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뉴스
[도전 6·13―여성과 청년, 생활정치를 바꾼다] ⑤김한영 민중당 서울 관악구 구의원 후보

부모·아이 함께 편히 놀 공간
구청이 직접 만들어 운영하는
‘마더센터 설치 조례’ 서명운동 주도
그 노력 물거품 될까 직접 출마까지
“당선돼 반드시 조례 통과시킬 것”

김한영 민중당 서울 관악구의원 후보. 김한영 후보 제공
김한영 민중당 서울 관악구의원 후보. 김한영 후보 제공

아이 가진 부모가 편하게 갈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아무 문제 없이 드나들던 카페와 식당이, 아이가 생긴 후엔 큰맘을 먹어야만 갈 수 있는 특별한 곳이 된다. 시간제로 운영되는 키즈카페는 가격이 부담되고 그렇다고 야외에서 놀기엔 대기오염이 너무나 심하다. 답답함을 참다 못한 서울 관악구의 부모 30여명이 부모와 아이가 맘 놓고 갈 수 있는 공간, ‘마더센터’를 구청이 만들어 달라고 행동에 나섰다. 지난 겨울,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유모차를 끌고 나와 길에서, 학교 앞에서 주민들에게 마더센터 설치 조례 제정을 촉구하는 서명을 받았다. 4월엔 그동안 모인 주민들의 뜻을 모아 구청에 찾아갔지만 구청장은 부모들을 만나주지 않았다.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걸 볼 수 없었던 부모들은 직접 정치에 뛰어드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냈다. 김한영(44) 민중당 후보는 이렇게 관악구 구의원 후보로 출마하게 됐다.

김 후보는 중학교 2학년 아이를 둔 엄마다. 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이던 2015년부터 동네에 마더센터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김 후보 자신에게 부모와 아이가 편하게 놀 수 있는 공간, 또래 부모와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아이와 함께 방문할 수 있는 공공 공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린 아이를 둔 부모의 필요와 딱 들어맞지는 않았다.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공동나눔터는 자치구에 한 곳 뿐이라 접근성이 떨어졌고, 작은도서관은 도서관이라는 특성상 아이들이 활발하게 놀기엔 한계가 있었다. 김 후보와 비슷한 필요를 느낀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지난해 2월 신림동에 행복마을마더센터를 열었다. 따로 홍보를 안했는데도, 입소문을 탄 덕에 이용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마더센터에 오는 분들 차량으로 주차장이 다 차서, 같은 건물의 상가 주인분들이 불편해하실 정도였어요. 가을쯤 되니까 2호점, 3호점 안 내냐는 문의도 많이 들어오더라고요.”

행복마을마더센터는 비영리단체로 운영 수지를 겨우 맞추고 있는 상황인지라 2호점, 3호점을 낼 여력이 없었다. “마더센터는 많은 사람이 필요로 하는 공간인 만큼 관악구가 만들고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조례 제정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몇 달 만에 1만2천명이 넘는 주민들이 서명운동에 참여했지만 조례가 제정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구청장이 구의회에 해당 안건을 발의해야 하고, 그 후에 구의회에서 조례 제정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남의 손’에 조례의 운명을 맡길 수 없었던 부모들은 서명운동 이후에도 직접 나섰다. 간담회를 열어 구청장 후보들에게 마더센터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구의원 선거에도 나가기로 한 것이다. 행복마을마더센터의 대표이자 사회운동으로 ’잔뼈가 굵은’ 김 후보가 자연스레 후보로 나서게 됐다.

김한영 민중당 서울 관악구의원 후보를 서울 신림동의 행복마을마더센터에서 만났다.
김한영 민중당 서울 관악구의원 후보를 서울 신림동의 행복마을마더센터에서 만났다.

김 후보가 사회운동에 발을 들이게 된 데에는 그가 중학생이던 1980년대의 사회 분위기가 큰 영향을 끼쳤다. “동아리를 만들었다고 선생님께 뺨을 맞을 정도로 통제가 심한 시기였어요. 학교 내부에 비리도 많았고요. 학생들을 잘 챙겨주던 선생님들이 몇 분 계셨는데 이분들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가입했다고 해고를 당하더라고요. 이때부터 공교육에 회의를 가지게 됐어요.”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남들처럼 대학이나 회사에 들어가는 대신, 청소년의 권익 향상을 위한 시민단체 ’21세기 청소년공동체 희망’과 ’사단법인 청소년문화예술센터’를 만들었다. 청소년이 즐겁게 놀 수 있는 장을 만들며 20대를 보내다가 “청소년 단체에서 일하기에는 너무 나이가 많다“는 생각이 들 때쯤 ‘구로여성회’라는 여성단체로 활동 영역을 옮겼다. 동네 엄마들과 아이 함께 돌보기로 시작한 활동은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춤, 기타, 도예를 가르치는 활동으로 이어졌다. 이렇게 자신이 관심 가지는 문제를 사람들과 함께 풀어나가는 데 익숙한 김 후보가 육아의 해결책으로 마더센터를 떠올린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김 후보가 관심을 두고 있는 또 다른 분야는 청소년과 청년 문제다. 학교폭력, 성폭력, 가정폭력 등에서 안전한 관악구를 만들기 위해 폭력예방센터를 만드는 것이 그의 핵심 공약 중 하나다. 폭력예방센터는 폭력예방교육과 피해자 상담을 제공하는 기관이다. 청년들을 위한 정책으로는 월세 10만원 상한제를 내놨다. 비정규직 월급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월세 때문에 저녁에 또 다른 알바를 하는 20대 청년의 삶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싶어 시작한 마더센터인데 정치를 시작하면 오히려 아이와 보낼 시간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고 묻자 김 후보가 결의에 찬 웃음을 띠었다. “지난 몇 달간 함께 고생한 엄마들한테 (마더센터 설치 조례가) 차마 ‘무효가 됐다’고 말할 수는 없잖아요. 제가 구의원이 되어서 마더센터 설치 조례를 꼭 통과시키겠습니다.”

