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 뉴스
2007-12-06
잭 웰치 리더십의 비밀… “최고경영자는 그럴듯한 전략을 짜는 자리”라는 가정을 날려버리다

▣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timelast@hani.co.kr

“최고경영자의 임무는 구상이 아니라 실행입니다. 경영자가 하는 일은 사람을 다루는 일입니다. 사업의 가치평가니 과학적 비즈니스 전략이니 모두 그럴듯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모두 빛 좋은 개살구입니다. 기획은 실행의 도구입니다. 실행만이 경영자의 과업입니다.”

잭 웰치의 강연을 직접 들은 것은 유학 시절 학교 강당에서였다. 강당에 빼곡히 들어찬 경영학석사(MBA) 과정 학생들은 특별 강연에 초청된 그에게서 그가 성공에 이른 ‘전략’을 듣고 싶어했다. 대성공을 거둔 경영자는 커리어를 시작할 때 어떤 계획을 세우고 어떤 전략으로 성공의 계단을 밟아 올라가는지가 궁금했다.

‘4E 리더십’의 핵심


△ 실행의 중요성에 대한 잭 웰치의 신념과 일관성은 높이 살 만하다. (사진/ 한겨레)

그런데 잭 웰치는 1시간30분 남짓한 강연 동안 전략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경영은 전략을 짜거나 계획을 세우는 일이 아니라 실행을 하는 일이라는 주장을 펼치는 데 모두 보냈다. 최고경영자는 최고 컨설턴트나 전략기획 전문가들과 함께 멋진 전략을 짜고, 그 전략은 밑에서 저절로 실행되어 기업을 성공으로 이끌 것이라는 똑똑한 학생들의 오래된 가정을 한 방에 날려버렸다.

그는 미래를 계산하고 성공에 이르는 길을 그럴듯한 모형으로 만들어 제시하지 않았다. 대신, 인생은 계산되지 않으며 자신의 올바른 결정은 많은 경우 전적으로 감각에 의존한 것이었고 사람을 어떻게 평가하고 움직여야 하는지가 가장 큰 고민거리라고 술회했다.

성공한 경영자에 대해서는, 자서전이나 전기 또는 그의 처세술을 다룬 책 등이 수없이 쏟아져나온다. 그리고 그 책들은 언제나 윤색과 미화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마련이다. 윤색과 미화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성공한 사람의 철학과 전략과 계획은 그가 성공한 진짜 이유보다는 아름다운 이야깃거리로 가득 차버린다. 읽기 좋지만 실행할 수 없는 처세술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잭 웰치에 대한 많은 책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직접 본 그는 그저 실행에 대해 이야기할 뿐이었다. 아름다운 이야깃거리나 처세 전략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실행에 옮기는 사람이 성공한다는, 어찌 보면 범박한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잭 웰치의 경영은 ‘4E 리더십’이라는 말 속에 잘 드러나 있다. 성공하는 리더가 가져야 할 첫 번째 E는 에너지(Energy)이다. 에너지는 열정이다. 경영자에게 필요한 열정은 시끄럽거나 현란한 것은 아니어도 된다. 열정은 경영자의 내면 깊숙이에 있는 연료다. 죽은 고등어처럼 조용하고 밋밋한 사람이라도 내면에 열정이 있다면 조직은 활기를 띠게 된다. 성공하는 조직은 경영자가 열정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중간관리자들의 열정을 점화하고 양성할 수 있도록 조직 내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을 장려한다.

두 번째 E는 에너지를 불러일으키는 일(Energize)이다. 경영자는 조직에 에너지를 불러일으키는 사람이다. 훌륭한 경영자는 사람들이 도전적이고 자극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확신을 준다. 소수의 목표를 제시해 비전을 명료하게 만들고 사람들이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행동하게 만든다.

세 번째 E는 결단(Edge)이다. 경영자는 항상 모호하고 복잡한 상황에서 결단을 강요받는다. 이때 단순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결단을 내릴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잭 웰치는 재임 기간 1200여 건의 기업 인수를 단행했다. 기업 인수는 아무리 단순하고 작은 규모라도 법적·경제적·문화적으로 복잡한 문제들을 내포하고 있다. 보통 사람들에게 1천 건 이상의 인수란 믿을 수 없는 숫자인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잭 웰치는 “매출을 늘려야 한다”는 한 가지 목표를 세웠다. 그리고 당시 제너럴일렉트릭(GE)의 처지에서 매출을 빠르게 늘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인수를 통한 기업규모 확대였다. 결론이 내려지자 다른 문제들은 쳐낼 수 있는 잔가지가 됐다. 이게 바로 결단의 리더십이다.

네 번째 E는 실행(Execute)이다. 앞의 세 가지 E를 충족시키더라도, 실제로 계획을 실행시켜 결과를 산출하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이야기다. 리더들은 열정을 갖고 에너지를 불러일으키고 결단을 내려야 하기도 하지만, 그 결단이 결과로 이어지도록 실행할 줄도 알아야 한다.

네 번째 E인 ‘Execute’는 사실 나머지 세 가지 E의 요약이기도 하다. 에너지, 에너지 불러일으키기, 결단력은 모두 비전에 실행력을 불러넣기 위한 능력이다.

잭 웰치의 이런 경영원칙은 비판도 많이 받는다. 단순히 목표만 강조한 나머지 매출을 올리기 위해 인수·합병한 뒤 무자비하게 사람을 해고하기도 했다. 환경이나 사회 등 새로운 경영의 가치를 무시하고 매출이라는 외형적 성과만을 기준으로 기업을 경영한 구시대적 경영자라는 비판도 받는다.

숫자보다는 사람을 다스려라

그러나 실행의 중요성에 대한 그의 신념과 그 일관성만은 높이 살 만하다. 그 신념은 개인의 삶의 태도에 대한 그의 충고에서도 드러난다. MBA 과정 학생을 대상으로 한 잭 웰치의 강연 마지막 무렵, 한 학생이 ‘졸업 뒤 할 만한 유망한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잭 웰치는 많은 학생들이 선망하는 컨설팅과 투자은행은 써버린 학비를 보충하려는 목적으로 잠깐 일하려는 게 아니라면 절대로 가까이 가지 말라는 충고로 답변을 시작했다.

두 직업을 난도질한 이유는 오로지 하나, 그들은 숫자로 계획만 세우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경영자라면 숫자보다는 사람을 다스리고, 계획보다는 실행에 집중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어디든 위험한 곳에 가서, 배운 걸 마음껏 써먹기 시작해라. 절대로 안주하지 말라. 이게 실행의 경영자, 잭 웰치의 충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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