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리뷰

유리알처럼 투명한 기업을 찾아라

HERI 2011. 06. 24
조회수 10054
[한중일 지속가능경영]
유리알처럼 투명한 기업을 찾아라


투명성 분석
지난해 한겨레경제연구소는 한국기업의 투명성 평가작업을 진행한 바 있다. 올해 연구는 지난해 작업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한국기업의 전반적인 지속가능경영 현황을 <포춘> ‘글로벌 500’에 속하는 중국과 일본기업들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그 범위가 한층 넓어졌다.
 물론, 올해 작업의 한 축은 역시 투명성 평가였다. 흔히 기업 투명성이라고 말할 때는 주로 경제적 성과를 나타내는 정보 공개 여부에만 관심을 쏟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경제ㆍ환경ㆍ사회 3개 영역을 모두 아우르는 투명성 정도를 평가했다. 투명성을 재는 잣대는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분석을 통해 계산해 낸 정보공시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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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매출액 기준으로 <포춘> ‘글로벌 500’에 속하는 한·중·일 기업은 모두 50곳. 일본기업이 36곳으로 가장 많고, 중국(8곳)과 한국(6곳)이 그 뒤를 잇는다. 비록 <포춘> ‘글로벌 500’에 끼지는 않지만, 2006년도 성과를 담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낸 한국기업 31곳도 별도로 분석 대상에 추가했다. 한국기업의 전반적인 지속가능경영 현황을 살펴보기 위해서다. 정보공시율은 해당 항목의 정보를 보고서에서 공개하면 1점을, 공개하지 않으면 0점을 매기는 방식으로 구한 뒤, 이를 만점(100점) 기준 수치로 환산하는 방식으로 구했다.
한국기업들의 정보공시율이 평균 44.2로 중국(30.6) 및 일본(31.9) 기업에 견줘 상대적으로 높았다. 정보공시율 전체 평균(36.2) 이상의 최우수·우수 보고 기업 36곳 가운데 22곳이 한국기업이었다. 한국기업들이 이번 평가작업의 기준인 ‘GRI가이드라인’을 보고서 발간의 지침으로 삼아 정보를 상대적으로 충실히 공개하고 있다는 뜻이다.
 정보공시율 상위 기업 가운데는 의외로 기업 규모가 크지 않은 한국기업이 많이 포함된 것도 특징이다. ‘작지만 착한’ 한국기업으로는 유한킴벌리, 대구은행, 풀무원, 웅진코웨이 등이 대표적인데, 덩치가 큰 기업이라야 사회적 책임에 신경을 쓸 여유가 있다는 통념과는 다른 결과다. 또 서부발전, 인천국제공항공사, 대한주택공사, 한국전력, 한국석유공사 등 공기업이 높은 투명성을 보인 것도 눈에 띈다. 공공적 성격을 띠는 기업일수록 지속가능경영의 필요성을 더욱 크게 느끼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일본기업의 정보공시율은 한국보다는 낮았지만, 기업 간 격차가 상대적으로 더 작다는 특징을 보였다. 일본기업들이 GRI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따르고 있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어떤 내용을 보고해야 하는지에 대한 공감대를 이루고 이를 실천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제표준과는 독립된, 이른바 ‘일본식 룰(기준)’이 자리 잡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환경 부문의 경우, 일본 정부가 제시한 환경보고 가이드라인에 맞춰 비교가능한 지표를 충분히 제시한 게 일본기업 보고서의 특징이다.
 중국기업의 경우, 분석 대상 기업 8곳 가운데 바오산철강과 중국원양운수는 최상위권에 올랐으나, 나머지 기업들은 하위 30%권에 머물렀다. 일부 소수 기업을 제외하고는, 아직 지속가능경영 보고 시스템에 제대로 작동되고 있지 않다는 얘기다. 중국기업에서 나타나는 또 하나의 특징은 정부가 관심을 기울이는 지표에 대한 보고가 충실하다는 점이다. 중국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은 정부의 정책 방향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환경은 Yes, 인권은 No?
 세 나라 기업들 대부분 환경경영을 중시하면서 이 부문에서 높은 정보공시율을 나타냈다. 이에 반해 인권부문의 정보공시율은 세 나라 기업이 공통적으로 매우 낮았다. 이는 세 나라의 일부기업들이 인권 문제를 언급하기조차 어려울 만큼 민감한 이슈로 받아들여 국제표준을 수용하기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 국제표준을 받아들여 원칙 및 정책을 마련하고 있는 일부기업의 경우에도, 인권 경영의 역사가 짧은 탓에 관련 성과가 제대로 측정되지 않거나 너무 낮아 보고를 하지 않았던 점도 영향을 끼쳤다.
 때문에 해가 갈수록 정보공시율은 높아져 가고 있지만 정작 환경 지표를 제외한 다른 부문의 성과는 상당 부분 여전히 베일 속에 가려져 있는 상태다. 앞으로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발간이 더욱 의미를 지니려면, 사업보고서처럼 투자자나 소비자, 구직자 등이 관련 정보를 쉽게 비교하고 평가할 수 있게끔 되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단지 정보공시율이 높아졌다고만 해서 만족할 수준은 못 되는 것이다.
 특히 앞으로 동아시아 지역에서 사회책임투자나 윤리적 소비 등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성과 전반을 고려한 경제주체의 의사결정이 뿌리내리려면 보고 지표를 표준화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기업회계기준에 따라 재무성과를 공시하듯이, 지속가능경영 성과도 공통의 기준에 맞춰 공시하도록 단일한 표준을 정하고 이를 의무화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김진경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원 realmirr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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