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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면 ‘마을공화국’이 있다

HERI 2018. 08. 30
조회수 153
김영배 전 성북구청장의 <마을민주주의 시대, 마을공화국>
초·중·고 친환경 무상급식, 청소년 ‘동행카드’…
‘포퓰리즘’ 비판 이겨내고 전국 최초 생활임금제 도입
8년간 성북구에서 이뤄낸 ‘마을 만들기’ 역사 담아내 
성북구-정릉아동보건지소를 찾은 김영배 성북구청장(당시)과 엄마들. 남은주 기자
성북구-정릉아동보건지소를 찾은 김영배 성북구청장(당시)과 엄마들. 남은주 기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초·중·고 친환경 무상급식을 실시한 곳은 어딜까? 바로 서울시 성북구다. 성북구에는 ‘국내 최초’가 몇 가지 더 있다. 0∼6세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아동전문 보건소를 만들고, 그와 궤를 같이하는 어린이 친화도시 조성에 관한 조례도 전국 최초로 제정했다. 이런 노력 덕택에 유니세프(UNICEF)로부터 2016년 아동 친화도시 인증까지 받았다. 역시 전국 최초다. 주민들이 지자체 일에 직접 의견을 내는 ‘마을 총회’를 도입하고, 지자체 내 청년 지원 전담팀을 만든 최초의 지자체이기도 하다. 청년 지원 기본조례 제정, 사회적경제 제품 구매 촉진 및 판로 지원에 관한 조례, 생활임금 시행 등 의미 있는 제도도 성북구가 처음 시행했다.

이처럼 성북구는 서울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마을 공동체 활성화, 주민참여, 사회적경제 활동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한 곳으로 손꼽힌다. 한마디로, 인구가 45만 명이 넘는 자치구를 사람들이 서로 소통하고 도우며 함께 살아가는 동네로 만들기 위한 다양한 실험을 진행해 왔다. 그래서 내건 슬로건도 ‘동행’이다. 최저임금 인상에도 에너지를 절감한 비용으로 경비노동자 일자리를 지켜낸 아파트 주민과, 그에 화답하려 주민들을 위해 칼을 갈아주는 경비반장 등 각종 매체에서도 주목한 성북구의 미담은 그래서 나왔다.


과연 성북구엔 무엇이 특별하기에 이 모든 일이 가능했을까? 당연히 가장 큰 공은 함께 살아가는 동네 만들기에 참여한 주민들에게 돌아가야 옳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이 잘 뿌리내리도록 땅을 다듬고 물을 준 지자체의 노력도 소중한 역할을 한 게 틀림없다. “일반 대중들에게도 사회적경제, 마을 공동체를 이해시키기 어렵지만, 공무원과 이야기할 때 가장 답답하다. 그래도 성북구는 좀 말이 통한다.” 한 사회적기업가가 건넨 이야기 속에 그 진실이 담겨 있다. 모든 공을 지자체장이 차지하는 건 분명 경계해야할 터이나, 2010년부터 8년간 성북구를 이끌어온 김영배 전 구청장의 활동이 유독 주목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몇 가지 사례만 들어보자. 우선 전국 최초로 2013년 시행한 생활임금제와 청소년 대상 ‘동행카드’ 발급. 생활임금이란 물가상승률, 가계소득과 지출 등을 고려해 실제 생활이 가능할 정도의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결정된 올해 성북구 생활임금은 193만 4000원(시급 9255원)으로, 내년도 최저임금(8350원)보다 1000원 가까이 높다. 요즘에야 생활임금이 서울시를 포함한 12개 광역단체와 79개 지자체에서 시행되며 널리 퍼졌지만, 당시만 해도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성북구민 중 중학교 1학년이거나 만 13살인 청소년을 대상으로 ‘동행카드’를 도입했을 때도 “선심성 예산으로 성북구 혼자 튀려고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동행카드는 극장·서점·미술관·학원 등에서 현금처럼 쓸 수 연간 10만 원가량의 포인트를 제공하는 제도다. 당시 성북구는 가정환경뿐 아니라 학교를 다니거나, 어떤 학교를 다니는지 여부에 상관없이 모든 청소년이 최소한의 문화적 경험을 누릴 수 있어야 마을 공동체나 국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시민으로 자랄 수 있다는 믿음으로 밀어붙였다. 두 제도 모두 몇 년이 지난 지금은 다른 지자체나 광역단체에서도 쉽게 사례를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여론의 뭇매가 무서워 다들 눈치만 살필 때, 성북구가 용기 있게 이른바 ‘총대’를 멘 셈이다.

김영배 청와대 정책조정비서관(전 성북구청장). <한겨레>자료사진
김영배 청와대 정책조정비서관(전 성북구청장). <한겨레>자료사진

최근 청와대 정책조정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긴 김영배 전 성북구청장이 지난 6월 출간한 <마을민주주의 시대, 마을공화국>(백산출판사, 2018)엔 그간의 생생한 경험이 꼼꼼하게 정리돼 있다. 정치인이 자신의 경험과 색깔을 널리 알리고자 펴낸 책은 흔하다. 이런 책일수록 그다지 재미가 없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책은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마을 만들기나 사회적경제 활동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그간 성북구에서 진행된 다양한 실험이 소개된 이 책을 꼭 한 번 들여다봄 직하다. 행정단위인 ‘구’를 살맛 나는 ‘동네’로 만들기로 결심한 지자체장의 꿈이 과연 어떻게 하나하나 실현돼 왔는지를 한 눈에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박선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 연구원 so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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