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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에서 나는 먹거리로 신선하고 안전한 식탁을 꾸리자는 ‘로컬푸드’(local food) 운동이 큰 호응을 받고 있다. 북미의 100마일 다이어트 운동, 일본의 ‘지산지소’(地産地消) 운동이 그러하고, 국내에서도 전북 완주군의 성공모델을 배우려는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생산과 소비자의 거리를 줄일 때 이로움이 커지는 것은 단지 먹거리만은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에너지 역시 지산지소가 미래의 패러다임으로 등장하고 있다.

 

송전탑이나 원전 부지를 둘러싸고 밀양 등 전국에서 불거지는 갈등을 보더라도 대량으로 생산해 먼 거리를 수송하는 전기 공급 방식은 이제 한계에 부딪쳤다.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짜는 민관합동워킹그룹도 이런 사정을 감안해 2035년까지 전체 발전량 중 원자력의 비중을 현재(26%) 보다 높이지는 말도록 엊그제 정부에 제안했다. 그렇다 해도 분모(발전량=소비량)가 늘어나면 분자(원전, 송전탑)도 늘어야해 고민은 매 한가지다. 전기료를 올려 합리적 소비를 유도하고, 태양광, 풍력, 바이오매스, 지열, 소수력 등 자연(재생)에너지 발전을 늘려가지 않으면 매년 늘어나는 전기소비를 감당하기 어렵다.

 

영광원전-이종찬.jpg

(영광 원자력 발전소 옆을 한 주민이 우산을 쓰고 걸어가고 있다. 한겨레/ 이종찬 기자)

 

자연에너지 발전은 작은 도시나 마을에서 환경자원을 활용해 생산하고 바로 그 자리에서 소비하는 발전방식이다. 남는 전력은 정부나 전력회사가 모아서 옆 동네에도 공급한다. 수백만 kw를 생산하는 상업용 발전소를 놓고 보면 기껏 수십~수백kw를 생산하는 이런 동네 발전소가 “뭐가 대수냐?”고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지붕위의 작은 발전소가 모이고 연결되면 원전 한 두개를 능가하는 에너지를 생산한다. 수십만 마리의 피라미떼에 놀라 고래가 도망을 가듯, 통신망으로 촘촘히 연결된 네트워크 세상은 작은 것이 모여 큰 힘을 발휘하도록 해준다.

 

네덜란드, 독일 등 각국에는 자연에너지를 활용해 에너지 자립을 달성한 곳이 많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에너지 문제에 대한 고민이 깊어가는 이웃 일본만 해도 60여개 지역이 자연에너지 개발에 힘써 대규모 전력회사에 의존하지 않고 전기를 자급하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일본 이이다시(飯田市)의 사례는 특히 눈에 띈다. 이이다시는 인구 10만5천 여 명의 나가노현 남부 중심도시다. 풍부한 일조량을 활용한 태양광 발전과, 주변 숲에서 나오는 목재를 이용한 바이오메스 등 자연에너지를 활용해 에너지를 자급하고 있다. 2030년까지 2005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을 50% 까지 줄이고 2050년에는 70% 감축한다는 야심찬 구상아래 탈 원전과 친환경,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노력하는 도시다.

 

이이다시의 사례에서 참고할 만한 것은 사업을 진행한 방식이다. 이이다시는 환경에 관심 있는 시민과 지방정부가 처음부터 손을 잡고 에너지 자립 사업을 전개했다. 시는 우선 비영리 시민단체(NPO)와 파트너십을 맺어 사업계획 수립, 시민 홍보와 상담, 자원 조달, 교육 등 대부분의 일을 맡겼다. 시민단체는 2005년 ‘오히사마 진보에너지 주식회사’(대표 하라 아키히로)라는 사회적기업을 설립해 태양광 발전 보급사업을 차근차근 추진해 갔다. 시민단체가 전문성과 운동성을 살려서 에너지 자립이란 시의 목표를 더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을 것이란 이이다시의 예상은 적중했다.

 

‘진보에너지 주식회사’가 처음 시도한 것은 시민들의 출자로 2억 엔의 초기 투자자금을 조달하는 것이었다. 태양광 발전에 들어가는 투자자금이 필요해서이기도 했지만 환경과 에너지문제에 관심을 가진 시민들이 직접 참여할 통로를 열어주자는 목적도 있었다. 막상 시골의 작은 도시에서 일어나는 일에 누가 관심을 가질까 걱정했지만 예상외로 호응이 커서 두 달 만에 전국에서 2억150만 엔의 출자금이 모였다. 이에 힘입어 그 해에 시내 38곳의 유치원과 보육원 등의 공공시설에 총 208kw의 태양광 발전 패널을 설치할 수 있었다.

 

  일본 우키시마 태양광.jpg

(일본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시 도쿄만의 우키시마 태양광발전소는 다른 용도로 쓰기 어려운 폐기물 매립지 위에 건설돼, 약 2100가구에서 쓸 수 있는 양의 전력을 생산한다.  한겨레/정남구 기자)



시민들이 자연에너지 발전에 출자하고, 여기서 생산된 전기를 사용하면서 자연스레 에너지 절약의식도 싹트게 된다. 전기료 인상으로 인센티브 구조를 변화시키는 것도 방법이지만 공감이나 교육 없이 가격만으로 시민의 행동을 변하게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런 점에서 ‘진보에너지’가 가장 먼저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곳이 주로 보육원이나 유치원이란 점은 상징적이다. 이들은 지붕에서 생산된 태양광 전기가 놀이방을 밝히는 것을 보고, 얘기를 들으며 자랐다. 이제 초등학교 고학년이 된 이 아이들이 이이다시의 미래를 밝힐 ‘에코 리더’(eco leader)로 성장했다고 한다. 꼬마들이 어떻게 변했는지 당시 어머니들의 편지가 잘 말해주는데 “아이가 초저녁에 불을 켜지 않으려 해요. 전기절약이 뭔지 아는가 봐요”(3살 어린이의 어머니), “밖에서 들어오면 ‘불을 끄세요!’ ‘아빠 얼른 주무세요. 제가 스위치 내릴게요’ 라고 합니다”(4살 어린이의 어머니) 등이다.

 

이이다시 당국 역시 손을 놓고 있지 않았다. 시장 직권으로 공공시설의 옥상 등을 태양광 발전패널 설치를 위해 대량으로 제공했고, 진보에너지가 생산한 전력을 1kw 당 22엔에 20년간 매입하는 장기계약을 맺었다. ‘고정가격 전력매입’이라는 제도를 일본에서 처음 실시한 것이다. 이런 지원으로 진보에너지의 동네 발전사업이 안정적인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간 우리산업의 경쟁력을 측면 지원해온 원전은 갈수록 비싼 에너지원이 될 것이다. 대안을 찾는 각국의 노력은 활발해 세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이미 2010년에 원전 발전량을 앞질렀다. 독일은 2022년까지 원전 17기를 모두 폐쇄하기로 했다. 대신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18% 대에서 35%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신재생 에너지의 비중이 1% 정도다. 이를 11% 로 끌어올린다는 게 정부의 오래된 계획이지만 이를 실현할 수 있으리라 믿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시민이 함께하는 에너지자립 마을 만들기가 본격화 되야 하는 이유이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경제커뮤니케이션 박사 b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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