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칼럼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


취임 1주년을 맞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83%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갤럽의 지난주 발표다. 전임 대통령 모두 취임 1주년에는 지지율 하락으로 국정 동력이 떨어진 것과 대비된다. 선거 때 형성되는 이질적인 지지자 연합이 점차 약화되고, 더불어 지지율도 하락하는 것이 법칙으로 여겨져왔다. 문 대통령 지지율은 이 법칙을 거스르고 있다.


3주 전 이 칼럼에서 견고한 지지율의 원인을 분석한 바 있다. ‘김기식 리스크’ 등 부정적 요인들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70%를 넘는 이유로 보수의 몰락, 직접민주주의와 행동주의로 무장한 강력한 지지층의 형성, 언론의 의제설정 능력 약화 등을 꼽았다. 정치지형, 유권자지형, 언론지형 모두가 변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이제 남북관계지형의 변화까지 시작되었다.


한국 정치에서 보수와 진보의 대립구도는 크게 보아 사회경제적 축과 남북관계의 축을 중심으로 형성되어왔다. 지난 대선은 근본적으로 이명박, 박근혜 두 보수정권의 사회경제적 실정에 대한 총체적 심판이었다. 반면 남북관계의 축에서 지난 10여년은 보수의 득세였다. 북의 거듭된 핵과 미사일 도발로 햇볕정책, 포용정책의 설득력은 약화되어왔다. 전쟁위기설도 심심찮았다. 민주진보진영 내에서도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 따위의 주장이 적잖은 설득력을 얻었다.


그야말로 극적인 반전이다.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었고, 북-미 정상회담이 곧 열릴 것이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종전선언, 평화협정 체결이 가시화되고 있다. 평화정착과 함께 남북경협이 기다리고 있다. 이벤트성이나 시간끌기라기에는 남·북·미 세 정상 모두 이 프로세스의 성공이 절실하다.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왔다. 우여곡절이야 있겠지만 한반도 정세는 이미 변곡점을 넘어섰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의 가장 약한 고리라 할 60대 이상, 대구/경북, 보수층에서도 지지도가 70%를 넘어섰다. 또 중도층 등 연성지지층과 문재인 정부와의 정서적 결속이 일어났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지지도의 수치적 측면을 넘어서 내용적으로 훨씬 단단해질 공산이 크다는 의미다.


사회경제적 축에 이어서 남북관계 축에서마저 보수는 궤멸할 위기에 놓였다. 이번 지방선거는 물론 이대로라면 다음 총선에서 ‘티케이(TK)자민련’도 어려울 것이다. 조자룡 헌칼 쓰듯 써먹어온 안보팔이 장사는 이제 정말로 접어야 한다. 차라리 잘되었다 싶기도 하다. 한국 보수의 혁신을 막아온 근본 원인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혁신은 자기 몫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 여당에 대한 바람도 적어본다. 역대 최고의 지지율에 가려져 있지만, 이번 갤럽 조사에는 분명 어두운 면도 있다. 취임 100일과 비교해 각 분야별 평가를 시도한 결과를 살펴보면 복지정책에 대한 긍정평가는 65%에서 55%로, 경제정책은 54%에서 47%로, 교육정책은 35%에서 30%로 하락했다. 공직자 인사 평가도 50%에서 48%로 정체 내지 하락이다.


남북관계도 어렵지만, 국내의 사회경제적 문제 해결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따지고 보면 이해당사자가 훨씬 많고 해법도 복잡하다. 반대세력의 저항도 집요하다. 남북관계처럼 극적인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 다행히 남북관계의 큰 매듭이 풀리고 있고, 유권자들은 역대 최고의 지지율로 성원을 보내고 있다. 쉽게 무너질 지지율이 아니다. 당장 성과가 안 보인다고 등 돌릴 국면도 아니다. 교만해도 좋다는 말이 아니다. 국민을 믿고 담대히 개혁에 나서길 기대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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