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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는 홈페이지에 자사의 궁극적 목표가 ‘세상 사람들을 더 즐겁게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프로야구단 창단은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즐거움의 대상을 확장하면서, 온라인의 즐거움이 낳은 과몰입(중독), 고립 등의 역기능을 상쇄하겠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이런 것들을 사회책임경영(CSR)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선택이 관심을 끄는 것은 디지털 미디어가 필수적인 생활환경이 되면서 관련된 역기능도 아울러 커지고, 이를 관리하는 데 기업의 구실이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자신이 공급한 제품이나 서비스가 유발하는 역기능에 대응하는 것은 기업시민의 책무이자, 사회책임경영의 첫걸음이기도 하다.
한국의 초고속인터넷 보급률은 100%에 가깝다. 올 연말이면 스마트폰 사용자가 1600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또 게임산업은 영화산업의 3배인 9조6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양적 성장과 함께 위치기반서비스(LBS), 앱스토어, 클라우드컴퓨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새로운 서비스가 활성화돼 생활의 디지털 밀도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이런 변화와 함께 디지털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도 짙어지고 있다. 검색기술이 발전하고 개인정보를 맞춤광고에 활용하려는 욕구가 커지며, 이젠 한 개인이 무엇을 좋아하고 누구와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지 등의 ‘행태정보’까지 소상히 노출되게 됐다. 연습생 시절 무심코 남긴 글이 발견돼 곤욕을 치른 ‘2PM’의 박재범 사례가 보여주듯, 인터넷은 지워지지 않는 디지털 ‘낙인’이기도 하다. ‘타블로’ ‘최진실’ 사례처럼 도를 넘은 사이버폭력은 언제 누구를 겨냥할지 알 수 없는 공포가 됐다. 스마트폰에 집중력을 잃기 일쑤인 회의실, 휴대전화와 게임, 인터넷을 놓고 ‘거실 전쟁’을 치르는 청소년과 부모들, 바이러스와 해킹, 스팸의 범람, 이 모습이 우리가 사는 ‘디지털 위험사회’(Digital risk society)의 단면이다.
이용자 절대다수가 ‘위험’ 인식
한겨레경제연구소가 2월 초 전국의 500명에게 디지털 위험의 심각성을 설문조사한 결과, 개인정보 유출(91.2%), 사이버 폭력(83.6%), 스팸 문자 및 메일(83.2%) 등 9개 조사영역 모두에서 ‘다소’ 또는 ‘매우’ 위험한 수준이란 응답이 77%를 넘었다.
이런 디지털 위험은 국회와 정부가 법과 규제를 만드는 아날로그 방식으로는 관리가 어렵다는 데 고민이 있다. 기술융합으로 매체의 범위가 넓어지고 경계도 모호해지는 디지털 시대는 다양한 기술적 우회로가 열려 있고, 문제가 한 국가의 범위를 넘어 국제적으로 얽혀 있는 경우가 많다. 스마트폰 오픈마켓의 게임 사전심의 논란이 대표적인 사례다. 소비자의 기호에 따라 기업의 서비스가 다변화하기에 일률적 규제가 잘 먹혀들지도 않는다. 따라서 디지털 미디어 기업과 이용자의 자율과 책임이 위험관리의 핵심으로 떠오른다.
무엇보다 기업은 서비스를 통해 경제적 성과를 얻고 있고, 기술과 서비스의 순기능과 잠재적 역기능을 가장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 위험관리의 열쇠를 쥐고 있다. 한세희 전자신문 미래기술연구센터 연구원은 “인터넷 실명제(본인확인제도)로도 악성 댓글을 막기 어려웠으나 소셜댓글로 전환되며 게시판이 건전해졌다”며 “기업이 어떤 메시지를 서비스로 구현함으로써 경영방침과 통합된 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주요 디지털 미디어 기업들은 이러한 역기능을 사회책임경영의 틀 안에서 관리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그럼에도 국민들은 미흡하다고 느끼고 있다. ‘디지털 위험 해소를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인터넷 서비스 업체에 대해서만 ‘노력하고 있다’는 응답이 30.4%로 ‘노력하지 않고 있다’(23.0%)는 응답보다 많았고, 통신사업자는 25.8% 대 30.8%, 게임업체는 20.0% 대 37.4% 등으로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
이런 불일치는 해당 기업에 디지털 사회의 위험과 역기능에 좀더 전면적, 전략적으로 대응할 것을 주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세계적 컴퓨터 제조회사 델이 ‘델 리사이클링’ 프로그램을 통해 마구 버려지는 중고 피시(PC)를 재활용해 고객만족, 지역사회 봉사, 환경보호란 ‘세 마리 토끼’를 잡은 것이 참고가 될 수 있다.
투명성·진정성으로 대응해가야
특히 사생활 침해 논란에 휩싸인 구글의 스트리트뷰처럼 핵심 비즈니스모델이 곧잘 위험으로 연결되는 디지털 미디어 기업의 경영자는 서비스의 역기능과 순기능을 모두 알리는 투명성과 진정성으로 딜레마적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관련 좌담 4면) 김영주 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은 한 외국계 패스트푸드체인의 어린이 비만 퇴치 캠페인이 마케팅 전략으로 폄하된 반면, 유한킴벌리의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이 성공한 것은 소비자가 느끼는 진정성의 차이로 설명할 수 있다며 “진정성이 느껴지는 사회책임경영을 하는 기업만이 지속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b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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