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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생태탕이 안팔린다고 한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방사능 오염이 걱정돼 먹지를 않는다. 일본산이 아니라 러시아산이라고 써 붙여놔도 믿질 않는다. 올 들어 6월까지 롯데마트에서 판매된 생태는 작년 대비 85%나 줄어들었다.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불신이 괜한 과민반응만도 아니다. 이달 1일 일본 <아사히신문>은 도쿄전력이 사고 뒤 원전 오염수 유출 방지대책을 세워놓고도 2년 동안 시행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도쿄전력은 이런 의혹에 대해 줄곧 침묵을 지키다 지난달 22일에야 후쿠시마 제1원전의 오염수가 바다로 흘러들어가고 있다고 인정했다. 2년 전부터 확인하고도 방치한 혐의가 짙다. 발표 시점도 참의원 선거가 끝난 뒤여서 요모조모 잰 냄새를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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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기장군 신고리원전 (사진=한겨레 류우종 기자)

 

‘원전족’으로 불리는 일본 정계, 관계, 학계, 언론계의 유착세력은 이제 합리적 판단능력을 잃은 건 아닌지 의심스러운 수준에 이르렀다. 지난해 독일 공영방송 <ZDF>가 방영한 다큐멘터리 ‘후쿠시마의 거짓말’을 보면 전 총리인 간 나오토가 사고 직후 원전족의 은폐와 거짓말 앞에서 상황파악이 제대로 안됐다고 증언한다. 간 나오토가 ‘원전족’의 행태에 분통을 터뜨리며 이를 뜯어고치려하려 하자 요소요소에 포진한 원전족들이 총리 밀어내기를 시도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일본과 사정이 다르지 않다는 것이 최근 원전납품 비리 수사에서 드러난다. 원전 관계자들은 특정 학맥을 중심으로 폐쇄적인 ‘도당’을 만들어 서로서로 뒤를 봐줬다. 부품 납품만 해도 이들이 발주, 설계, 부품 검증, 시험을 장악한데다 안전규제 기관까지 한 배를 타 비리의 고리가 완성됐다. 지난 정권의 ‘영포라인’ 출신 브로커와 국정원 간부를 지낸 인사가 구속된 것에서 보듯 이들 ‘원전족’은 정계, 관계까지 로비를 펼치며 자신들의 이익을 지켜왔다.

 

일본이건 한국이건 국민들은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 원전 같은 분야는 일상생활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고 워낙 전문적인 영역이어서 사건· 사고가 터져야 실상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일단 일이 터진 뒤에는 피해 규모가 상상을 초월하는 게 특징이다. 문제는 전문가들끼리 똘똘 뭉쳐 잇속을 챙기는 영역이 원전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글로벌화한 금융시장에서 활동하는 사모-헤지펀드 같은 투자자, 정-관-재계를 오가며 이들의 투자를 중개하는 변호사, 회계사, 투자은행, 컨설팅회사 등은 일반 국민의 눈길이 거의 미치지 않는 곳에서 활동한다. 로펌 등이 전직 부총리, 장차관 등 고위 관료를 영입해 활용하고, 이들이 다시 더 높은 관직으로 돌아가는 ‘회전문’ 현상을 통해 이들과 정-관계와의 연결 통로가 확보된다. 이들이 하는 일의 전문성,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데서 오는 조심성, 외부와 소통을 꺼리는 배타적 문화 등이 결합해 공적인 감시와 견제가 닿을 수 없는 소수 엘리트들만의 ‘성체’가 만들어진다.

 

지난 몇 년간 큰 논란이 됐던 미국 사모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과정에서 이들 ‘비밀의 성체’가 어떻게 움직이는 지 부분적으로 드러났다. 1조를 투자해 3년 여 만에 4조원 이상의 차익을 남기는 ‘먹튀’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들끓자 감사원이 감사를 하고, 검찰이 수사를 한 덕분이다. 이런 거래를 조사한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었다. 론스타는 ‘프로젝트 나이트’ 란 이름의 기획 아래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등의 핵심 관료를 접촉하고 영향력 있는 전임 경제 관료를 움직여 이런 저런 규제를 풀어냄으로써 거의 불가능에 가깝던 인수를 성사시켰다. 물밑에서 이런 모든 것이 치열하게 진행되던 2002년 12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8개월 동안 알려진 것은 간헐적으로 나온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정도의 언론 보도였다.

 

이탈리아 정치학자 로르베르트 보비오는 ‘투명성’과 ‘가시성’을 민주주의의 본질적인 가치로 들었다. 때문에 ‘원전족’이나 글로벌 금융투자 세력과 같은 ‘보이지 않는 힘’(invisible power)의 부활은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약속위반’ (broken promise) 이라는 것이다. 그는 우려되는 것은 이런 비밀스런 힘들이 ‘기술적 전문성’이나 ‘기술관료주의’(technocracy)의 이름으로 재등장하는 것이라고 일찌감치 예견했다.

사명감 있는 언론인이건, 검사이건 누구든 나서서 ‘00족'으로 불리는 세력을 견제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민주주의는 껍데기만 남게 된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경제커뮤니케이션학 박사) b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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