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뉴스
영국 BSC 클리프 프라이어 대표 인터뷰

1조2천억원 규모로 조성된 임팩트 투자 도매기금
중개기관에 자금 지원하거나 교육 프로그램 제공
평균 수익률 4~6%대로 시중 금융상품에 안 밀려
“기금 설립·운영도 사회 문제 해결에 초점둬야”

클리프 프라이어 빅소사이어티캐피털 대표.
클리프 프라이어 빅소사이어티캐피털 대표.

“빅소사이어티캐피털(Big Society Capital·BSC)은 시장의 플레이어가 되는게 아니라, 시장을 만들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지난 11일 <한겨레>와 만난 영국의 임팩트 투자 도매기금 ‘빅소사이어티캐피털’의 클리프 프라이어 최고경영자(CEO)는 임팩트 투자 시장이 커지려면 도매기금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임팩트금융 국가자문위원회 주관으로 12일부터 이틀간 열린 ‘사회적 가치와 금융’ 국제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이 행사에서 기조발표를 한 그는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를 방문해 국내 소셜벤처 기업 및 임팩트 투자자들과도 만남도 가졌다.


사회·환경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기업에 투자하는 임팩트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주거, 실업, 기후환경 등 복잡다단한 사회문제는 더 이상 정부만의 과제가 아니다. 이제는 기업 뿐 아니라 민간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도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현재 전세계 임팩트 투자 시장 규모는 약 130조원(2016년 기준)에 이른다. 주류 금융시장에 견줘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최근 정부와 기업의 지원과 투자를 주춧돌 삼아 빠르게 시장 규모를 넓혀가고 있다. 프라이어 대표도 이 점을 분명히 했다.


“빅소사이어티캐피털이 애초 사회적기업에 직접 투자했다면 쉽게 성과를 낼 수 있었겠지만, 임팩트 투자 시장이 지금 수준으로 성장하진 못했을 겁니다.” 실제로 빅소사이어티캐피털이 창설된 2012년 1조8000억 원이던 영국 임팩트 투자 시장은 3년만에 약 6조원대 규모로 급성장했다. 네덜란드, 덴마크, 스위스에 이어 유럽에서 네 번째로 큰 규모다. 휴면예금 7000억원과 민간은행 4곳의 투자금 3400억원 등을 합쳐 1조2000억원의 규모로 조성된 빅소사이어티캐피털은 소셜벤처나 사회적기업에 투자하는 임팩트 투자 중개기관에 자금을 지원하거나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빅소사이어티캐피털이 투자하는 중개기관은 △사회문제 사전예방 △낙후지역의 사회문제 해결 △취약계층의 주거 문제를 다루는 사회적기업에 투자한다.


항목 1000개 넘는 임팩트 평가지표 개발


빅소사이어티캐피털이 일반 투자기관과 다른 가장 큰 차이점은 투자를 결정하는 의사결정 원칙에 있다. 자금 회수율과 수익이 아니라 사회적가치와 임팩트 투자 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투자결정의 핵심 잣대로 삼는다. 프라이어 대표는 “일반 투자기관은 길어야 5년이나, 혹은 그보다 더 짧은 투자기간에 맞는 투자모델을 찾지만, 우리는 사회문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투자모델을 고민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빅소사이어티캐피털이 수익률을 아예 배제하는 건 아니다. 이들이 투자하는 중개기관의 평균 수익률은 약 4~6%대로 시중 금융상품과 견줘 전혀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는다.


기업이 투자를 받으려면 현재와 미래에 창출할 가치를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일반 기업과는 달리, 사회적기업은 경제적·사회적 가치를 모두 증명해야 하기에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소셜벤처,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등에게 국제회계기준(IFRS)과 같은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기도 어렵다. 주류 금융시장에서 임팩트 투자가 쉽게 자리잡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도 여기에 있다. 빅소사이어티캐피털은 1만8000여 곳의 소셜벤처·사회적기업을 평가해 임팩트 시장 데이터를 구축하고, 이를 토대로 항목만 1000개가 넘는 임팩트 평가지표를 개발했다. 하지만 빅소사이어티캐피털은 중개기관이 원한다면 빅소사이어티캐피털이 제시하는 지표 외에 다른 지표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프라이어 대표는 “아무리 뛰어난 평가지표라 해도, 사회적기업이 좋은 성과를 내는데 도움이 안된다면 의미가 없다”며 “사회적기업이 더 잘 일할 수 있게, 그리고 그들의 성과를 제대로 반영하는 지표가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신 빅소사이어티캐피털은 좀 더 표준화되고 보편화된 지표를 만들기 위해 현장의 사회적기업을 포함해 해외 전문가들과 함께 지표를 보완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1월 문재인 정부는 사회적경제 활성화 방안 중 하나로 영국의 빅소사이어티캐피털처럼 사회적금융의 ‘도매상’ 역할을 하는 사회가치연대기금의 설립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올해 연말까지 출범하는 걸 목표로 사회적경제 당사자 조직과 중간지원조직, 사회적금융 투자자들이 함께 모여 자금 조성과 조직 운영 방안 등 청사진 그리기 작업이 한창이다. 국내 사회가치연대기금에 대한 조언을 부탁하자, 그는 “영국의 빅소사이어티캐피털 모델이 정답이 아닐 순 있다”며 말을 아꼈다. 그는 “각 나라마다 역사, 사회, 문화적 환경에 따라 사회문제를 가장 잘 해결하는 주체가 달라진다”면서 “도매기금의 비즈니스 모델을 정할 때도 어떤 방식이 문제를 최소화할 것이냐보다는 사회문제를 보다 잘 해결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빅소사이어티캐피털이 그리는 ‘10년 후’는 어떤 모습일까? “우리는 아주 작지만 가장 혁신적인 기관이 될 겁니다. 앞으로 10년 안에 임팩트 투자시장은 주류 금융권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할 것입니다.” 프라이어 대표는 “우리는 이러한 시장 안에서 일반 사회적경제조직이 손대기 어려운 소수의 전문적인 사회이슈에 집중하는 기관이 되려 한다”는 말로 10년 후를 내다봤다.


글·사진 박은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 연구원 ekpark@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854011.html#csidx5ba07ca16041da3b216cf28b5ba754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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