글·사진 송진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 연구원 jysong@hani.co.kr


한겨레에서 보기: 
서비스 선택
댓글
로그인해주세요.
profile image
powered by SocialXE
List of Articles

“라오스댐 붕괴는 분명한 인재” 아시아 시민사회가 움직인다

타이·일본 이어 국내 단체들도 성명 발표 “책임 가장 큰 한국이 더욱 적극 나서야” ‘피해 조사에 독립된 제3자 참여’ 한목소리 아시아 시민사회단체 공동대응 움직임 주목 참여연대·환경운동연합 등 7개 시민사회단체가 라오...

  • HERI
  • 2018.08.10
  • 조회수 609

“협동조합이야말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대안적 기업”

‘일의 미래와 노동자협동조합’ 국제컨퍼런스 ‘1인 1표’의 민주적 운영원리 협동조합 돌봄·플랫폼 노동자들의 권익보호 가능 파산 위기 기업 인수하는 사례도 늘어 조합원 사회보장권 등 제도 보완은 과제 지난 12일 오후, 서...

  • HERI
  • 2018.08.02
  • 조회수 645

장하준 “앞으로 3~4년 적자 보더라도 복지지출 과감히 늘려야”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 인터뷰 “세금은 부담 아닌 회비, 복지서비스 공동구매하는 것” 24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초청포럼에서 강연하는 장하준 교수. 사진 신소영 기자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경제학...

  • HERI
  • 2018.07.26
  • 조회수 727

“더 과감해지지 않으면 성장과 삶의 질 둘 다 놓치고 말 것”

‘장하준 초청 포럼’ 현장 중계 “혁신과 경제성장은 100미터 달리기 아닌 ‘축구’, 경쟁하며 결국엔 협력하는 팀 경기나 마찬가지” 정치권, 재정지출 확대 주장 등으로 호응 나서 김경수, “포괄적 산업정책 구상 추진할 것”...

  • HERI
  • 2018.07.26
  • 조회수 715

“촛불 집회는 직접 민주주의 확산 이끈 성공한 혁명이죠”

[짬] 경희대 미래문명원 임채원 교수 임채원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 “촛불집회는 인류 역사에서 보기 힘든 어마어마한 사건입니다. 또한 한국이 경제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와 인권 부분에서도 성장한 나라라는 걸 보여주고요. 한...

  • HERI
  • 2018.07.20
  • 조회수 765

임팩트 투자 시장을 키우는 ‘숨은 조력자’

영국 BSC 클리프 프라이어 대표 인터뷰 1조2천억원 규모로 조성된 임팩트 투자 도매기금 중개기관에 자금 지원하거나 교육 프로그램 제공 평균 수익률 4~6%대로 시중 금융상품에 안 밀려 “기금 설립·운영도 사회 문제 해결에 ...

  • HERI
  • 2018.07.19
  • 조회수 746

“좋은 일은 더 폼나게” 유튜버 청년들이 사회적 기업가 된 사연

동창 둘이 만든 크리에이터 그룹 ‘데블스TV’ 29만 팔로어에 최고 조회수 500만 인기몰이 ‘약자 혐오’ 없는 청정 콘텐츠로 호평 광주 발산마을 ‘할매들’과 함께 마을 가꿔 김영빈씨가 97세 할머니로 분장하고 광주 발산마을...

  • HERI
  • 2018.07.17
  • 조회수 736

“기술발달로 일이 변하는 시대, 협동조합 더 중요해졌다”

【짬】 국제협동조합연맹 롤런츠 사무총장 브루노 롤런츠 국제협동조합연맹 사무총장. “협동조합은 전 세계 노동자의 10%를 고용하고 있어요. 그런데 협동조합의 기여는 일자리 만드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임금과 처우면에서 노동...

