규직은 11% 사업장 규모 작을수록 임금 감소 커 노동시간 단축은 줄어드는 소득을 어떻게 보전할지가 숙제다. 한주의 노동시...

  • HERI
  • 2018.10.17
  • 조회수 26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 "‘시간주권’ 찾으려면…특례업종 축소·포괄임금 금지 급선무"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 ④시간, 불평등의 새 얼굴 장시간 노동체제 개선책 특례업종·특수고용·1차산업 등 주 52시간 미적용 여전히 많아 시간외 수당 포함 포괄임금제 ‘공짜 야근’ 주범인데 제한 ...

  • HERI
  • 2018.10.17
  • 조회수 32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 "저소득 생존법, 시간을 헐다…여 30%·남 20% ‘시간 빈곤자’"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 ④ 시간, 불평등의 새 얼굴 소득 따라 노동시간 계층화 한국 노동시간 OECD 2위 가사·여가 희생해 저임금 보전 소득서 가사노동 구매비 빼니 빈곤율 3배 높아지는 분석도...

  • HERI
  • 2018.10.17
  • 조회수 33

"생태와 조화를 이루는 경제시스템은 가능할까"

포럼 ’지구와사람’ 주최 생태문명 국제 포럼 전 세계가 한국만큼의 소비 수준을 유지하려면 지구 3.5개가 필요 생태적 전환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 비용 대비 편익면에서도 지금 당장 생태적 전환이 효율적 ’협력적 ...

  • HERI
  • 2018.10.16
  • 조회수 38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 "'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찬성' 82%"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 ③ 주거, 과녁을 벗어난 대책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전국 성인조사 집 많이 가질수록 찬성률 떨어져 10명 가운데 7명은 “집값 낮아져야” 19살 이상 성인 10명 가운데 7...

  • HERI
  • 2018.10.15
  • 조회수 45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 "자가 1.1명-전월세 0.9명…주거불평등이 출산율도 낮춘다"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 ③ 주거, 과녁을 벗어난 대책 자기 집을 가진 사람보다 전·월세에 사는 사람이 아이를 덜 낳는다는 사실이 국가통계로 확인됐다. 주거비 부담은 물론 짧은 거주 기간과 잦은...

  • HERI
  • 2018.10.15
  • 조회수 41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 "1인·청년가구, 월세 45만원도 못 내는데 주거정책선 ‘뒷전’"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 ③ 주거, 과녁을 벗어난 대책 ‘월세 수레바퀴’에 깔린 1인·청년가구 세계 주거의 날을 맞아 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집 없는 사람들의 달팽이 행진’...

  • HERI
  • 2018.10.15
  • 조회수 48

“공유는 도시를 친환경적, 경제적으로 활용하는 것이죠”

[HERI-서울연구원 공동기획] ‘We Change’ ④음성원 도시건축 전문작가 공유경제, ‘착하냐 아니냐’ 이전에 자연스러운 도시의 진화 쇠퇴한 도시 살리는 숙박공유 등 세계 곳곳에서 실험 중 법적 규제, 기존 산업과의 갈등 ...

  • HERI
  • 2018.10.15
  • 조회수 41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 "'만 10살 이하 집주인' 8139명... 세습사회 문턱에 선 한국"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 ② 자산, 세습사회의 문 지난해 상속·증여 67조8890억 종부세 내는 미성년자 167명 미성년자 증여 2016년 비해 50%↑ 국민소득 대비 상속·증여 비중 증가 2010년대 4~5%…실제...

  • HERI
  • 2018.10.12
  • 조회수 79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 "고령층내 큰 자산 격차, 자손들에게 이전돼 더 심해져"

고령층내 큰 자산 격차, 자손들에게 이전돼 더 심해져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 ② 자산, 세습사회의 문 65살 이상 가처분소득·순자산 다른 연령대보다 높은데 평균순자산 격차도 커 10억원 넘어 공적...

  • HERI
  • 2018.10.12
  • 조회수 56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 "지난해 증여재산액 상위 1%가 1인당 39억씩 받았다"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 ② 자산, 세습사회의 문 상·하위 10% 격차 373배 달해 0살 아기에 재산증여 55건 62억 게티이미지뱅크 금융자산 45억원, 부동산 13억원, 유가증권 4억원.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 HERI
  • 2018.10.12
  • 조회수 45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 "소득 최상위 500명 실효세율이 낮은 ‘과세 역전의 비밀’"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 ① 격차에서 장벽으로 최상위 500명 실효세율 31.09% 501~1만명 구간 31.77%보다 낮아 “배당소득 세액공제가 영향 준 듯” 상위 0.1% 1인당 배당소득 연 8억 법정세율?실효...

  • HERI
  • 2018.10.10
  • 조회수 61

“사람이 만든 건 사람이 허물 수 있어” 망가진 인터넷 재설계 꿈

팀버너스리의 ‘솔리드’ 시도 의미 “인터넷이 불평등과 분리 되레 키워” 개인통제권의 탈중앙형 웹플랫폼 시동 시도 성공 여부는 생태계 형성에 달려 버너스리 “해커는 자유 갈망” 기대 팀버너스리가 개발하고 있는 솔리드...

  • HERI
  • 2018.10.10
  • 조회수 63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 "자산격차 지수, 소득격차의 3배 육박"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 ①격차에서 장벽으로 자산·소득·소비 결합해 불평등 정도 측정하는 ’다중격차지수’ 지난해 0.54 자산 격차가 가장 큰 영향 자산 불평등이 ‘불평등의 구조화’에 가장 큰 영...

  • HERI
  • 2018.10.10
  • 조회수 73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 "‘통합소득’ 지니계수 0.5 넘었다…자산 불평등 ‘매우 심각’"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 ① 격차에서 장벽으로 근로·자산소득 더한 ‘통합소득’ 2016년 지니계수 구해보니 0.520 근로소득만 떼낸 0.471보다 높아 “불평등 더 심각하다는 증거” 복지제도가 미약한 한...

  • HERI
  • 2018.10.10
  • 조회수 79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2016년 통합소득 분석"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1부 한국형 불평등을 말한다 ① 격차에서 장벽으로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2016년 통합소득 분석 상·하위 10% 격차 보니 근로소득만 따지면 46배 금융·부동산소득 합치면 68배 일부층에 편중된 자산소득 기...

  • HERI
  • 2018.10.10
  • 조회수 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