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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해일이 닥치기 직전 바다가 잠잠해지고, 해안에서 물이 쑥 빠진다고 한다. 5만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2004년 말 동남아시아 지진해일을 겪은 이들은 “물고기가 파닥일 정도로 갑자기 물이 수백m 뒤로 빠져나갔고 이어서 거대한 해일이 닥쳤다”고 증언한다.

 

요즘 북극항로를 놓고 세계경제가 들뜬 것을 보면 물 빠진 백사장에 양동이들고 고기 줏으러 뛰어가는 사람이 연상된다. 기후변화로 북극의 바다얼음이 녹으면서 세계경제에 말 그대로 ‘블루오션’이 열린 듯하다. 연료와 시간이 절약되는 북극항로가 열렸고, 두터운 얼음 속에 영원이 잠들어 있을 것 같던 자원의 개발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지난 주 관련부처 합동으로 ‘북극 종합정책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시범운항에 나서는 해운사에 항만 이용료를 깎아주고 러시아 쇄빙선을 저렴하게 이용하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한다. 다음 달에는 국내 해운사가 처음으로 북극 항로를 이용해 화물을 실어 나르는 시범운행을 할 예정이다.

 

북극항로.jpg 

(북극의 빙하를 깨고 있는 러시아의 쇄빙선/ 뉴시스=한겨레자료사진)

 

증권시장에선 북극 테마주가 거론된다. 북극 항로 개설로 운항비용이 줄어들고 물동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한진해운, 현대글로비스 같은 해운사나 쇄빙선 수주가 기대되는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같은 조선주들도 이런 테마주로 거론되고 있다. 이 밖에도 선박을 통해 운송되는 원유, 에너지 관련 주들도 수혜주로 분류된다.

 

북극 항로는 러시아 동쪽 베링해협을 지나 북극해를 지나가는 항로를 말한다. 급속한 지구온난화로 북극해 얼음이 줄어들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겨울철에 1500만 ㎢ 에 이르는 빙하가 여름의 막바지인 9월에는 5분의 1인 340㎢ 로 줄어든다. 유럽에서 한국을 올 때 수에즈운하와 인도양을 거치는 기존항로는 2만2천km 이지만 북극항로는 이 보다 7천km가 짧고 운항에 소요되는 기간도 40일에서 30일로 열흘 줄어든다. 비록 해빙기인 7~10월만 이용할 수 있고, 유빙에 견디는 내빙 (耐氷) 선을 투입해야 해 비용이 더 들지만 장기적인 경제성은 무시할 수가 없다.

 

항로 못지 않게 각국이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북극의 자원이다. 북극에는 지구 부존 천연가스의 30%, 석유의 13%가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 영국, 네덜란드 같은 북극에 인접한 국가는 가스전과 유전개발에 들어갔고 미국도 자원 탐사에 열중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북극 개발에 그리 늦은 것은 아니다. 2002년 북극에 다산과학기지를 건설한데 이어, 2010년에는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를 만들어 연구항해에 나섰다. 북극 개발의 주도권을 쥔 북극이사회에서 2008년 임시 옵저버 자격을 따냈고 지난 5월에는 정식 옵저버가 됐다. 북극 관련회의에 나가 한 마디 할 정도는 된 것이다. 우리보다 먼저 북극 탐사를 시작한 일본 및 중국도 우리와 함께 정식 옵저버가 됐다.

 

그런데 북극항로에 대한 불편한 진실이 있다. 바로 우리 눈앞에 녹아서 사라지는 북극 바다얼음이 사실은 엄청나게 비싼 것이란 점이다. 북극 바다가 녹아 그 속에 얼어 있는 메탄가스가 방출되면 지구온난화로 세계가 부담해야 할 환경피해 규모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최근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네덜란드 에라스무스대학 연구진이 <네이처>에 발표한 것을 보면 북극해 해빙에 따른 피해 규모가 60조 달러다. 지난해 전 세계 총생산 규모에 해당하는 액수다.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20배 정도 강력한 온실효과를 내는 가스다. 현재는 물과 뒤섞여 얼음형태의 메탄 하이드레이트로 갇혀 있지만 빙하가 녹으면 대기 중으로 방출된다. 지난해 9월 바다얼음 면적은 역대 최저치였다. 1970년대의 40% 수준에 불과했다. 여름에 북극해 바다얼음이 완전히 사라지는 해는 2020년으로 예측됐다. 그 결과 2035년 이면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2도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미 북극해역에서 지름 1㎞ 짜리 거대한 메탄가스 기둥이 올라오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연구진은 기후변화로 동시베리아해가 녹아 향후 10년간 500억t의 메탄이 방출된다고 예상하고 가속화하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 농업, 보건분야의 피해를 추정했다. 메탄 가스 방출에 따른 기후변화의 피해 중 80%는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의 가난한 개발도상국이 입게될 것으로 예상됐다. 연구보고서를 쓴 에라스므스대 게일 화이트먼 교수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경제적 시한폭탄’ 의 초침이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보면 북극항로 개설에 따른 물류비 절감이나 자원채취의 이익은 매우 사소한 것이다. 그럼에도 인간은 먼 미래 보다는 당장 눈 앞에 닥친 일에 더 신경 쓰는 존재다. 지구환경이 불과 20-30년 사이에 눈에 띄게 바뀔 것이라는 예상이 속속 나오고 있지만 이를 막기 위해 국제공조는 멀기만하다. 


신항로나 자원개발 이익은 개별 기업이나 국가에 돌아가지만 온난화를 방지해 지구 환경을 유지하는 것은 누구의 소유도 아닌 공공재이기 때문이다. 국제협약과 공조가 유일한 해답이지만 온난화에 대한 인식마저 통일이 잘 되지 않고 있다. 거대 에너지, 자원기업 등과 연계된 일부 학자들은 “기후변화가 과학적으로 증명이 된 것이 아니다”며 지속적으로 딴지를 거는 형편이다. 


올 여름 장마가 8월이 되도록 지속되고 있다. 해마다 변하는 기후는 이제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다. 북극항로가 열렸다는 소식이 ‘묵시록’의 한 줄은 아닐까?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경제커뮤니케이션학 박사) b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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