  • HERI
  • 2018.07.17
  • 조회수 607

시민을 수혜자에서 설계자로…사회서비스의 패러다임을 바꾸자

제3차 사회적경제 정책포럼 지역 중심의 포용적 경제개발 성공엔 ‘협력과 연대’의 사회적경제 가치 중요 영국 람배스협동조합자치구 사례 등 주목 “시민사회 눈높이 맞춘 전략 필요한 때” 지난 4일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 HERI
  • 2018.07.17
  • 조회수 577

"양적 성장에 매달리지 말고 기본 가치에 집중해야"

13∼15일 사흘간 대구서 최대 규모로 열려 ‘100인위’·‘활동가 좌담회’ 등 풍성한 행사 “정부 지원과 새로운 시도 중요성 인정하되 뿌리인 주체성·자발성 더 키워가야” 다짐 지난 13일∼15일 대구광역시 산격2동 엑스코에서 ...

  • HERI
  • 2018.07.17
  • 조회수 518

노 “최저임금 올라도 고용 안줄어”…사 “자영업 더이상 못버텨”

한겨레 경제사회연구원 토론회 노동-경영계 목소리 들어보니 ‘1만원-동결’ 인상폭 놓고 이견 팽팽 노동계 “임금 오르면 소비도 늘어 최저임금 경제영향 뚜렷하지 않아” 경영계 “자영업자 수익 한계상황 통계 해석보다 현장의 ...

  • HERI
  • 2018.07.13
  • 조회수 569

사회적기업 진흥원장 오른 ‘1세대 사회적 기업가’

김인선 전 동부여성발전센터장 2000년대 초 ‘사회적 경제’ 투신 취약계층 고용 돕는 기업 만들어 “현장 당사자들에 귀 열겠다” 지난 9일 취임한 김인선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장이 11일 경기 성남시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사무실...

  • HERI
  • 2018.07.13
  • 조회수 550

평창올림픽이 우리사회에 남긴 유산은?

한림대 일본학연구소 주최 ’포스트올림픽 포럼’ 평창올림픽의 가장 위대한 유산은 ’평화’ 사후시설활용과 환경파괴는 풀어야할 숙제 강릉KTX로 인구 이탈 현상 보수적인 영동 지역의 정치사회적 의식 변화도 기대돼 평창동계올림...

  • HERI
  • 2018.07.10
  • 조회수 598

가지지 않아도 주인 되는 ‘공동체 아파트’…주거 패러다임 바꿀까

협동조합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위스테이’ 지난달 견본주택 열고 입주 조합원 모집 시작 사회적기업 건설·운영 주관, 낮은 임대료 장점 아파트 공동체 운영하고 지역사회에 기여까지 지난달 28일 서울 명동에서 열린 위스테...

  • HERI
  • 2018.07.09
  • 조회수 657

“사회적경제? 경제에 대한 사회의 통제력을 되찾는 일”

‘2018 사회적경제 국제포럼’ 현장중계 포용성장의 동력으로 사회적경제 강조 “미래 비즈니스 모델은 ‘참여적 기업’” 전망 “지방분권은 지역밀착 사회적경제에 기회” 지난 15일 오후 고용노동부가 주최하고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 HERI
  • 2018.06.26
  • 조회수 683

"소득주도성장, 외연 확장해 지속적으로 추구해야"

’소득주도성장과 남북경협’ 세미나 “한국 경제 패러다임 바꾸는 과정… 시행 1년 만에 성패 판단하는 건 무리” 18일 한국사회경제학회 등의 주최로 서울 명동 유네스코회관에서 ’소득주도성장과 남북경협: 패러다임 혁신은 가능...

  • admin
  • 2018.06.22
  • 조회수 655

가난한 이들이 투표장에 안가는 이유는

한국정치학회-한겨레경제사회연 공동기획조사 소득·계층에 따른 투표참여 의향 등 격차 뚜렷 명함 등 정치정보에 노출된 집단일수록 후보자 정보 많고 투표 의향도 높아 후보가 일상적으로 정책 홍보하게 선거법 개정 필요 6·13 지...

  • HERI
  • 2018.06.19
  • 조회수 702

“처음 하는 정치니까 오히려 좋은 것만 배울 수 있죠”

[도전 6·13―여성과 청년, 생활정치를 바꾼다] ⑥김선효 민주평화당 전북 전주 시의원 후보 잘나가던 쇼핑몰 대표에서 정치인으로 취업도 창업도 맘대로 안 풀리는 막막한 청년 현실 겪어보니 ‘정치가 해결책’ 기성정치가 외면...

  • HERI
  • 2018.06.12
  • 조회수 804

집 가진 사람이 지방선거 관심·투표의지 높다

관심도·투표의향·선거정보 습득 등 소유자, 비소유자보다 10~15%p 높아 월소득·자산 많을 수록 경향 심화 “정치정보 얻기 쉬게 해 투표 늘려야” 집을 가진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6·13 지방선거에 관심이 높고, 투표에 ...

  • HERI
  • 2018.06.12
  • 조회수 787

“1만2천여 구민 뜻 모은 ‘마더센터’ 설립, 끝까지 책임져야죠”

[도전 6·13―여성과 청년, 생활정치를 바꾼다] ⑤김한영 민중당 서울 관악구 구의원 후보 부모·아이 함께 편히 놀 공간 구청이 직접 만들어 운영하는 ‘마더센터 설치 조례’ 서명운동 주도 그 노력 물거품 될까 직접 출마까지...

  • HERI
  • 2018.06.12
  • 조회수 6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