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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현의 신뢰경제) 문국현의 귀환

HERI 2013. 07. 16
조회수 53878

 

문국현이 돌아왔다. 최근 1조원 정도 매출을 올리는 한솔섬유의 사장을 맡아 경영에 복귀했다. 창조한국당 대선후보로 나서며 기업을 떠난 지 6년만이다. 정치에선 운이 따르지 않았다. 처음엔 안철수가 그랬듯 많은 주목을 받았으나 세(勢)가 불어나질 않았고, 국회의원도 당선 무효로 날아갔다. 유한킴벌리 사장으로서 보여준 혁신의 리더십이 정치에 뿌리내리지 못한 게 안타깝다.

 

돌이켜보면 2007년 대선에서 우리 국민은 성공한 기업인에게 희망을 걸었다. 목표 달성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불법도 서슴지 않은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 이명박 후보에게 표를 몰아줬다. 하루하루가 힘겨운 국민들은 ‘성장의 화신’에게 자신들의 꿈을 의탁한 것이다. 성공한 기업이라는 것 외에는 살아온 이력이 판이했던 또 다른 CEO 출신 후보 문국현에게는 때가 아니었던 것이다.

 

 유한킴벌리 문국현1.jpg

(문국현 대선 예비후보가 2007년 8월 유한킴벌리 대전공장을 찾아 노동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정계은퇴 뒤 그를 개인적으로 만난 적은 없으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어 문 사장이 자신의 ‘뉴패러다임’ 경영론을 전파하는 일에 몰두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정치를 잊으려는 듯 정치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문 사장은 주력사업의 시장점유율이 100%에서 18%로 하락하고 13년간 노사분규를 겪고 있던 유한킴벌리를 ‘영혼이 있는’ 우량기업으로 탈바꿈해 놓았다. 남양유업 사태에서 보듯이 갑-을의 반칙 경영이 활개를 치는 요즘 같은 때 원칙과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문 사장의 경영원칙을 돌아보게 된다. 더 쉬는데도 더 높은 생산성을 이끌어 내는 그의 경영은 현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인 창조경제와 관련해서도 생각할 거리를 준다.

 

그를 성공으로 이끈 경영의 원리는 보통 3가지 ‘역설’로 표현된다. 상식과 어긋나 보이지만 문 사장의 경험에는 사실이었다는 의미이다. 첫째는 혁신은 모든 것을 뒤집는 것이 아니라 원칙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는 ‘역설’ 이다. 영업에서 골프와 술대접, 기밀비 등 100여 가지 관행을 없앴다. 대신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 매대 관리, 영업 관리 같은 기술을 가르쳐 주도록 했다. 일선 영업사원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고 일부 대형 유통업체가 “물건을 빼라”고 했으나 대신 수 만 개 의 소규모 독립 슈퍼와 유대를 강화하는 계기가 돼 나중에는 큰 힘이 됐다. 문 사장은 “진정한 보수는 낡은 습관이 아니라 근본적인 가치를 지키고 기본으로 회귀하는 것”이라며 “이 과정은 반드시 혁신을 동반한다”고 말한다.

 

둘째, 좋은 일을 하면서 돈도 벌수 있다는 ‘역설’이다. 기업의 사회성과 공익성 강화가 수익성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숲가꾸기 캠페인인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를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한 것은 기업의 경제적 목표와 기업이 뿌리 내린 사회의 목표를 통합하려는 시도 중 일부다. 존경받는 기업이 되는 것은 기업이 형편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사치스런 목표가 아니라 차별화를 이루는 전략이자 영속기업으로 계속 성장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란 것이다.

 

셋째, 기업의 효율성은 인력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지키고 키움으로써 달성할 수 있다는 ‘역설’이다. 유한킴벌리는 인력을 핵심 경쟁력으로 삼아 이들이 회사의 가치와 비전, 문화를 공유함으로써 창의성과 재능을 발휘토록 했다. 국내기업 최초로 본격화된 ‘4조 3교대’ 시스템 아래서 유한킴벌리의 직원은 연간 330 시간에 이르는 각종 연수와 교육을 받았다. 이처럼 사람중심의 프로세스에서는 같은 설비를 이용해도 불량률이 낮고 생산성이 3배 이상 높게 나온다는 것이 문 사장의 지론이다.

 

문국현은 새로 맡은 한솔실업에서도 자신의 이런 원칙을 지켜나가겠다고 한다. 이 회사는 8개국 20개 공장에 4만 여명의 임직원이 있다. 그는 “준법, 품질, 신용경영을 중시하는 세계 최고수준의 사회책임경영(CSR) 실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한다. 해외생산도 아동노동 착취 등의 위험성이 있는 하청생산 대신 직영생산 체제”라고 소개한다.(한겨레 7.4)

 

경영혁신은 프로세스를 바꾸는 것이다. 이 점에서 문 사장은 프로세스 혁신자이다. 시스템과 프로세스가 좋으면 결과가 좋다고 믿는다. 프로세스 혁신은 무엇보다 올바른 메커니즘을 개발하고, 가치가 있는 생산품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어야 한다. 최근 문 사장의 새로운 패러다임과 비슷한 새로운 시도들이 경영 현장에서 잇따라 나오고 있다.

 

올 초 한 방송사 다큐멘터리에 ‘꿈의 직장’으로 소개된 ‘제니퍼소포트’의 이원형(43) 대표는 기업이 ‘사회적 삶의 공동체’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누가 공동체를 ‘상인’들에게 맡기라고 했나. 현재의 시스템이 효율적이라는 틀에서 벗어날 생각을 왜 못하나. ... 즐겁게 일하면 더 잘할 수 있다고 모두들 말하는데 왜 들어주지 않는가?” 라고 질문을 던진다 (경향 2.14). 건설기계 소프트웨어 분야의 세계적 강소기업 ‘마이다스아이티’는 호텔식 점심을 제공하고 300명 직원이 대표이사에게 모두 직접 보고할 기회를 주는 ‘행복경영’을 펼친다. 이형우(53) 대표는 “사람은 가진 능력을 세상에서 발휘할 때 행복하다”며 미국과 유럽의 강자를 이기고 여기까지 온데는 행복경영이 직원의 열정을 불살랐기 때문이라고 말한다.(한겨레 7.4)

 

비록 정치에 접목하는데 성공하지 못했지만 문 사장이 유한킴벌리 경영에서 보여준 새로운 생각은 전혀 낡은 것이 아니다. 이는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다시 짜야 하는 형편인 우리 사회 여러 분야에 두루 적용될 수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공정, 대기업 정규직과 옆에서 같은 일을 하는 비정규직, 하청업체 직원 사이의 불평등, 복지수요와 재원의 불일치 같은 우리 사회의 난제를 풀어 ‘협력의 게임’을 만들어가야 하는 우리는 상식의 ‘역설’을 보여주는 문국현식 패러다임이 여전히 필요하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경제커뮤니케이션학 박사) bhlee@hani.co.kr

  (이 기사는 프레시안에도 동시에 실렸습니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130716092704&section=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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